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정부가 의대 증원 2000명 배정을 발표하며 27년 만에 증원이 실행된 가운데 의료계는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입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 선거가 시작된데다, 여러 의사단체들과 공동으로 보조를 맞추기 위해 정부에 대한 대응 수위를 조절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는 25일 전국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이 예고돼 있고, 의협 추가 회장 후보들 모두 강경파로 지목되는 상황에서 대정부 투쟁의 수위가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의협 비대위, 24일 향후 투쟁방향 논의
의협 비대위는 오는 24일 회의를 열고 향후 투쟁 방향을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김성근 의협 비대위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여의도성모병원 외과교수)은 21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가진 정례 브리핑에서 "대한전공의협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과 어떻게 움직여야 할 것인지 의견을 나누고 있다"며 "이번주 일요일(24일) 오후 2시 비대위 회의를 열고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의논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부위원장은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 아직 결론을 내지 않았다"며 "여러 번 정부에 호소했지만 강경하게 받아주지 않고 있어 앞으로 어떤 사태가 벌어질 지는 예측불허"라고 덧붙였습니다.
의협 비대위는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이 복귀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의료계는 정부를 향해 대화의 문을 열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김 부위원장은 "정부가 전공의들이 돌아올 수 있게 힘을 써야 하는데 현재는 굉장히 답답한 상태"라며 "대화를 하자면서 행위를 보면 대화를 하자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화의 장이 마련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정부의 정공의 면허정지 처분에 대해선 강경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미복귀 전공의들이 1명이라도 면허정지 처분을 받으면 곧바로 행동에 나서겠다는 겁니다.
김 부위원장은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이 나오면 행정소송에 들어갈 것"이라면서 "단 1명이라도 면허정지 처분을 받으면 의대 교수협 등에서 밝힌 것처럼이 강력한 조치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정부가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 정원 대학별 배정 결과를 발표한 지난 20일 경기도 수원 영통구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열람실에 의사 실습 가운이 걸려있다.(사진=뉴시스)
의대 교수들 '25일 사직'...대화 시도 목소리도
의대 교수들의 '25일 사직 예고'도 아직은 살아있는 불씨입니다.
다만 대화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점은 주목할 부분입니다. 방재승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한 방송에서 정부에 대화를 요청하면서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이 철회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내비쳤습니다.
방 위원장은 "정부가 먼저 전공의에 대한 조치를 풀고,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고 해야 한다"며 "정부가 전공의 면허정지 등에 대한 조치를 풀어주고 대화의 장을 만들면 저희 교수들도 사직서 제출을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교수들은 의대 증원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검증을 통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며 "정부가 발표한 2000명 증원은 객관적인 데이터가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내년 의대 정원은 객관적인 검증을 통해 배치해보는 방안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정부가 의대 증원 배분 발표를 예고한 20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비어 있다.(사진=연합뉴스)
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