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담화에 의료계 “실망·답답”

“기대만큼 실망”…"의대 증원, 원점 재논의만이 해답"

입력 : 2024-04-01 오후 5:23:17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기존에 주장했던 의대 2000명 증원을 고수하자, 의료계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의정 갈등의 실타래가 한층 꼬였다는 지적입니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비대위 홍보위원장은 1일 “12만 의사들은 현재의 의정 대치 상황이 해결될 수 있는 실마리가 제시될 것으로 생각하고 많은 기대를 갖고 지켜봤다"며 "그러나 이전 발표 내용과 다른 점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많은 기대를 했던 만큼 더 많이 실망했다”며 “해법이 아니라고 말씀드린 의대 증원 2000명만 반복적으로 언급되고 있어 답답하다. 담화문 내용은 비대위에서 그동안 반박했던 내용들을 그대로 나열하고 있어 추가로 반박할 이유는 없다”고 했습니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의대정원 증원 관련 대통령 대국민 담화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의정 갈등, 평행선...의료계 "원점 재논의만이 해답"
 
의협과 정부는 이번 사태 초기부터 평행선을 달리는 중입니다. 의대 2000명 증원을 고수하고 있는 정부와 증원 백지화를 주장하는 의협이 격한 갈등을 빚는 가운데, 전공의·의대생에 이어 교수들까지 집단행동에 가세했습니다. 한 발 더 나아가 진료 공백을 저지할 마지노선인 동네 병·의원마저 준법진료 대열에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양측은 서로의 주장이 비과학적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 입장은 초지일관 ‘원점 재논의’”라면서 “2000명 증원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임상 의사를 포함한 많은 전문가가 참여해 정원에 대한 과학적 논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2000명 증원이 비과학적이라는 근거로는 각 대학 증원 배분을 예로 들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대부분 대학이 (의대 배정) 끝자리가 0으로 끝나는데 강원대는 132명으로 끝자리가 2로 끝난다”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를 맞추기 위해 (강원대만) 2로 끝나는 것”이라고 졸속행정을 파고 들었습니다. 
 
1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집단사직에 준법진료까지…"정부,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어"
 
기대를 모았던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오히려 의사들을 사실상의 적으로 규정하면서 의료계의 대정부 투쟁은 더욱 극심해질 것이 유력합니다. 윤 대통령은 "의사들 평균소득이 OECD 1위"라면서 이들의 "의사 증원을 막기 위한 불법 집단행동" 원인을 '소득 감소'에서 찾았습니다.
 
의료계는 폭발 직전입니다. 의대생들의 휴학계 제출은 이미 1만명을 넘겼고, 교수들과 개원의들은 집단사직과 준법진료로 맞서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움직이지 않았던 개원의들도 주 40시간 진료를 시작하기로 결론을 내렸다”며 “자연스럽게 확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의협은 전의교협, 대전협 등 교수·전공의 관련 단체들도 의협을 통해 단일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들 단체들 역시 이번 담화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방재승 전국 의대교수 비대위(전의비) 위원장은 “정부는 현 의료 사태를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담화문”이라며 “한국 의료의 미래가 걱정”이라고 혹평했습니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박용준 기자
SNS 계정 : 메일 트윗터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