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해뜰 날'은 언제쯤…소비·건설·설비 '비관적'

반도체 홀로 견인…자동차·서비스업 '부진'
소비자심리지수, 넉 달 만에 하락 전환
대외요인까지…소비·투자 개선 어려워
정부, 이달 중 역동경제 발표 예정

입력 : 2024-04-07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백승은 기자] 반도체 경기 반등에 따른 긍정적 시그널이 이어지고 있지만 소비와 설비투자는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내수 부진 속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 여파까지 겹치면서 건설 경기도 먹구름이 가득합니다.
 
더욱이 지정학적 긴장에 따른 국제유가 불안, 운송 차질 등의 대외 위험 요인이 지속되고 있어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차츰 개선되는 수출과 달리 소비, 투자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4월1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는 7일 '경제 동향' 보고서를 통해 "최근 한국 경제는 내수 회복이 지체되고 있으나 수출이 정보통신(IT) 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메모리 단가에 수출 '반짝'…생산·소비 '싸늘'
 
제조업을 중심으로 수출 회복세를 맞고 있지만 대부분 반도체에 한정하고 있습니다. 이마저도 전 세계 반도체 업황 호조 및 메모리반도체 단가 인상 등에 기인한 효과로 분석됩니다.
 
지난 2월 전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는 115.3(2020=100)으로 전월 대비 1.3%,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서비스업 생산 중 숙박·음식점업(-4.5%)과 도소매업(-3.7%)은 1년 전보다 뒷걸음질 친 모습입니다.
 
광공업 생산은 반도체(65.3%)가 성장을 견인했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자동차(-11.9%), 전기장비(-17.9%) 등은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서비스업 생산과 소매판매·투자가 부진해 내수는 미약한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소비는 1월에 이어 2월에도 낮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매판매의 경우 0.9%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지난 2월 설 명절로 관련 음식료품 소비가 일시적으로 급증했으나 그 외 대부분 품목이 감소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3월 소비자심리지수(100.7)도 넉 달 만에 하락했습니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시각에 가깝고,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인 시각이 우세하다는 의미입니다.
 
KDI 측은 "서비스업 생산과 소매판매가 소폭 증가하는 데 그치고 투자도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라며 "제조업 업황 전망은 완만한 상승 흐름을 유지한 반면 비제조업 업황 전망은 하락세"라고 분석했습니다. 
 
투자 부분을 보면 2월 설비투자는 -0.3%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계정조정 시 선박 등 운송장비(23.8%)가 크게 증가했지만 변동성이 큰 분야인 만큼, 부진 완화의 신호로 해석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건설투자 전망도 밝지 않습니다. 건설의 경우 선행 지표인 건설수주(-24.%), 건축허가면적(-33.4%)이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KDI는 "선행 지표(건설수주, 건축허가면적)이 큰 폭의 감소세를 유지하면서 앞으로 건설투자의 둔화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습니다.
 
"상·하반기 모두 힘들 듯"
 
정부는 하반기 경기가 갈수록 나아질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릅니다. 소비와 투자의 개선세가 어렵다는 점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반도체가 한국 수출을 견인하는 상황인데, 이는 (세계적으로) 메모리반도체 단가가 오르며 늘어난 것이지 한국의 전반적인 수출 상황이 좋아진 것은 아니다"고 분석했습니다.
 
아울러 "지난해에는 올해 하반기부터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고 봤는데, 그러려면 지금부터 물가가 잡혀야 한다"며 "그렇지만 물가가 나아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실제 지난 3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3.1%대로 두 달 연속 정부가 공언한 2%대 물가 상승률을 상회하고 있습니다. 
 
김 연구원은 "물가 외에도 국제유가 인상 등 대외 요인이 많은 상황에서 소비 심리, 투자 심리까지 살아나기는 다소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고 전망했습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작년 하반기에는 예상보다도 상황이 좋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올 하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로는 나아질 것"이라면서도 "물가도 잡히지 않고 있고 전반적인 한국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고 내다봤습니다.
 
김 교수는 "소비가 일부 늘어날 수는 있겠지만 전체 경제 성장률(한국은행 전망치 2.1%)보다 낮을 것으로 예측된다"며 "수출은 일부 늘어날 수 있지만 건설투자, 설비투자 모두 완전한 개선세는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역동경제의 주요 축인 사회이동성 개선방안을 4월 중 마련·발표할 예정입니다.
 
 
지난 3월26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한 소비자가 상품 카트를 옮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백승은 기자 100win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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