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정신아호' 출항)①방점은 '쇄신'…'조직안정'은 과제

이사진 개편으로 구심력 확보…'위기관리' 방점
'콘텐츠'와 'AI'…수면 위로 드러난 조직 개편 방향성
사일로 현상 등 조직 문제 해결 의지…'안정화'는 과제
신수종 사업 AI 드라이브…"실제 AI 서비스 빨리 출시해야"

입력 : 2024-04-02 오전 6:00:00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휩싸였던 카카오의 새 사령탑으로 정신아 대표가 공식 취임했습니다. 정 대표는 흔들리는 '카카오호()'의 키를 잡고 쇄신의 항로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 임무가 주어졌는데요. 막중한 왕관의 무게와 산적한 과제 속 정 대표의 행보에 관심이 모입니다. 본격 출항한 '정신아호'의 항로와 넘어야 할 파도에 대해 2차례에 걸쳐 짚어봅니다. (편집자 주)
 
정신아 카카오 대표 (사진=카카오)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카카오에 시간이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주어진 시간 속에서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지난해 12카카오(035720)의 차기 대표로 내정된 정 대표는 당시 이 같은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사법리스크라는 높은 파도에 더해 일부 임원진의 도덕적 해이, 내홍 등 카카오를 엄습한 일련의 상황들이 더 이상 심각해지도록 놔둬서는 안된다는 위기감이 깔린 것입니다.
 
이후 정 대표는 내정자 신분으로 직원들과 소통을 이어갔습니다. 1일 카카오에 따르면 정 대표는 내정자 신분으로 20여 차례에 걸쳐 1000명 이상의 임직원과 대면 미팅을 진행하며 쇄신 방향성 설정 및 세부 실행 방안 수립에 매진해 왔습니다.
 
그 일환으로 현재 다음 CIC(사내 독립 기업)을 콘텐츠 CIC로 변경하고 콘텐츠 역량 강화 계획을 드러냈습니다다음 포털을 넘어서 종합 콘텐츠 서비스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입니다. 콘텐츠 CIC 대표에는 IT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양주일 카카오톡 부문장을 내정했습니다.
 
카카오 그룹의 기술을 책임질 CTO(최고기술책임자)에는 정규돈 전 카카오뱅크 CTO를 내정했습니다. 다만 정 내정자는 스톡옵션 차익 실현으로 인한 '먹튀' 이슈와 '회전문 인사'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아 향후 논란이 예상됩니다.
 
지난달 28일 주주총회에서는 조선일보 논설위원 출신 권대열 CA협의체 ESG위원장과 검사 출신 조석영 CA협의체 그룹준법경영실장이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리며 회사 구심력 강화를 위한 이사회 재편도 마무리 했습니다. 언론인과 법조인 출신으로 '위기관리'에 방점이 찍힌 인선입니다.
 
대표 부임 이후에는 즉각 신수종 사업인 AI(인공지능) 전략과 함께 내부 조직 개편 소식을 알리며 전열을 가다듬는 모습입니다. 그간의 자율경영 체제에 종언을 고하고 책임경영 체제로 효율화를 꾀하겠다는 복안입니다. 이와 관련 카카오는 의사결정 단계를 간소화하고 조직 및 직책 구조를 단순화해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일로 현상(Silo effect·조직 내 부서 간 장벽)'을 해소하겠다는 계획도 드러냈는데요. 오랜 기간 지적된 내부 조직 문제를 해결하고 기강을 잡아 쇄신 구심력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됩니다. 다만, 내부 조직 문화 개선과 경영 쇄신을 두고는 카카오노조 등 임직원과의 입장 차가 여전히 남아 있어 '조직 안정화'는 향후에도 과제로 남을 것으로 보입니다.
 
신수종 사업인 AI와 관련해서도 확실한 드라이브가 걸렸습니다. 글로벌 빅테크 등 경쟁사에 많이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통합 전담 조직을 신설해 빠른 의사 결정 등 속도감 있는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취지입니다. 이를 위해 AI 전문가로 꼽히는 이상호 전 SK텔레콤(017670) CTO가 최고AI책임자(CAIO)로 영입됐습니다.
 
이와 관련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AI 조직 개편과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실제로 활용되는 서비스를 하루 빨리 출시하는 것이 카카오에게 시급하다"라며 "해외 빅테크처럼 계열사를 합병하는 등 모아서 성장시키는 전략을 쓰고 글로벌에 보다 힘을 쏟아야 한다"라고 제언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배덕훈 기자
SNS 계정 : 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