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지윤·김소희·백승은 기자] 중동발 에너지 가격 변동에 따른 영향이 유럽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가령 우크라이나·러시아 분쟁이 국내 농산물 가격에도 영향을 준 것처럼 교역으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로서는 수출업의 직접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입니다.
더욱이 전 세계적 충격파로 한국경제 전반에 위축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에너지 저장 정책' 등 에너지를 줄이고 버틸 수 있는 경제 체제 구축과 주요국 간의 국제 공조 대응이 절실하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15일 <뉴스토마토>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중동 화약고 상황의 급변 정세 영향을 문의한 결과, '물가 상승'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15일 <뉴스토마토>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중동 화약고 상황의 급변 정세 영향을 문의한 결과, '물가 상승'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국제유가 치솟아…물가 상승 우려"
홍기용 인천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에너지 가격 변동에 따른 영향이 유럽보다도 더 클 것"이라며 "가령 우크라이나·러시아 분쟁이 국내 농산물 가격에 상당히 영향을 줬던 것처럼 교역으로 먹고사는 한국에 원유 가격 폭등은 수출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홍 교수는 "이란·이스라엘 분쟁이 확대되면 원유 공급이 가장 우려되는 사안"이라며 "한국의 원유 정제 수출이 2위인데 분쟁에 따른 파급으로 유가가 배로 늘어난다는 예측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반도체 업황도 회복이 안 된 상황에 치명적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실업 내지는 물가 상승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중동 분쟁 사태가 물가 쪽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유가 상방 요인이 높아지면서 물가 상승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당분간 유가가 고공 행진할 것"이라며 "유가가 오르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윤상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 거시팀장은 "유가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하강하는 상황에서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면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경제 전반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우석훈 경제학자는 "유가 상승으로 내수 침체 경기가 다 나빠질 것"이라며 "세계적으로 물가가 올라 미국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느려지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도 기대와 달리 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15일 <뉴스토마토>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중동 화약고 상황의 급변 정세 영향을 문의한 결과, '유류 관련 세제 혜택', '모니터링' 등에 주력하되, 장기적으로 에너지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에너지 세이빙 디바이스 필요"
전문가들은 '유류 관련 세제 혜택' '모니터링' 등 대응책에 주력하되, 장기적으로 에너지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합니다.
홍기용 교수는 "에너지에 대한 현재 유류세 잠정 인하 조치가 있는데, 이런 걸 대폭 조정해야 한다"며 "이란과 이스라엘 분쟁은 상당 기간 걸리는 전쟁이 될 수 있어 정부 입장에선 불확실성에 대해 대응해야 하기에 유류 수요·공급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제기했습니다.
김상봉 교수는 "세제 정책을 통해 휘발유나 석유 가격을 낮추는 것은 한정적"이라며 "석유 제품이나 석유화학 부분도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조동근 명예교수는 "기본적으로 모니터링을 지속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평소 에너지 세이빙 디바이스(에너지 저장 정책)에 신경을 썼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우석훈 경제학자는 "전기차 전환이라든가 연비 개선 확대 등 에너지를 줄이고서도 버틸 수 있는 경제 체제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대외경제에 대해선 정부가 변수가 조금이라도 생길 시 바로 조치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피력했습니다.
윤상하 팀장은 '국제 공조'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윤 팀장은 "주요국끼리 공동 대응을 해 나가야 한다"며 "우선 지금과 같이 유가 현황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동시에 유가가 폭등했을 떄를 대비한 대응책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최진영 대신증권 투자분석가는 이날 '다시 불거진 중동전쟁 가능성' 보고서를 통해 '시나리오별 대응'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지금 상황을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다. 5차 중동전쟁 가능성은 분명 경제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의문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이번 공격은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 피격 사건에 대한 보복이지만 적이 방어할 충분한 시간을 준 이후 추진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스라엘의 후원자인 바이든 미 대통령은 방어는 지원해줄 수 있으나 이란에 대한 반격은 반대한다고 전했다. 양측 모두 확전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는 것"이라며 "기존 간헐적 대리전 지속, 대리전 격화, 전면적 돌입 등과 같은 시나리오별 접근이 필요하다. 전면전보다 시나리오 중 '기존 간헐적 대리전 지속' 안을 중심으로 대응할 것을 권고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물가 안정과 투자 활성화 등 민생 안정과 체감경기 회복을 위한 정책과제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라"며 "기업 밸류업, 역동경제, 인구문제, 구조개혁 등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꼭 필요한 과제는 일관성 있고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정부는 15일 중동 위기 고조에 따른 대응책으로 유류세 탄력세율 인하 조치를 2개월 더 연장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주유소. (사진=뉴시스)
세종=임지윤·김소희·백승은 기자 dlawldbs2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