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피해 속출…의대교수 집단사직 임박

의대 교수 집단행동…환자 '불안'
전국 19개 의대 교수, 15일 사직 여부 논의

입력 : 2024-03-13 오후 4:55:41
 
 
[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병원 도착하고부터 진료 마치고 집에 가는 데까지 4시간인데, 언제까지 환자들은 내버려둔 채 서로 싸우기만 할 건지 모르겠어요."
 
13일 오전 상급종합병원인 분당서울대병원.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의 대기가 이어졌습니다. 전공의 이탈이 4주째 이어지면서 환자들의 얼굴엔 진료를 받지 못하고 돌아갈 지 근심이 가득했습니다.
 
의사 부족에 환자들 우려
 
자녀와 함께 병원을 찾은 김모(36)씨는 "지난주 아기가 소아빈혈이 의심된다고 해서 혈액검사를 하러 병원에 왔다"며 "오전 10시에 예약했는데 오래 기다릴까 봐 일부러 1시간 정도 빨리 왔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아이가 이제 막 돌이 지나 밖에 오래 있기도 애매한데 지금 상황상 어쩔 수 없다"며 "언제쯤 상황이 마무리 될지 대략이라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13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박한솔 기자)
 
일부 환자들은 사태를 악화시키는데는 정부의 무책임이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다른 환자들은 의사들의 이기적 태도가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대기중인 50대 김모씨는 "처음부터 정부가 의사들하고 합을 맞췄으면 이렇게까지 커질 일은 아니지 않냐"고 반문했습니다. .김씨의 아내 정모씨는 "의사들이 자기 밥벌이 줄어들까 악을 쓰는 것 같다"며 "오늘도 2시간째 대기하고 진료했는데 교수들까지 파업하면 앞으로 얼마나 대기가 길어질지 모르겠다"고 토로했습니다.
 
전공의들의 복귀가 움직임이 없는데다 의사들의 집단행동까지 예고되면서 환자들의 불안만 커지고 있는 겁니다.
 
전날 전국 19개 의대 교수들은 공동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했습니다. 비대위는 15일까지 각 의대 교수들의 사직 여부를 결정할 방침입니다. 앞서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정부에 의대 증원 1년 유예를 제안했지만 정부는 이를 거부했습니다. 이에 교수들은 제자들을 지키고자 이같은 결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의대 교수 연대…집단 사직 가능성
 
각 대학교수와 수련병원 임상진료 교수들은 사직서 제출 여부 시한이 임박했습니다. 사직서 제출이 의결된 의대의 제출시기는 차후 회의에서 결정할 예정이지만, 서울의대 교수들은 18일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이날을 기점으로 현 상태라면 전국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비대위는 "의대생들의 학업과 전공의들의 수련 중단으로 인한 대한민국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함께 행동하기로 했다"면서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학업과 수련에 복귀할 수 있는 협상의 자리를 마련해 주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비대위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의대 증원 정책을 밀고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정부는 "의대 교수들이 의사로 하는 일은 의료법을 적용받는 만큼 업무 개시 명령을 어기고 현장을 이탈할 경우 위법이 된다"면서 "명분 없는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말고 제자들이 환자 곁에 돌아올 수 있도록 적극 나서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정부와 의료계의 의대 정원 증원 갈등으로 의료현장 공백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13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내원객이 수납 등 접수를 기다리고 있다.(사진=뉴시스)
 
성남=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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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