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선거에서 강남벨트만 겨우 수성해 냈습니다. 그간 우세지역으로 꼽았던 동작을까지 민주당에 내주고, 용산마저 경합 지역으로 분류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전체 지역구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수도권과 민심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충청권 다수 지역이 파란 물결로 뒤덮였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강태웅 용산구 후보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역 광장에서 열린 정권심판·국민승리 총력유세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 한강·반도체 벨트 '압승'
10일 지상파 방송 3사가 진행한 출구조사 결과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 민주당은 87곳을, 국민의힘은 6곳의 우위를 가져간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전체 지역구 254석 가운데 가장 많은 122석이 몰린 수도권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것인데요. 4년 전 총선에서 121석 중 민주당이 103석을 가져가며 압승했던 결과보다 더 크게 벌어졌습니다.
당초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96석+α를 기대했는데, 예상보다 상회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16석이라는 4년 전 총선 결과와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고려해 20석+α를 기대치로 내놨지만 크게 미치지 못했습니다.
선거 막판 민주당 악재로 작용했던 김준혁 수원정 후보의 '이대생 성 상납'·'위안부 발언'과 양문석 안산갑 후보의 '사기대출'·'막말' 논란도 판세를 뒤집지는 못했습니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 용산에서 출정식을 연 민주당은 마지막 유세도 용산역 광장에서 열며 '정권심판론'을 앞세웠는데요. 출구조사 결과 국민의힘은 한강벨트마저 포위당한 꼴이 됐습니다. 민주당은 서울 48석 중 30곳에서 우위를 차지했는데 한강벨트 11석(△마포갑 △마포을 △용산 △중성동갑 △중성동을 △광진갑 △광진을 △동작갑 △동작을 △영등포갑 △영등포을) 가운데 8곳의 우위를 가져가며 주도권을 잡았습니다.
경기 지역 선거의 핵심 승부처인 반도체벨트에서도 민주당은 압승을 거뒀습니다. 반도체벨트 14석(△수원갑 △수원을 △수원병 △수원정 △수원무 △화성갑 △화성을 △화성병 △용인갑 △용인을 △용인병 △용인정 △평택을 △평택병) 중 민주당은 12곳에서 승리를 가져갔습니다. 특히 경합 지역으로 분류된 화성을과 평택을에서도 경합 우세를 점하며 사실상 완승을 거뒀습니다.
수원의 경우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선거운동 기간 3번의 지원 유세를 나설 만큼 공을 들인 지역이도 한데요. 영입 인재 1호인 이수정 후보마저 수원정에서 '구설수'에 오른 김 후보를 꺾지 못했습니다. 또 선거를 단 하루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 점검 회의를 열어 10조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 계획을 밝혔지만 '반도체벨트'에서의 국민의힘 성적표는 처참했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 비대위원장은 "국회의 완전한 세종시 이전으로 여의도 정치를 종식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한동훈 '반전 카드' 효과 못 봐
역대 선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톡톡히 해낸 충청권 출구조사 결과 총 28석 중 민주당이 17석, 국민의힘이 1석 새로운미래가 1석을 차지했습니다. 경합 지역은 총 9곳입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20석,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이 8석을 차지했는데 국민의힘의 확실한 우세 지역은 불과 1곳뿐이었습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은 충청권에서 18곳을 우세 또는 경합우세 지역으로, 국민의힘은 9곳을 우세 또는 경합우세 지역으로 판단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경합 지역으로 꼽힌 △공주·부여·청양 △보령·서천 △서산·태안 △홍성·예산 △논산·계룡·금산 등 5곳에서 민주당이 2곳을 확보하며 주도권을 잡았습니다. 국민의힘은 홍성·예산에서만 우위를 가져갔습니다.
충청권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사전투표를 진행할 만큼 공을 들인 지역이기도 합니다. 2년 전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의힘에 광역단체장 모두를 몰아준 바 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민주당에 손을 들어줬습니다. "충청 선거가 전체 선거의 승리"라는 공식이 또 한 번 확인된 셈입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선거운동 기간 중원 표심 공략을 위해 국회를 세종으로 이전해 충청의 새 시대를 열겠다고 밝기도 했는데요. 정권심판론에 대항하는 '반전 카드'로는 작용하지 못했습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본투표를 앞두고 충청권 일부 지역이 경합으로 돌아섰고, 기존 경합 열세 지역이 경합 우세 지역으로 전환되는 골든크로스가 나타났다고 밝혔지만, 반전은 없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