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위기의 금융지주 신탁사)③우리자산신탁, 지주 전폭 지원에…리스크 관리 가능할까

지난해 매출 '제자리'·이익률 '반토막'…대손충당금 233억원 설정
책준신탁 사업장 43곳…책임준공의무 미이행 사업장 소송 리스크
우리금융지주 2000억원 지원…"도시정비사업에 전사 역량 집중"

입력 : 2024-04-19 오전 9:00:00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7일 17:2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부동산신탁사들의 경영 위기설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지난 2022년 하반기부터 아파트 분양시장 냉기가 확산되면서 '중위험·중수익' 방식 사업인 책임준공관리형토지신탁(이하 책준신탁) 사업을 진행했지만, 손실 위협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자잿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건설업계가 책임준공에 어려움을 겪으며 부동산신탁사에게 책임이 전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후발주자로 평가받는 KB와 신한, 우리자산신탁 등 금융지주 산하 부동산신탁사는 ‘부실 후보’에 끊임없이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이들 부동산신탁사들의 재무 위험도를 톺아보려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우리자산신탁의 신탁사업 리스크 관리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 최근 모회사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수혈받는 등 기회를 얻었지만,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선 포트폴리오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강남구 우리자산신탁 본사.(사진=우리금융그룹)
 
‘책준신탁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한 우리자산신탁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우리자산신탁은 지난해 별도 기준 영업수익(매출) 1299억원, 영업이익 448억원, 당기순이익 322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매출 1371억원, 영업이익 807억원, 당기순이익 603억원과 비교하면 매출은 소폭 하락했고, 수익성은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음에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KB부동산신탁과 코람코자산신탁 등은 2022년 대비 큰 폭의 영업이익 하락으로 지난해 적자전환한 바 있다.
 
우리자산신탁 역시 그간 적극적으로 진행해 온 책준신탁 사업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회사는 지난해 12월 기준 부산 해운대구 우동 주상복합 등 총 43건의 사업에 대해 책임준공의무부담을 약정했다. 책준신탁 사업에 투입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금융기관의 총 대출액은 2조2756억원에 달한다.
 
양주 옥정지구 지식산업센터 등 사업 5건에서 시공사의 책임준공의무가 미이행(PF 대출액 1617억원)됐고, 광주 경안동 상업시설(430억원) 사업에서 우리자산신탁의 책임준공기한이 경과됐다. 광주 경안동 사업의 경우 회사가 직접 자금을 투입해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는다면 PF 대주단에게 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에 우리자산신탁은 지난해 기타충당부채 232억원을 새롭게 설정했다. 회사 측은 공시를 통해 “신탁사업 관련 대출의 미사용약정과 책준신탁에서 예상되는 손실에 대해 기타충당부채를 인식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해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설정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22년 별도 기준 362억원의 대출채권 잔액 중 54억원(14.9%)의 대손충당금을 설정했고, 지난해에는 1052억원 중 대손충당금 설정액은 22.1% 수준인 233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대손충당금 설정 비율이 7.2%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또한 같은 기간 기타수취채권의 대손충당금 비중은 23.8%에서 18.1%로 감소했다.
 
 
‘구원투수’ 우리금융지주 등판…위험 사업장 관리에 ‘총력’
 
우리자산신탁은 지난달 말 우리금융지주(316140)로부터 약 2000억원을 지원받았다. 신주 111만4893주를 우리금융지주를 대상으로 발행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한 결과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우리자산신탁의 지분 72.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번 신주 발행으로 우리자산신탁은 우리금융그룹 편입 약 4년 만에 처음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하게 됐다.
 
관련 업계에서는 우리금융지주의 이 같은 자금 지원이 책준신탁 사업과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의 자금 소요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회사의 입장은 다소 달랐다.
 
우리자산신탁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부터 증자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모회사와 유상증자를 논의해 왔다.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금 탓에 사업 수주의 선택지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번 증자로 자본건전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기수주 사업장들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 관리 여력을 마련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12월 기준 우리자산신탁의 자본금은 152억원으로 자기자본 기준 업계 1위 한국토지신탁의 자본금(2524억원)과 2위 한국자산신탁(619억원)에 비해 낮다. KB금융지주의 자회사인 KB부동산신탁(800억원)에 비해서도 낮은 자본금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유상증자로 확보한 2099억원을 자본금에 합산할 경우 자본금은 2251억원, 자기자본은 4681억원으로 확대된다.
 
책준신탁 사업장 등 리스크가 높은 기수주 사업장들의 관리에도 총력을 쏟고 있다. 우리자산신탁은 지난해 하반기 조직개편을 통해 전략사업본부를 신설했다. 신탁 1·2·3팀으로 이뤄진 이 사업본부는 ‘이슈 사업장’을 집중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신탁 1·2·3 사업본부와 도시사업본부 등 영업조직은 신규 사업 수주에 집중하는 한편, 사업장 리스크 관리 역량을 전략사업본부에 집중할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자산신탁은 올해 수익성 제고를 위해 도시정비사업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은행과 캐피탈, 저축은행 등 금융그룹과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할 것”이라며 “우량 도시정비사업 수주와 조합의 업무를 대신하는 대리사무 사업 수주로 지난해 감소한 영업실적 회복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권성중 기자
SNS 계정 : 메일 트윗터 페이스북 구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