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소희 기자] 이란과 이스라엘의 확전 가능성이 줄어들면서 국제 원유 시장과 외환 시장이 진정세로 돌아서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중동 불안에 따른 유가 상승분이 이달 국내에 반영되는 만큼 원재료, 중간재, 최종재 등 국내에 공급되는 상품 및 서비스의 가격 변동은 불가피해졌습니다. 고물가·고환율 기조가 여전한 상황에서 내수 침체 장기화에 대한 우려마저 짙어지고 있는 겁니다.
2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을 보면, 22일 기준 국제유가(브렌트유 기준)는 배럴당 87달러에 거래됐습니다. 이는 4월 중 가장 낮은 거래 금액으로 이스라엘·이란 긴장 완화가 주된 배경입니다. 1400원을 돌파했던 환율도 중동 지역 확전 가능성이 줄어들면서 1370원대까지 내려갔습니다. 그러나 중동 불안에 따른 국제유가 요동과 환율의 시간차 반영은 물가 후폭풍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3월 생산자물가지수(잠정)를 보면 지난달 '국내공급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2%, 전년 동월 대비 0.6% 상승했습니다. 최종재가 0.1% 내렸지만 원재료(0.8%), 중간재(0.3%)가 올랐기 때문입니다. 국내공급물가지수는 국내로 공급(국내출하·수입)하는 상품 및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원재료, 중간재, 최종재의 생산단계별로 구분해 측정한 지수를 말합니다.
'총산출물가지수'도 전월보다 0.3% 상승했고 전년 동월과 비교해서도 1.9% 올랐습니다. 공산품(0.5%), 농림수산품(1.1%) 등이 급증한 요인입니다. 총산출물가지수는 국내 출하 외에 수출을 포함하는 총산출 기준으로 상품 및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가늠합니다.
2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을 보면, 22일 기준 국제유가(브렌트유 기준)는 배럴당 87달러에 거래됐다. (사진=뉴시스)
문제는 중동발 리스크로 불안했던 시기를 감안하면 4월 원재료, 중간재, 최종재의 생산단계별 상품 및 서비스의 가격 변동 또한 불가피하다는 점입니다. 중동 불안에 따른 유가 상승분이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반영될 경우 지속적인 고물가와 소비 위축 장기화는 커질 전망입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4월 경제동향' 보고서를 보면 내수 부진이 여전하다고 진단한 바 있습니다. KDI가 내수 부진으로 진단한 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5개월째입니다. 특히 이번 진단에서는 중동발 불안이 반영되지 않아 '내수 부진' 우려는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수 부진 지표를 보면 상품소비를 나타내는 2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3.1%포인트 줄어드는 등 지난해 7월(-3.1%)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습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0.9% 오르는데 그쳤습니다. 3월 소비자심리지수도 전월(101.9)보다 낮은 100.7을 기록했습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유가나 환율 등의 변동성이 커진다는 건 예측 불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예측이 어느 정도 돼야 경제활동이 온전하게 돌아가는 건데, 불확실성이 크면 아무래도 기업이나 가계는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기업들은 환율, 유가 등 불확실성에 따른 대비책을 마련해 놓고 대응할 테지만 우리가 내수라고 말하는 가계는 대응책이 없다"며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것 같다는 분위기를 느끼게 되면 가계도 소비를 줄이게 되고 결국 자영업자 매출에 타격이 가는 등 악순환이 지속되는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지난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김소희 기자 shk329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