[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에 이어 의대 교수들의 사직까지 가시화된 가운데 개원의의 단체 행동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개원가 의사들은 야간·주말진료를 축소하는 안건을 논의 중입니다.
18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대한개원의협회 김동석 회장은 17일 열린 춘계연수교육 학술세미나에서 "개원가에서 적대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진료를 하지 못하겠다는 얘기들이 나온다"며 개원의 집단행동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개원의, 자발적 '준법진료' 분위기
김 회장은 "협회차원에서 결정된 사안은 없고, 집단 휴진도 생각하고 있진 않다"면서도 "개원의 사이에서 토요일이나 야간에 진료하지 않고 주 5일 40시간 근무하는 준법진료를 하자는 얘기가 나오는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전공의에 이어 의대 교수들까지 떠나겠다고 얘기하고 있으니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있다"면서 "내부 지침을 세운 건 아니고, 개원가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한 달째를 맞은 18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특히 정부는 개원의들이 준법 진료에 나선다고 해도 전공의들에게 가한 행정 처분과 같은 제재를 가하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개원의는 자영업자에 속하기 때문에 주 5일 40시간 이하로 근무해도 법적 제재가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국민 여론이 의사들에게 호의적이지만은 않기 때문에 사실상 동네장사가 중요한 개원의는 부담을 느껴 동참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전국 의대 교수 비대위가 사직서 제출 시점을 오는 25일로 결정한 데다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가 18일 사직서 제출 시기를 논의함에 따라 개원의들의 집단행동까지 더해질 경우 의정 갈등의 악화는 물론 사상 초유의 의료대란이 현실화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방재승 "교수 사직…의료파국 전 마지막 카드"
방재승 전국 의대교수 비대위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그간 의사들은 왜곡된 의료 환경에서도 세계 제일이라 평가받는 한국 의료를 위해 희생한 부분만을 생각했지, 환자들이 왜곡된 의료 환경에서 겪는 고충에 대해 소통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면서 "자기 연민으로 가장 큰 희생자인 국민의 아픔을 저희가 돌아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 없이는 저희 의사도 없다는 걸 잊었다"며 "이번 사태는 4월이 넘어가기 전에 해결해야 의료 파국을 맞을 수 있기에 교수들이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사직서)를 써서 진심을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의사들의 집단행동 문화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개원의가 야간이나 주말에 진료하는 것은 자발적으로 하는 것인데, 이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게 준법인지는 잘 모르겠다"면서 "개원의는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지켜야 할 근로기준법이 있는 게 아니라 준법투쟁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율적으로 시간을 정하는 것인데, 주말이나 야간 진료를 축소한다고 하는 부분은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방재승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HJ비즈니스센터에서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총회 집단 사직 여부 논의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