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61) 전 한동대 교수가 지난해 말에 교수직을 그만둔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의아했습니다. 한국 최고의 직업이라는 대학교수를, 그것도 5년이나 남았는데…총선에 나간다고 하더라도 현직 교수가 유리하다는 건, 상식이기도 하구요.
그는 "답답하다"고 했습니다. 윤석열정부에서 벌어진 외교 참사들이 답답했고, 이 정부 임기가 끝나는 3년 뒤에 복구가 가능할 것인지도 답답했다는 겁니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는 주목하는 후배 연구자로 그를 빼놓지 않고 꼽으면서 "현안 이해력과 대응력이 출중하다"고 말하곤 합니다.
국정기획자문위원, 국립외교원장으로 일하면서 문재인정부의 대표 대외정책 중 하나인 신남방·신북방 정책을 기안한 그는 이제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후보 6번입니다. 현재 여론조사 지표로 보면, 특별한 상황이 없는 한 국회에 입성합니다. 조언자, 정책 참모에서 벗어나 자기 이름을 걸고 직접 정치 일선에 나서게 된 겁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일개 교수로도 윤석열정부에 맞서 상당한 '전투력'을 보여온 그가, 국회의원이라는 '갑옷'을 입고 벌일 활약에 대한 기대가 적지 않습니다.
그는 비례대표 후보 순위를 가리는 선거 과정에서 △러-우 전쟁과 대만 위기 불개입 국회 결의안 △윤석열 정부 외교 참사 방지 초당파 의원연합 결성 △동북아 평화세력의 국제연대 결성(평화 쿼드) △의원외교를 통한 한반도평화체제의 국제지지 견인 등을 공약했습니다. 그런데 이미 세 번째는 그가 이사장인 외교안보 전문가 네트워크 '외교광장'에서 이미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기도 합니다. 아래는 25일 <뉴스토마토>에서 김 후보와 나눈 문답 요약입니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비례 6번 후보는 <뉴스토마토> 사옥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조국혁신당이 비례전문 정당이다 보니 아무래도 민주진영의 비례연합 표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있는데, 민주 진영의 파이가 커진 것이고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포지티브섬 게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사진=뉴스토마토)
"망가진 외교, 3년 뒤 복구 가능성에 대한 조급함 생겼다"
-정년을 5년이나 남기고 올해 초 교수직을 그만뒀습니다. 총선에 나갈 생각이었다면 현직 교수가 유리하다는 점에서, 의아하다는 시각이 많았습니다.
그렇죠. 총선 때문이었다면 교수직을 유지하다 나중에 사임했어도 되겠죠. 제가 교수 생활을 딱 25년 했는데요. 현재 정치 상황에 대한 답답함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제가 강연 요청이 많은 편이긴 한데, 강연이나, 연구, 교육, 자문, 언론 활동은 다 가치가 크지만 간접적인 일이기 때문에 좀 오래 걸립니다. 그래서 꼭 현장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습니다.
-윤석열정부에서 벌어진 외교 상황들을 보면서, 학교에 있는 게 답답했다고 정리할 수 있겠네요.
제가 강연 중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 '외교에는 상대가 있는데 지금 망가지면 3년 후에 복구가 가능하느냐'는 거였어요. 저도 같은 질문을 가지고 있었어요. 또 제 나이도 60을 넘다 보니 마음도 급해졌고요.
-지난 대선 때 이재명 후보 당선을 위해 활동했고, 현재도 다른 당들도 있는데 조국혁신당으로 간 이유는 무엇인가요.
조국혁신당 이전에 민주당에서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장을 맡고 있었어요. 이재명 대표 자문도 해왔고요. 그래서 제가 정치를 한다면 다들 민주당으로 갈 거라 생각했는데요. 말은 많았지만 실질적으로 저한테 손을 내민 건 조국혁신당이었죠.(웃음) (조국혁신당의) '쇄빙선', '조금 더 진보적', '조금 더 세게'라는말이 제 색깔과 맞았어요.
-외교전문가로서 롤모델을 꼽는다면.
