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대형 기자] 법원이 정치인 재판에서 '개인사정'보다 '원칙'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의 보석 기각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재판 일정을 미뤄주지 않는 등 엄격해졌다는 분석입니다.
법조계에서는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송영길 보석 기각·이재명 재판 출석
불법 정치자금 수수 및 돈봉투 살포 의혹으로 구속기소된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가 1일 보석 기각 이후 정신적 충격을 이유로 재판에 불출석했습니다.
송 대표의 변호인은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허경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뇌물) 위반 등 공판에서 "오전 중 잠깐 피고인 접견했는데 지금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심리적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 재판에 불출석했다"며 "구체적 내용은 내일 오후에 접견해서 피고인의 정신상태를 확인하고 말씀드리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지난주 보석 불허로 심리적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심리적 안정을 오후에 찾는다면 오후에라도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변호인은 "심리적으로 상당히 불안한 상태로 알고 있다"며 "재판을 진행하기엔 부적절할 것 같다"고 난색을 표했고, 재판부는 "오늘은 재판을 연기할 수밖에 없다. 피고인의 현재 상태를 알 수 있는 진단서나 소견서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앞서 재판부는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고 보석을 허가할 상당한 사유가 없다"며 29일 송 대표의 보석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 재판 지연 해소 천명
최근 유력 정치인 재판에서 법원이 원칙을 강조하는 것을 두고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후 분위기가 바뀐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조 대법원장은 재판 지연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천명했습니다.
법원의 재판 지연 해소 원칙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예외가 아닙니다. 이 대표는 4·10 총선을 앞두고 기일 변경을 계속해서 요청했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이 대표는 2일과 총선 전날인 9일에도 대장동 재판에 출석해야 합니다.
이 대표 측은 "선거 직전까지 기일을 잡는 건 너무 가혹하다"고 했지만, 재판부는 "정치 일정을 고려해 재판기일을 조정하면 특혜 얘기가 나올 것"이라며 "허가 없이 재판에 불출석하면 구인장을 발부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한 법조계 인사는 이와 같이 원칙을 강조하는 흐름에 대해 "선거는 사실 개인사정"이라며 "법원이 원칙대로 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대형 기자 april2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