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소희 기자] 수입액 감소에 따른 '불황형 무역흑자' 구조를 보이고 있는 K-무역전선에 중동발 불확실성의 가중되고 있습니다. 증동 불확실성의 '급고조'는 고유가발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 충격파로 강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1일 한국무역협회의 국내무역통계를 보면 올해 1분기 수입액은 1547억달러로 전년 동기(1718억달러) 대비 11.1% 감소했습니다. 월별로 보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13개월째 수입액이 감소했습니다.
21일 한국무역협회의 국내무역통계를 보면 올해 1분기 수입액은 1547억달러로 전년 동기(1718억달러) 대비 11.1% 감소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수입액 감소가 이끈 '무역흑자'
특히 무역수지가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된 지난해 6월부터 수입액 감소는 더욱 가팔랐습니다. 지난해 6월 무역수지는 16개월만에 반등에 성공한 바 있습니다. 무역수지는 올해 3월까지 10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6월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9%(32억달러) 감소한 543억달러, 수입액은 11.8% 줄어든 531억달러를 기록하는 등 12억달러 무역흑자를 냈습니다. 수출액이 32억달러 줄어든데 반해 수입액은 수출액보다 2배 수준인 62억달러가 감소한 것입니다.
월별로 보면 지난해 7월 수입액은 25.3% 감소를 시작으로 8월 22.7%, 9월 16.5%, 10월 9.7%, 11월 11.6%, 12월 10.9% 등 마이너스 행진을 기록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원료를 수입해 생산한 후 다른 나라에 되파는 수출 국가입니다. 그러나 고환율, 고유가 여파로 인해 원재료 수입 가격이 치솟으면서 수입이 줄어든 겁니다.
더욱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누적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168억달러입니다. 그러나 반도체 수출을 제외하면 같은 기간 약 319억달러 적자입니다. 반도체 수출을 제외하면 지난 1년간 월별 무역수지는 모두 적자입니다.
즉, 수출로 이끈 무역수지 흑자가 아닌 사실상 불황형입니다.
21일 한국무역협회의 국내무역통계를 보면 올해 1분기 수입액은 1547억달러로 전년 동기(1718억달러) 대비 11.1% 감소했다. (사진=뉴시스)
중동발 우려…고유가 '전전긍긍'
문제는 중동발 불확실성이 급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불안정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수입액이 감소하면서 무역수지 흑자를 냈지만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수입액 상승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11시48분 아시아 시장에서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3.32달러(3.81%) 오른 90.43달러에 거래됐습니다. 국제유가가 중동발 우려에 3% 이상 급등한 것입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4%(3.32달러) 오른 86.05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앞서 1월 브렌트유는 배럴당 75.89달러로 올해 최저가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1월부터 3월까지는 70~80달러 선을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중동 정세 불안 등 영향으로 브렌트유는 4월5일 배럴당 91.17달러까지 상승하며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전체 수입에서 원유, 가스, 석탄 등 3대 에너지가 차지는 비중은 5분의 1에 달합니다.
지난달만 놓고 보면 3대 에너지 수입액은 108억8000만달러로 전체 수입의 21%를 차지합니다. 가공된 형태로 들어오는 석유제품까지 포함하면 주요 에너지 수입액은 163억3000만달러로 전체 수입액의 31% 수준입니다.
전체 수입에서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국제유가 상승은 수입액 상승을 견인할 수밖에 없는 셈입니다.
지난 1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수출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4~5월부턴 수입액 상승 '흔들'"
정부도 중동 사태 관련 긴급 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해 석유·가스 등 에너지 수급·가격, 수출입, 공급망 등을 중심으로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아직까지는 석유·가스 수급, 수출입, 공급망 등 우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 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중동 사태의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짐에 따라 우리 경제에 미치는 대외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대외 불확실성이 국내 경제로 확산되지 않도록 에너지 수급 및 가격, 산업 공급망, 수출입 등 상황에 대해 한층 더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동정세로 인해 국제유가 상승이 우려되고 유가 올라가는 게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점을 감안했을 때 4월 수출입부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국제유가 뿐만 아니라 환율까지 오르면서 수입액이 4~5월부턴 상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중동발 우려가 지속된다면 당분간은 국제유가가 고공행진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나라는 에너지 의존도가 심한 편이기에 에너지와 연관된 인플레이션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수출과 관련해서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중동 전쟁이 향후 어떻게 확전되느냐에 따라 리스크가 올라가면서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세종=김소희 기자 shk329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