국내에서는 문정인 교수님이고요.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도 좋아하기는 하죠. 키신저가 외교의 기본과 해박함을 가지고 있어요. 저한테 '한국의 키신저'가 되라는 덕담까지 들어보기도 했는데요. 다만 강대국 위주의 지나친 힘과 이익이 반영된 것 등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있어요. 그래도 늘 완벽한 모델만 필요한 건 아니잖아요. 하나의 롤모델이죠.
"범야권 공통은 '반윤'…민주진영 파이 커진 포지티브섬 게임"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를 갈라치기하려는 움직임도 있는 것 같습니다.
범야권에 공통된 것은 반윤(반윤석열)인데요. 이런 부분에 관해서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어떤 경우라도 협력해야죠.
다만 조국혁신당이 비례전문 정당이다 보니 아무래도 민주진영의 비례연합 표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있는데, 저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여론조사 통계를 보면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30%대에서 각축전을 벌이다가 현재 국민의힘은 30%대에 머물러 있지만 더불어민주연합과 조국혁신당의 비례대표를 합치면 50%가 넘습니다. 민주 진영의 파이가 커진 것이고,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포지티브섬 게임인 거죠.
그럼에도 '지민비조'(지역은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와 '몰빵론'을 놓고 이간질이 있는데요. 민주당은 당연히 몰빵론을 주장해야죠. 민주당이 지민비조하자고 하는 게 맞겠습니까? 민주당은 몰빵론을 말하고 조국혁신당은 지민비조로 가면, 부딪힐 일이 전혀 없는 거죠.
-비례 전문 정당이다 보니 선거운동에 제약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제한이 많습니다. 비례 후보는 선거법상 선거운동을 할 수 없습니다. 옥외 집회를 할 수 없고, 마이크도 못 잡고, 지역에 현수막도 못 걸어요. 강연을 가도 먼저 자기 당 얘기를 할 수 없고, 소극적으로 질문에만 답해야 합니다. 결국 언론 활동이나 SNS 같은 공중전만 가능합니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미디어는 양당이 각축을 벌이는 지역구로 이목을 집중하지 않겠습니까. 28일부터 공식 선거운동 2주 동안 조국혁신당은 주목도에서 밀릴 수밖에 없어요. 긴장되는 시간인 거죠.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6일 서울 동작구 아트나인에서 열린 5호·6호 인재 영입식에서 6호 영입인사인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에게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협상 없이 퍼주기만 한 윤석열정부, 우리만 봉 됐다"
-미중 갈등의 핵심에 첨단 반도체 기술 패권 문제가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한편, 미국과 동맹국 업체들에 대한 지원금을 내놓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까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BBC(배터리·바이오·반도체) 분야에서 200조원 정도를 유치했는데, 이중 한국이 133조원(5대 기업 기준)입니다. 이 중에서 70~80조원은 이미 투입됐기 때문에 조금 과장하면 BBC 공장은 한국의 공사판이라 할 수 있죠. 문제는 윤석열정부가 이런 과정에서 충분한 협상을 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미국이 원천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마냥 거절할 수 없는 부분은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투자하는 대신 조건을 걸었어야죠. 우리가 투자해서 공장을 세우는 동안, 가령 미국에 있는 기업과 한국 기업을 동일선으로 취급해서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윤석열정부는 단 한 번도 협상하지 않았고, 협상 의지를 밝힌 적도 없어요. 그런데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당선된다면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어요. 우리는 완전히 봉이 되는 거예요. 윤석열정부는 원천 기술 때문이다, 한미 동맹 때문이라고 하지만, 반만 맞는 말입니다. 미국도 우리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어요. 그 절실함에서 타협점을 찾았어야 하는데, 다 준거예요.
-외교·안보 분야는 대통령의 영역이라는 특수성이 있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야당의 승리가 현재 한국 외교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정확하게 그렇습니다. 또 과거 외교는 대사를 통해서 이뤄졌는데, 최근에는 각국 정상들이 만나서 중요한 결정을 하기 때문에 대통령의 결정이 더 막대해졌죠. 국익에는 여야가 없다고들 하는데, 이 말에는 야당의 반대가 국익을 해친다는 프레임이 있어요. 하지만 외교 정책은 국민의 지지를 받느냐 받지 못하느냐에 따라 힘이 달라져요.
