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승은 기자] 2022년 때보다 71조원 이상의 허리띠를 졸라매는 등 윤석열 정부가 '건전재정' 주창했지만 56조4000억원의 '세수 펑크'로 최종 결산을 맞았습니다. 특히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은 87조원 적자로 나라살림 적자 규모도 역대급입니다.
특히 윤 정부의 첫 재정성적표라는 점에서 선거 영향을 우려해 해당 결산 결과를 총선 이튿날 늑장 발표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습니다. 문제는 내수 침체로 인해 올해도 법인세, 소득세 등의 세수 결손 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민생 경제의 활력을 위한 지출 재조정과 감세 정책 축소 등 추가경정예산(추경)의 검토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정부는 11일 국무회의를 통해 심의·의결한 '2023 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국세수입(344조1000억원)은 전년 대비 51조9000억원 덜 걷혔습니다. 정부 예상의 국세수입(400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56조4000억원 덜 걷히는 등 역대 최대 세수 결손이 발생했습니다.
정부는 11일 국무회의를 통해 심의·의결한 '2023 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국세수입(344조1000억원)은 전년 대비 51조9000억원 덜 걷혔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국세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법인세는 23조2000억원 줄었습니다. 소득세(12조9000억원), 부가가치세(7조9000억원), 개별소비세(5000억원)도 적자 행진을 기록했습니다.
국세 수입이 줄면서 예산을 집행하지 못 해 발생한 결산상 불용액은 45조7000억원으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36조8000억원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사회보장성 기금(국민연금기금·사학연금기금·산재보험기금·고용보험기금)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87조원 적자로 집계됐습니다.
정부의 실제 살림살이를 가늠하는 지표인 관리재정수지의 적자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3%포인트 늘어난 3.9%에 달했습니다. 이는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면 1998년(4.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기존 2.6%로 낮추겠다고 계획했지만 국세 수입이 크게 줄면서 목표치를 훌쩍 넘긴 겁니다. 2022년보다 총지출은 71조원 이상 더 졸라맨 바 있습니다.
더욱이 이번 결산은 국가재정법에 명시된 기한 발표가 4월10일이나 총선을 의식해 늑장 발표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사실상 윤 정부의 첫 재정성적표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김명중 기재부 재정성과심의관은 "통상 법정기한 직전 국무회의에서 국가결산을 의결했는데 국무총리실에서 일정 등 고려해 국무회의 시기를 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윤 정부의 재정성적표에 대한 우려는 올해도 매한가지입니다. 기업들의 실적 부진과 내수침체로 법인세, 소득세가 예상보다 덜 걷힐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민생을 위해 지출은 반드시 필요한데, 지난해에는 지출을 확 줄여서 버텼다. 올해는 상황이 반복되면 안 될 것"이라며 "법인세 세수 부족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수 결손을 상쇄하는 수준의 최소 추경이나 지출 증가용 추경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나라살림레터를 통해 "윤석열 정부가 처음으로 본예산을 편성하고 집행을 한 첫해"라며 "역대급 세수펑크 등이 주목받을 것을 우려한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하게 된다. 국가결산은 예산 편성, 집행과정을 분석하고 이후 예산 환류 과정으로 이어지는 3년 간의 예산 사이클의 마지막 해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일인 지난 10일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가 투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백승은 기자 100win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