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공급망 재편)⑥철강, 당면과제는 '탄소 장벽' 극복

EU CBAM, 2026년 본격 시행…철강업체, 대응책 마련 분주
"수출 경쟁력 하락 우려…미국 탄소세 부과 입법안도 부담"
수소환원제철·'전기로-고로' 체제 구축 등 기술 개발 집중

입력 : 2024-04-01 오후 5:12:52

[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국내 철강업계가 글로벌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본격적인 제재 시기가 다가오면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합니다. 
 
오는 2026년 본격 시행될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6개 제품군(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전력·수소)을 EU로 수출할 때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량 추정치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입니다. 일명 '탄소국경세'가 부과되는 겁니다. 대상 품목 중 가장 타격이 클 것으로 관측되는 국내 업종은 철강 산업입니다. 
 
따라서 국내 철강업체들이 수출에 타격을 받아 경쟁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끊이질 않습니다. CBAM에 따라 CBAM 인증서 구매 의무가 생기면서, 우리 철강사들의 탄소중립 실현이 무역 장벽을 극복할 수 있는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겁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강사들은 지난해 말부터 시행한 CBAM 시범적용에 따라 탄소배출량을 EU에 보고하기 시작했습니다. 시범적용 기간은 CBAM를 본격 시행하기에 앞서 기업들이 제도에 대비하도록 준비기간을 둔 것입니다. 때문에 내년 말까지는 별도 관세를 부과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오는 2026년부터 CBAM이 전면 시행되면 수출품 제조 과정에서 기준을 넘는 탄소 배출량만큼 배출권(CBAM 인증서)을 구매해야 합니다. 
 
철강업체들은 철강재를 생산하기 위해 고로에 석탄을 이용해 철광석과 산소를 분리하는데 철강 1톤(t)을 생산하면 이산화탄소 2t이 나옵니다. 이같이 철강업계는 산업계 최고 수준의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상황이라 환경 규제에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의견이 있는 겁니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소재·산업환경실장은 "EU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증가하고 수출경쟁력이 하락할 수 있다"며 "미국에서 유사한 탄소세 부과 입법안이 올라가 있는 것도 부담"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우선 EU CBAM 시행은 우리 철강업계가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판재류 수출이 많아 분명한 부담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앞으로 EU에서 무상할당을 점진적으로 축소함에 따라 내야할 비용이 급격히 높아질수 있어 결국 철강재 생산 당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집약도를 낮춰 나가야만 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철강 '빅2', 탄소중립 경쟁력 확보 속도
 
이같은 상황에 놓이자 국내 철강 '빅2'로 불리는 포스코그룹과 현대제철은 탈탄소 전환을 위한 연구개발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우선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을 위해 작년 연구소 내 저탄소제철연구소를 신설했으며, 올해는 수소환원제철 하이렉스 시험 설비의 설계 최적화 및 본격적인 착공에 대비하기 위한 'HyREX추진반'을 출범시켰습니다. 
 
수소환원제철은 화석 연료가 아닌 수소를 사용해 쇳물을 생산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석탄·천연가스와 같은 화석 연료는 철광석과 화학 반응하면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만, 수소는 물이 발생해 철강 제조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HyREX를 개발하고, 단계적인 설비전환을 통해 '2050 탄소중립' 실현 기반을 갖출 계획입니다. 포스코 수소환원제철 개발센터는 2027년까지 연산 30만t 규모의 HyREX 시험설비를 준공하고 기술 상용화 가능성을 검증할 목표입니다.
 
이백희 포스코 안전환경본부장은 "저탄소경영을 기조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과 2050 탄소중립비전 실현에 기여하고 있다"며 "포스코는 앞으로도 HyREX 상용화, 체계적인 수자원 관리 등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지속가능경쟁력을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포스코 수소환원제철 개발센터 전경. (사진=포스코그룹)
 
현대제철도 자체적으로 정한 탄소중립 로드맵을 진행 중입니다. 현대제철은 고로(용광로) 제품의 품질을 유지하면서 저탄소화된 자동차용 고급 강재 생산을 목표로 '전기로-고로 복합 프로세스'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1단계로 기존 전기로를 활용해 저탄소화된 쇳물을 고로 전로공정에 혼합 투입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2단계에서는 현대제철 고유의 신(新)전기로를 신설할 계획입니다. 이에 따라 오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이 약 40% 저감된 강재를 시장에 선보일 복안입니다.
 
현대제철의 신전기로에는 현대제철의 저탄소제품 생산체계인 '하이큐브(Hy-Cube)'기술이 적용됩니다. 하이큐브는 신전기로에 철스크랩과 용광로의 탄소중립 용선, 수소환원 직접환원철 등을 혼합 사용해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최고급 판재를 생산하는 걸 의미합니다.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은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를 향해 단계적으로 실행에 옮기고 있다"며 "고로 제품 품질을 유지하면서 단계적으로 저탄소화된 자동차용 제품 생산을 목표로 달려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민동준 연세대학교 신소재공학과 명예교수는 "철강사들의 탄소중립은 신성장 동력 수준을 넘어서 생존의 여부"라며 "철강재 수출하는 것과 조선과 완성차사에 간접적으로 판매하는 부분을 합쳐서 50%이상이 수출인데 이 시장을 방치할 수 없어 상대방 요구 기준을 맞춰야하는 건 절대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안동일 전 현대제철 사장이 지난해 중장기 탄소중립 로드맵 발표하는 모습. (사진=현대제철)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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