제가 중국 관료들이나 러시아 학자들을 만나 보면 '윤정부가 왜 이렇게까지 관계를 망가뜨리는지 모르겠다'면서도 '인내하겠다'고 해요. 어차피 윤석열정부는 3년밖에 남지 않았고, 한국 국민들이 윤석열정부의 외교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구태여 한국과의 관계를 망가뜨리지 않고 동결시켜 놓겠다는 거예요. 역설적으로 다행스러운 거죠. 그래서 제가 그 때 나라도 계속 떠들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이 말은 야당이 이번 총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면 중국·러시아가 한국과의 관계를 동결시킨다는 겁니다.
"북핵 문제, 북한이 전략적으로 남한보다 유리해져"
-트럼프가 다시 집권하면 북미 핵군축협상론이 등장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그게 처음 나오는 얘기가 아니고 (2019년 2월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직후부터 소수 의견으로 나오던 내용인데요.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는 북한의 핵만 인정해 주는 협상이 되지 않겠냐는 우려가 큽니다.
핵군축협상론이 곧바로 북한 핵에 대한 합법화가 아닙니다. 우리가 '무강 강도다'라고 말한다고 해서, 그 무장 강도가 합법이라고 인정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북한의 불법적 핵을 합법화하는 게 아니라 사실로 받아들이자는 거죠.
그리고 북한이 궁극적인 비핵화에 합의해야 합니다. 그걸 합의하지 않고 중간 단계만 같이 하고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이렇게 하면 안 됩니다. 그런 다음 실무적으로 가게 되면 주고받을 수밖에 없게 될 겁니다.
-말씀하신 그런 최소한의 전제가 없다면, 한국에서는 핵무장 여론이 강해질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미국이 협상을 주도해야 합니다. 미국이 끊임없이 한국을 안심시키고, 한국에 신뢰를 보여줘야 하는 문제가 있는 겁니다. 그런데 현재로서는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시험을 막을 장치가 없습니다. '눈 가리고 아웅'식이죠. 북한의 핵능력은 계속해서 고도화하고 있는데, 미·러 관계, 미·중 관계로 인해 북한 문제는 계속 뒤로 밀리면서 북한은 전략적으로 남한보다 훨씬 더 유리해지는 거예요. 제재는 작동 안 하고, 북러 협력, 북중 협력은 커지고 있는데 어떻게 할 겁니까.
-해병대 수사 외압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결국 귀국했습니다. 조국혁신당은 이 문제를 어떻게 대응할 계획입니까.
외교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참사죠. 결국엔 사퇴해야 합니다. 호주로 떠난 지 11일 만에 귀국해서 한국에 머문다고 하는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조사를 받는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한국과 호주를 계속 왔다 갔다 할 겁니까. 호주와의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빨리 사퇴해야죠.
김준형 조국혁신당 비례 6번 후보는 <뉴스토마토> 사옥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조국 대표가 당한 일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 보편성을 갖게 되면 그건 사적 영역에 머무르는 일이 아닌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뉴스토마토)
-조국혁신당이 조국 대표의 개인 복수심에 근거한 정당이라는 시각이 있습니다. 현재 한국 정치에서 조국혁신당의 존재 필요성은 무엇인가요.
초기에는 저도 그런 프레임에 빠져있었습니다. 멸문지화를 당한 복수심으로 나선다는 프레임이 설득력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 뒤에 제가 찬찬히 살펴봤습니다. 사과를 절대 안 한다는 프레임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실제로는 사과를 엄청 많이 했어요. 공중파에서 잘 안 부르고, 불러도 녹화로 한다는 거예요. 거기서 사과해버리면, 조국은 사과를 안 한다는 프레임이 깨져 버리니까.
그런데, 바로 잘못했다고 인정하고 사과했는데, 처벌이 너무 강합니다. 비례성이 안 맞는 겁니다. 조국 대표는 자신에게 댄 잣대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대라고 요구합니다. 논리적으로 맞지 않습니까.
그리고 조국 대표가 당한 일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 보편성을 갖게 되면 그건 사적 영역에 머무르는 일이 아닌 겁니다. 사람들이 그런 면에서 공감한다고 봅니다. 조국(曺國) 대표 개인을 넘어서 파더랜드(fatherland) 조국(祖國)의 문제가 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