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확전 위기…한국경제 '시계 제로'

'3고' 악재에 '오일쇼크' 불안감까지 가중
산유국 핵심 수송로 '호루무즈 해협' 봉쇄 여부 관건
수출-물가에 직접적 타격…정부도 '초긴장'

입력 : 2024-04-15 오후 4:20:41
 
[뉴스토마토 김소희 기자]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격으로 중동 확전 위기가 고조되면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도 심각한 후폭풍이 우려됩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 악재에 중동발 '오일쇼크' 불안감까지 가중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는 등 모처럼의 훈풍에 찬 물을 끼얹을까 염려도 커졌습니다. 
 
아직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진 않았지만 기름값 변동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정부도 발생 시나리오별 대비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입니다. 유가가 폭등하면 물가 상승, 수출 경쟁력 약화, 경제 성장률 위축 등의 연쇄 충격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란과 오만 사이의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여부가 유가 변동의 최대 리스크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이에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5일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 사태에 따른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석유·가스 수급 상황과 국내외 유가 등을 점검했습니다.
 
지난 4월 12일 서울 양천구의 한 알뜰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현재 원유 차질 없어…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부 '관건'
 
현재까지 국내로 들여오는 원유나 LNG에는 차질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다만 중동으로부터의 석유·가스 공급 의존도가 높은 만큼, 호르무즈 해협의 운항 차질 여부가 직면하게 될 최대 리스크로 부상했습니다. 정부도 모든 시나리오를 대비해 비상수급 대응 방안 마련에 착수했습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도입 원유의 72%, 가스 32%가 중동 지역으로부터 공급됐습니다. 아직까지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진 않았지만, 변동성에 대한 불확실성 우려가 큰 상황입니다. 15일 정오 기준 국제유가(브렌트유)는 전 거래일 대비 0.31% 하락한 배럴당 90.17달러를 기록했습니다. 
 
걱정거리로 떠오른 이란과 오만 사이의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이라크·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들의 핵심 해상 수송로입니다. 2022년 기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석유 물동량은 평균 2080만배럴 규모입니다. 이는 글로벌 해상 석유 수송량의 28%, 석유 소비의 21%를 차지하는 수준입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에너지경제연구원·석유공사·가스공사 등 관계기관과 함께 다양한 국제유가 시나리오를 분석할 예정입니다. 향후 중동을 둘러싼 주요국의 대응에 따라 유가가 급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산업부는 국제유가·에너지 수급과 관련한 일일 분석·관리 시스템을 가동키로 했습니다. 국내외 유가 동향 분석·대응, 유조선·액화천연가스(LNG)선 운송 현황 실시간 모니터링과 수급 차질 대비 비상대응계획 점검 등에도 돌입합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중동 지역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는 만큼 정부도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에 대한 대비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해나갈 것"이라며 "업계 및 유관기관과 긴밀하게 협력해 적기에 효과적으로 이란·이스라엘 충돌 상황에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4월 1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동발 오일쇼크시 수출·물가에 직접적 타격
 
정부는 중동발 오일쇼크 시나리오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습에 따른 이스라엘 보복 등 '5차 중동전쟁' 위기가 점화할 경우 우리나라 수출과 물가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유가로 인한 물류비 상승과 세계경제 위축에 따른 대외무역 타격이 1차 걱정입니다. 국제유가 변동성에 따라 물가가 상승 압박을 받게 될 경우 내수 침체 장기화도 우려됩니다. 
 
윤상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팀장은 "향후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겠으나 유가가 100달러 이상 넘어가게 되면 물가 상승세로 이어질 것"이라며 "일부 주요 국가들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 올 테고 부채가 있는 기업들은 경제활동이 어려워지며 그 외 자산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소라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번 중동전쟁으로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유가"라며 "고유가 상황이 오면 원유를 많이 사용하는 산업인 화학·철강·정유업계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원유를 수입해 다시 되파는 업계는 수출시 가격 경쟁력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 이는 또 다른 후방산업에까지 영향이 미칠 것"이라며 "정부가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생각하며 주요 산업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강경성 산업부 1차관은 이날 제4차 수출품목담당관 및 제5차 수출 비상대책반 회의를 통해 "대중동 수출(2023년 기준 수출의 3%) 비중은 크지 않지만 유가와 물류비 상승을 통해 우리 수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면밀한 상황 점검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는 "현재까지 우리 물품의 선적·인도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어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나 이번 사태가 우리 기업들의 물류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며 "코트라, 무역보험공사, 무역협회 등과 함께 구성한 민관합동 '수출 비상대책반'을 중심으로 시나리오별 비상계획(contingency plan)을 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세종=김소희 기자 shk329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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