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마주할 윤 대통령, 시작은 '채상병'

국힘 내부서도 "찬성"…총선 참패로 거부권 명분 실종
'김건희 특검' 벼르는 범야…22대 국회 '태풍의 눈' 예고

입력 : 2024-04-12 오후 4:22:32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다시 '특검'(특별검사)의 시간이 전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22대 총선에서 범야권이 압승하면서 특검의 시계추도 빨라질 전망인데요. 시작은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이 될 전망입니다. 민주당은 총선 전 이른바 '채상병 특검법'을 21대 국회 임기 내에 처리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이에 따라 채상병 특검법은 오는 5월 말 마지막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될 예정입니다.
 
총선에서 참패한 여권으로선 '채상병 특검법'을 둘러싼 딜레마에 직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총선에서 성난 민심을 확인한 윤석열 대통령은 진퇴양난에 빠질 전망입니다. 당장 국민의힘 내부에선 안철수 의원 등을 비롯해 비윤(비윤석열)계 중심으로 "채상병 특검법에 찬성한다"며 이탈표를 예고했습니다. 범야권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 보장과 진상 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안)과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 등도 예고, 윤 대통령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채상병 특검, 21대 국회서 처리…총선 참패로 거부권 명분 실종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7월 경북 예천군 수해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건에 대한 초동 수사·경찰 이첩 과정에서 국방부와 대통령실이 개입한 의혹을 규명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당시 윤 대통령이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해 해병대 수사단이 수사에 나섰지만, 수사 결과가 갑자기 뒤집히면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항명죄로 입건됐습니다. 윤 대통령이 수사 결과에 '격노'했다는 증언이 나왔고, 당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결재를 뒤집은 배경에 '윗선 외압' 주장이 제기되면서 정권 차원의 비리 의혹으로 비화됐습니다.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채상병 특검법'은 범야권의 공조 속에 본회의에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이후 지난 3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습니다. 민주당은 21대 국회가 마무리되는 오는 5월 말 본회의에서 법안 처리를 시도한다는 입장입니다. 현재 민주당 의석수만으로도 본회의 의결이 가능합니다.
 
윤 대통령도 마냥 거부권을 행사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특히 여권의 총선 참패를 계기로 야당의 채상병 특검법 처리 명분은 그 어느 때보다 강화됐습니다. 총선 참패로 민심의 회초리를 맞은 윤 대통령이 특검을 거부할 명분이 약해진 데다, 총선 전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의 도피 출국 논란 등은 정권심판의 직접적 단초로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은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피의자로 지목된 이 전 대사의 출국 논란도 기존 안건에 병합해 처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발표를 시청한 뒤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안철수 "채상병 특검 찬성"…이준석 "박정훈 무죄 땐 '탄핵' 사유"
 
여당 내 기류도 확 바뀌었습니다. 4선 고지에 오른 안철수 의원은 12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본회의 표결 시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밝혔습니다. 당내 비윤계들도 동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22대 국회 입성에 성공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같은 날 <TV조선> 유튜브 프로그램 '강펀치'에 출연, 박정훈 전 수사단장의 공소 결과를 언급하며 "만약 무죄가 나온다면 이건 탄핵 사유"라고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국회에서 재의결될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입니다. 
 
결국 윤 대통령의 특검법 수용 여부가 민심 수습의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민심을 받드는 동시에 야당과의 소통 의지도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국정운영 기조의 변화 가늠자로 해석될 가능성이 큽니다. 윤 대통령이 이전과 같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대야 관계 경색은 불가피합니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직후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의 발표를 통해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뒤에도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고 말했으나 국정운영 기조를 바꾸지는 않았습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여야는 앞서 '총선 이후'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이태원 특별법 재표결'을 하기로 지난 3월 잠정 합의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태원 특별법 재표결도 채상병 특검법 처리와 함께 추진될 가능성이 큽니다.
 
22대 국회 역시 특검 정국이 휘몰아칠 전망인데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22대 국회 개원 직후 김건희 특검법의 재발의를 예고했습니다. 이에 따라 22대 국회 초반,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대장동 개발사업 50억 클럽 뇌물 의혹 특검법)이 정국 태풍의 눈으로 격상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민주당을 중심으로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국정조사 등도 추진될 전망입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박주용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