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의료대란 사태가 불거진지 한 달, 정부와 의사단체들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 사이 의대생 동맹휴학에 이어 의대교수들이 집단사직을 예고했고, 의사협회를 중심으로 총파업까지 거론되는 상황입니다.
정부는 행정명령과 형사처벌 등 강경 대응 기조를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18일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과 박명하 의협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서울시의사회장)에 대해 ‘면허정지 3개월’ 행정처분을 최종 통보했습니다.
박 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행정처분 본 통지서 사진을 공유하며 “결국 면허정지가 나왔다. 행정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의대 입학정원 증원 발표 이후 처음으로 나온 면허 정지입니다. 행정처분에 따라 이들은 4월15일부터 7월14일까지 3개월간 의사 면허가 정지됩니다.
의사 총파업은 2000년 의약 분업과 2014년 원격진료, 2020년 의대 증원을 놓고 정부 정책에 반발하며 모두 3차례 이뤄졌습니다. 실제 처벌까지 이뤄진 건 2000년 파업입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검사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의협 회장 등을 기소한 바 있습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 의사회 회장이 15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서 전공의 집단사직 공모 혐의 관련 조사를 받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은 20일부터 차기 회장 선거를 통해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합니다. 회장 후보는 박명하 위원장과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박인숙 전 국회의원, 정운용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부산·경남지부 대표 등 5명입니다.
후보자 대부분이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정운용 대표만이 증원 찬성 입장으로 알려졌습니다. 올해 초 의협 회장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한 임현택 회장은 지난 15일 경찰 소환조사 이후 “당선인 신분으로 전국 의사 총파업을 주도하겠다”고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집단공모·위력 여부 관건
의협이 강경파로 새 집행부를 꾸리면 총파업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법조계는 과거 사례에 비춰 총파업 집단공모 여부와 참여의 자율성이나 위력 여부 등이 처벌 기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실제 2000년 의약 분업 사태 때 의협이 일부 의사들에게 휴업 동참을 강요한 점과 전공의들과 공모해 집단 진료거부로 병원 업무를 방해한 점 등이 유죄로 인정됐습니다.
한 의료법 전문 변호사는 “당시 파업 참여를 위력을 행사해 강요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강요나 집단공모 시 공정거래 법률과 의료법 위반, 업무방해 등에서 문제될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원격의료 추진에 반발한 2014년 파업에는 검찰이 당시 파업을 주도한 의협 간부들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지만, 의사 개인의 자율적 판단에 의한 파업으로 판결이 나오면서 무죄 선고된 바 있습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020년에는 정부가 전공의들에 대한 고발을 취하하면서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집단행동에 대해서 정부가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법적 처벌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한 변호사는 “이대로라면 정부가 강한 처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집단 사직이나 파업에서 공모 여부만 인정되면 업무방해 등 혐의를 벗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