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연초부터 이어지는 물가 고공행진에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려는 '집밥족'이 늘고 있습니다. 웬만한 식당을 방문해도 4인 가족 기준으로 가격이 10만원을 훌쩍 넘다 보니, 외식을 점차 포기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데요.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집에서 직접 조리하기 위해 필요한 신선식품은 물론, 간편한 방법으로도 나름 근사한 요리를 만들 수 있는 밀키트(Meal Kit)를 찾는 수요층은 상대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업계는 경기 불황, 고금리 기조까지 더해져 서민층의 주머니 사정이 더욱 얇아진 만큼, 이들 시장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3.1%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외식 물가 상승률은 3.4%로 전체 평균보다 0.3%포인트 높은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올해 2월 3.8%보다는 상승률이 둔화했지만, 외식 물가 상승률이 전체 평균을 웃도는 현상은 지난 2021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 34개월째 이어졌습니다.
이처럼 외식 물가가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집밥 수요는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밀키트 및 신선식품을 고르는 사례가 크게 늘었는데요.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밀키트 시장 규모는 지난 2018년 2670만 달러에서 지난해 2억9520만 달러로 10배 넘게 성장했습니다. 아울러 같은 기간 전 세계 주요 20개국 중에서 우리나라 시장 규모는 13위에서 8위로 올랐는데요.
이 같은 밀키트 시장 확장은 1~2인 가구 증가 및 소규모 장보기 트렌드와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많은 양의 식재료를 구매할 필요가 없는 소형 가구 입장에서 외식 대비 경제적인 밀키트는 안성맞춤 식사 품목인 셈이죠.
밀키트는 과거에는 냉동식품 정도로 치부됐던 것이 사실인데요. 최근 들어서는 품목의 다변화가 이뤄지고 다양한 업체들과의 협업을 통한 프리미엄 라인업까지 출시되고 있는 점도 인기에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에 CJ프레시웨이, 하림 등 식품 업체들은 물론 홈플러스 등 대형 오프라인 유통 채널까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우수한 밀키트 출시에 속도를 내는 모습입니다.
아울러 신선식품도 판매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주요 대형마트의 올해 1분기 농축수산을 포함한 신선식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롯데마트(온라인 기준) 10%, 이마트 6%, 홈플러스(온라인 기준) 11% 상승했습니다.
끊임없이 오르는 외식 물가 탓에 비용 부담이 적은 집밥을 선호하는 현상이 짙어지면서 신선식품 부분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데요. 과일·채소 등의 소매가격을 낮추려는 정부 지원책이 맞물려 대형마트 업계를 신선식품 매출 강세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밀키트 및 신선식품 선호 흐름은 고물가 기조 장기화에 따른 사회적 현상으로 봐야 한다. 특히 밀키트의 경우 과거보다 훨씬 품질 및 가격 경쟁력이 향상돼 많은 가정이 즐겨 찾는 품목으로 자리매김 했다"며 "인플레이션 압박이 단기간 내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집밥 수요를 겨냥한 식품 카테고리는 계속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밀키트 매대에서 소비자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