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전공의의 의료 현장 이탈에 이어 의대 교수들까지 오는 25일 사직서 일괄 제출 의사를 밝히면서 의정 갈등의 불씨가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배정이 이번 주 발표될 것으로 예상돼 '의료마비' 현실화가 초읽기에 몰린 모습입니다.
의대 교수, 사직서 제출…정부에 맞불
서울대의대와 연세대의대는 19일부터 사직서를 비대위에 제출해 25일 일괄 제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성균관의대 역시 사직서를 낼 교수를 집계하고 있습니다.
연세대의대 교수 비대위는 이날 성명을 내고 "교수들은 의료 현장을 지키는 동안 필수 의료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지만 의료진의 상태를 고려해 환자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준으로 축소 개편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사직서를 제출한 최세훈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부교수는 자신의 SNS에 "이 상황을 도저히 못 견디어 사직서를 낸다"면서 "정책의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그 정책으로 인해 한 나라의 의료가 붕괴된다면 아마추어 정부, 돌팔이 정부뿐"이라고 사직의 변을 올렸습니다.
빅5병원 중 가톨릭의대와 울산의대는 지난주 사직 결의를 마쳤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의대 증원에 강경한 입장입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지금도 의료계 일부에서는 의대 증원에 대해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며, 국민들이 동의할 수 없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면서 "단계적 접근이나 증원 연기로는 국민의 생명을 살리고 지역과 필수의료 붕괴를 막는 의료개혁을 결코 추진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의협 비대위에 대한 의사 면허정지 통보도 시작됐습니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과 박명하 조직강화위원장은 지난 18일 3개월 면허정지 통지서를 우편으로 송달받았습니다. 이들은 4월 15일부터 3개월간 의사 면허가 정지됩니다.
정부는 수차례 경고에도 의료 현장에 돌아오지 않은 전공의 1300여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공고했고, 공시 송달 이후에도 현장 복귀를 하지 않을 경우 면허정지 절차에 들어갈 전망입니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에서 사직서 제출 시기 논의를 위한 총회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전공의 집단사직에 대학병원 '줄도산' 위기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지속되면서 병원들의 경영난도 가중되고 있습니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이 한달 째 이어지며 병원 가동률은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대학병원들은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의대 교수들의 사직이 본격화되고, 실제 사직하는 사례가 이어질 경우 줄도산 위기를 피하기 힘든 전망입니다.
인력 공백에 따른 진료 축소로 매출이 줄었지만 병원 유지비는 그대로 들기 때문에 경영난이 불가피합니다. 적자를 피하기 위해 한도를 늘린 마이너스 통장 역시 2~3개월이 한계라는 지적입니다.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의 병상 가동률은 60% 수준이고, 고대안암병원 병상가동률은 50%로 급격히 하락했습니다. 지방 대학병원도 40~50%대로 상황은 비슷합니다.
이에 대형병원들은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는가 하면 병동을 통폐합하고 의사 외 직원들의 무급휴가 등을 권고하고 나섰습니다.
대학병원 관계자들은 "병원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대체로 현재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면서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고 있지만 오래 버티긴 힘들 것"이라고 호소했습니다.
정부의 전공의 처벌 방침 등에 반발해 의대 교수들이 집단 사직서 제출 움직임을 보이는 19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 1층 로비에 "의사 선생님 환자 곁을 지켜주세요"라는 소원쪽지가 붙어 있다.(사진=뉴시스)
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