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췄던 서울 정비사업 '재가동' 임박

현대건설, 대조1구역 집행부 구성 시 5월 공사 재개
월계동신·잠실진주 재건축, 공사비 협상 후 사업진행 속도
공사비 갈등, 억제 근거 부족…지속 시 '공급부족' 우려

입력 : 2024-03-26 오후 3:32:44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조합 간의 갈등으로 3달 넘게 공사장의 문을 닫았던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주택재개발 사업’이 공사재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해당 사업은 조합집행부 갈등과 미수 공사비 문제로 공사가 중단됐습니다. 이에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관할 지자체인 서울시와 은평구청 등은 더 이상 공사가 지연되면 안 된다는 판단 하에 오는 5월 공사 재개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편 대조1구역 공사 재개 소식에 공사비 인상을 둘러싼 갈등을 겪고 있는 서울 타 사업장도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낼 지 관심이 쏠립니다. 업계에서는 향후 서울과 수도권 지역 아파트 공급난이 예상되는 만큼 정비사업장의 갈등 해결이 매우 중요해졌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현대건설, 조합 설명회 개최…5월 공사 재개 가닥
 
2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 23일 대조1구역 내 현장사무실에서 200여명의 조합원이 참석한 가운데 설명회를 열었습니다.
 
현대건설은 지난 13일 공사재개 결정 이후 15일 은평구청장과의 면담을 진행했고, 그 자리에서 공사재개를 위해 조합원과 원활한 소통이 필요하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하며 조합원 설명회를 개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공사 중단 현장. (사진=송정은 기자)
 
설명회에서는 조합 집행부 부재에 따른 공사 중단 사유, 조합 관련 소송 현황, 재착공 일정 및 결정 사유, 향후 공사재개를 위한 제반 사항 등 사업 전반에 대한 내용이 공유됐습니다.
 
파행을 거듭했던 조합 집행부를 재구성하기 위한 일정도 언급됐습니다. 은평구청은 최근 조합 집행부를 새롭게 선임하기 위해 선거관리위원회 모집공고를 냈는데요, 선임 총회가 열리는 5월 집행부 구성이 완료되면 사업이 본격 재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대건설 역시 선임 총회 일정에 맞춰 재공사 준비 중으로 사업정상화를 위한 조합원의 관심과 집행부 선출을 호소했습니다.
 
"더 늦어지면 안돼"…안정적 조합 집행부 구성 조건 내세워
 
현대건설은 그동안 재착공 조건으로 제시한 핵심 사항 중 안정적인 조합 집행부 구성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강조해왔습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조합 내분으로 공사가 중단된 이후 3개월 간 개선사항이 보이지 않았고 이대로라면 사업 자체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판단에 사업 재개를 결정했다"며 "다른 조건을 제외하더라도 안정적인 집행부 구성만 되면 공사를 재개하겠다는 점을 약속드리며 지금부터 안전진단 등 사전에 필요한 준비를 시작해 선임총회를 통해 조합장 및 임원이 선임되는 즉시 재착공을 통보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설명회에 참석한 한 조합원은 "조합원 분양을 선거 공약화하며 사업 자체를 뒤흔드는 집행부의 행태를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다"며 "은평구청에서 조합 집행부 선출에 지장이 없도록 강력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적법한 조합 집행부 구성과 미수공사비 지급 등이 1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판단되는 가운데 현대건설 측이 조합 정상화에 집중하고 준공과 입주 일정이 더 이상 지연되지 않기 위해 전향적인 결정을 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서울 강북권 최대 재개발 사업으로 꼽히는 대조1구역 재개발은 은평구 대조동 일대 11만2000㎡ 부지를 재개발해 지하 4층∼지상 25층, 28개동 2451가구를 짓는 사업입니다. 2022년 10월 착공한 이 사업은 조합집행부 공백, 미수공사비 1800억원 부담 문제로 지난 1월 1일자로 공사가 중단됐습니다.
 
월계동신·잠실진주, 공사비 협상 막바지
 
한편 대조1구역 공사 재개 소식이 공사비 갈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는 다른 서울 도시정비사업장에도 영향을 끼칠 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현재 공사비 상승으로 인해 시공사와 협상 중인 서울의 대표적인 사업장은 서울 노원구 월계동신아파트 재건축과 송파구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 등이 있습니다. 
 
서울 노원구 월계동신아파트. (사진=뉴시스)
 
월계동신아파트 재건축 현장은 지난해 공사비 인상을 두고 갈등을 겪었는데요, 2022년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과 조합 측은 3.3㎡당 540만원의 공사비로 합의했지만 이후 비용 상승 등을 이유로 시공사가 3.3㎡당 695만원을, 조합측은 3.3㎡당 597만원을 요구했습니다. 이 후 양측은 657만원에 공사비 합의를 마친 후 본계약을 준비 중입니다. 
 
잠실진주 아파트는 공동시공사인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해 10월 3.3㎡당 899만원으로 공사비를 올려줄 것을 조합에 요청했습니다. 최초 공사비가 510만원에 불과했지만 원자재 가격 인상과 문화재 발굴, 설계 변경 등을 이유로 공사비는 3.3㎡당 665만원에 이어 900만원에 이르기까지 높아졌습니다. 지나치게 높아진 공사비에 조합 측이 반발하자 시공단은 3.3㎡당 823만원으로 공사비를 낮춰 협상을 진행 중입니다.
 
공사비 갈등 지속될 것…향후 '공급부족' 초래 우려
 
전문가들은 도시정비사업장에서 공사비 갈등은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공사 지연과 중단 사태 등이 벌어지면 향후 서울지역 주택공급부족 현상을 부채질 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사비 급증 및 갈등의 근본 원인인 인플레이션과 고금리가 당장 해소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건설사의 공사비 인상 요구를 강제로 억제할 방안이 없는 만큼 이를 둘러싼 건설사와 조합 갈등은 앞으로도 빈발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함영진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부장대우는 "현재 전국 주택 공급 실적률이 14% 정도로 예정 대비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며 "공사비 인상 문제로 정비사업장의 분양 속도가 늦어지면 주택 대기 수요가 있는 수도권 위주로 향후 수급불균형 문제가 일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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