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갈지자 행보에 의료계의 혼란도 커졌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헌법적 책무'까지 거론하며 의대 2000명 증원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하지만, 불과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대통령실이 '2000명 조정'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2일 보건복지부에서도 조정 의사를 밝히면서 의료계도 고민이 깊어진 모습입니다.
의료계는 일단 '숨고르기'를 하며 향후 대응 전략을 강구한다는 방침입니다. 강경파인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당선인은 "입장 없다"는 짧은 의견만 내놨습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윤 대통령의 '통일된 안' 요구에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라고 화답, 퇴로를 열어둔 상태입니다. 전의교협, 의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등은 '2000명 증원 철회'라는 총론에는 일치하지만, 각론에서는 이견을 보이는 상황입니다.
정부 "2000명 증원, 절대적 숫자 아니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2000명 증원은 절대적인 숫자가 아니다"고 한 발 물러섰습니다. 전날 대통령실의 입장 변화에 따른 것입니다. 전 실장은 "2000명이라는 숫자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도 열려 있어서 논의가 가능하다"면서 "집단행동을 접고 과학적 근거, 논리를 바탕으로 의료계의 통일된,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한다면 정부는 열린 마음으로 논의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1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의료개혁·의대 증원 관련 대국민 담화를 시청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정부가 한 발 물러섰지만, 의협은 여전히 강경 입장을 고수 중입니다. 의협 비대위 관계자는 이날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대통령 담화에 따른 별도의 입장이 없다는 데 다 같이 의견을 모은 상태"라며 "정부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다면 대화의 장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도 자신의 SNS에 "대통령 담화에 대한 제 입장은 '입장 없다'가 공식입장"이라고만 했습니다.
반면 전의교협은 '통일된 안'에 대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라는 입장입니다. 조윤정 전의교협 비상대책 홍보위원장(고려대 의대 교수)은 의료계의 통일된 안을 현실성 있게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의료공백 '여전'…보건노조 "의사단체, 정부와 대화해야"
이날 전공의 상반기 수련 등록이 마감되면서, 사실상 이번 임용등록은 전공의 대다수가 포기할 전망이 우세합니다. 전공의들은 지난 2월19일 집단사직 이후 40여일이 흐른 지금까지 의정 대화협의체 구성도 이뤄지지 않은 데다, 2000명 증원에 대해 조정 가능성만 언급됐을 뿐 구체적인 안이 협상 테이블에 올라오지 않아 쉽사리 물러서지 않겠다는 방침입니다.
대학병원 교수들은 여전히 외래와 수술 축소 등 진료 일정을 대폭 조정하고 나섰고, 개원의까지 준법진료 시행을 밝히면서 의료 공백 위기감도 여전합니다. 이에 간호사 등 의사 외 의료종사자들의 모임인 보건의료노조는 "의사단체는 정부의 대화 의지를 발로 차지 말고 전향적으로 대화에 나서 국면을 전환해야 한다"면서 "40여일 넘게 방치하고 있는 환자들 곁으로 돌아가 환자와 국민들의 지지와 신뢰를 바탕으로 의료개혁을 주도해야 한다"고 의사들을 압박했습니다.
법원, '2000명 증원 처분' 집행정지 신청 '각하'
한편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 김준영)는 이날 전국 33개 의대 교수협의회 대표가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입학정원 증원처분 등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의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했습니다. 앞서 협의회는 정부의 증원 처분이 대입전형 시행 계획을 입학연도의 1년10개월 전까지 공표하도록 규정한 현행 고등교육법을 위배했기 때문에 무효라고 주장하며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냈습니다.
의대정원 확대로 정부와 의사 간 갈등이 장기화 되고 있는 2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전공의와 인턴 생활관이 비어 있다. (사진=뉴시스)
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