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심수진·신대성 기자] 4·10 총선이 여당 참패로 막을 내리면서 윤석열정부가 추진해 온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정부가 밀고 있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는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은 주주 권익이라는 흐름에서는 여야 입장이 같지만 세제 지원이 뒤따르는 만큼 민주당의 입장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같은 우려에 국내 증시도 약세 출발했습니다.
야당 압승에 코스피 장초반 2700선 무너져
11일 오후 2시55분 현재 코스피는 전일 대비 12.12포인트(0.45%) 오른 2717.28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날 코스피는 오후 들어 2700선을 회복했지만 장 초반에는 전일 종가 대비 1% 넘게 하락한 2660선에서 거래됐습니다. 코스피가 27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달 20일 이후 15거래일 만입니다.
이날 금융주들의 동반 약세는 전일 치러진 22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범야권이 187석을 차지하며 압승한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이날 오전 국회의원 선거 개표 결과 민주당이 175석(지역구 161석·비례대표 14석), 국민의힘 108석(지역구 90석·비례대표 18석)으로 야당이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했습니다.
금투세 폐지 무산 가능성 커져
이에 현 정부가 추진 중인 금투세 폐지도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내년 시행 예정인 금투세를 놓고 여당은 폐지, 야당은 예정대로 시행할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금투세는 주식 양도세 기준을 완화하는 것과는 달리 소득세법 개정이 필요해 국회의 동의가 필수적입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측은 금투세가 개인투자자에게만 부과되는 것이어서 외국인·기관에 비해 차별받는 조치라고 지적합니다. 또한 대주주에게만 적용했던 높은 과세율을 개인투자자들에게 전면 확대하는 '소액주주 증세안'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고 27.5%의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이를 피하려는 '큰 손'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면 국내 증시에도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실제 1988년 대만에서 주식 양도차익 과세 도입을 발표한 직후 한 달 동안 증시가 30% 이상 폭락한 사례가 있습니다.
금투세 시행으로 세수가 더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금투세로 인해 약세장이 나타날 경우 거래 감소에 따른 거래세 세수가 줄어들 거란 지적입니다. 예정대로 거래세율이 인하되면 단기매매가 증가하고, 장기투자 문화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지난 10일 22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하면서 현 정부가 추진해 온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가 무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민생토론회 후속조치 2차 경제분야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동력 잃은 밸류업 지원방안…국회 문턱 넘을까
올해 초 정부가 내놓은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도 추진력이 약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에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자사주 소각 시 법인세 감면, 기업의 배당 증가분에 대한 세액공제 등 세제 개편안이 다수 포함돼 있어 야당의 반대에 부딪히면 국회 통과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앞서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당시 민주당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핵심은 지배주주와 소액주주의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라며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 강화, 의무 공개매수물량 100% 확대, 상장회사 전자투표 의무화를 이미 제안했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 공약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강화를 위한 상법 개정안과 인수합병(M&A)·물적분할 시 소액주주 차별 시정, 공적기금 운용 시 주주환원정책 가중치 부여 등을 제시했습니다.
결국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소액주주의 권리를 강화한다는 측면에서는 방향성이 유지될 수 있지만, 기존의 세제 개편을 전제로 추진해 온 정책들은 야당의 입장을 확인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총선 후 입법을 전제로 추진해온 정책들은 수정 혹은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기업 밸류업 관련 세제 지원은 기대감이 약화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앞서 정부가 발표한 과제 중심으로 추진되기는 어렵겠지만 현재 금융당국에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만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라는 취지는 초당파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20대 이상 국내 유권자 중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말 14%에서 2023년 말 30%로 두 배 이상 증가한 상태"라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혜택 강화, 일반주주 보호 강화 등 소액주주 권리 향상 정책 같은 사안은 야당도 찬성하는 것으로, 주식투자 유권자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연속성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입니다.
투자자들 "상법 개정 뒤따라야"
증권거래세 인하의 경우 합의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정부는 예정대로 오는 2025년까지 거래세 인하를 진행하고 있고, 민주당 역시 지난 2022년 금투세 도입 조건으로 증권거래세 폐지를 먼저 추진했습니다.
일반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상법의 경우 여야 모두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지만 세부사항에서 이견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행 상법은 '이사가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돼 있는데, 이사들이 대주주의 이익만을 위한 의사 결정을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습니다.
야당은 총선 공약에 '주주 비례적 이익'을 이사 충실의무 조항에 포함한 반면 정부·여당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은 상태입니다. 여당은 재계의 반대를 의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향후 민주당의 의지가 중요한데 이는 지켜봐야할 변수입니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앞서 민주당이 다수당일 때도 이용우, 박주민 의원이 상법 개정안을 냈는데도 통과되지 못했던 것은 양당 둘다 적극적이지 않았다"라며 "국민청원 운동으로 국회에 서한을 발송해 올해 안에 반드시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