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실적 부진을 겪는 국내 양대 전자부품사인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전년과 마찬가지로 지난해에도 역대급 연구개발(R&D) 투자 행보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요가 높은 인공지능(AI)과 전장 분야의 고부가가치 전자부품에서 차별화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입니다.
26일 삼성전기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연구개발비로 5878억원을 투입했습니다. 연간 기준 역대 최대치였던 전년(5771억원)과 비교해 1.8% 늘어난 수치입니다. 2년 전인 2021년(5672억원)보다는 3.6% 증가했습니다.
삼성전기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지난해 기준 6.6%로, 2년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습니다. 최근 3년 간 추이를 보면 2021년 5.9%였던 수치는 2022년에 0.2%포인트 증가한 6.1%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는 전년과 비교해 0.5%포인트 올랐습니다.
LG이노텍이 지난해 연구개발비로 지출한 금액은 7176억원입니다. 전년(7530억원)과 비교하면 4.7% 줄었지만 연간 기준으로는 전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입니다. 2년 전인 2021년(5643억원)보다는 27.2%나 늘었습니다.
지난해 LG이노텍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투입 비율은 3.5%로, 전년(3.8%)보다 0.3%포인트 하락했습니다. 2021년에도 3.8%를 기록했는데, 이를 고려하면 회사는 최근 3년 간 해당 비중을 3% 중반~후반대 수준에서 유지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이들 두 기업의 지난해 연간 연구개발비 합산 규모는 1조3054억원으로, 전년(1조3301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았습니다. 양사의 연구개발비를 합한 금액이 2년 연속 1조3000억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난 20일 열린 삼성전기 주총에서 장덕현 사장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기
양사는 글로벌 경기침체와 고물가에 따른 전방 IT 수요 약세로 지난해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삼성전기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394억원으로 전년보다 45.9%, LG이노텍은 8308억원으로 34.7% 급감했습니다.
두 회사의 영업이익이 1조원을 밑돈 것은 지난 2020년 이후 처음입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양사가 2년 연속 막대한 연구개발비 집행을 이어간 것은 전장(자동차 전자·전기 장치부품)·산업용 등 고부가제품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AI와 전장 분야에서 우수한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개발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키운다는 방침입니다. 이에 따라 양사는 올해도 연구개발비에 2022~2023년과 비슷한 대규모 금액을 집행할 것으로 점쳐집니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가 지난 21일 주총 후 취재진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LG이노텍
최근 삼성전기는 전기차용 고압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를 개발, 시장에 처음 공개했습니다. 기존 IT용 MLCC의 사용전압 6.3V 대비 100배 이상의 사용 환경인 1000V와 630V를 보증하는 고난도·고부가 제품으로, 글로벌 자동차 부품 거래선에 공급할 계획입니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지난 20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AI·서버·전장용 매출을 확대해 고성장·고수익 사업에 집중하겠다"며 '2025년 전장용 매출 2조원 이상, 매출 비중 20% 이상 달성'이라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LG이노텍은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분야에서 후발주자의 약점을 극복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고부가 반도체 기판인 FC-BGA는 AI 고도화의 핵심 부품으로도 꼽힙니다. 지난달 양산에 돌입한 구미4공장은 AI가 적용된 최첨단 설비를 갖췄습니다.
LG이노텍은 5년 내 전장 매출을 5조원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입니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는 지난 21일 주총에서 "현재는 전장과 카메라로 나뉜 전장 부품 사업에서 매출 2조원을 올리고 있다"며 "5년 내에 매출 5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신지하 기자 a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