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해진 환체력…삼성·현대차 등 변동성 위험 확대

환율 변동 시 이익 변동 폭 작년보다 커져
달러화 부채 많으면 환율 상승 시 손해 발생
현지화에 약해진 수출효과…고물가에 수입부담만 가중

입력 : 2024-04-17 오후 1:01:39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주요 기업들의 환체력이 전년에 비해 약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날 장중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찍는 등 원화가치가 역대급으로 낮아진 상황에서 산업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수출기업은 환율이 오르면 가격경쟁력이 올라 유리하지만 외환거래 비중이 높아 환율 민감도가 높습니다. 이에 영업환경이 달라지는 것뿐만 아니라 달러화 자산, 부채에도 큰 부담을 줍니다. 연초 원달러환율은 1달러에 1299원서 전날 마감 기준 1393.5원까지 도달했습니다. 장중에는 1400원도 기록해 4개월 새 100원가량 폭등한 양상입니다.
 
삼성전자는 금융자산 및 부채와 관련 연초 환율에서 5% 변동 시 순이익에 4187억원 정도 손익이 생길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작년 동기간 예측치 2586억원 손익 폭에서 61.9% 정도 변동성이 커진 수치입니다.
 
현대차도 같은 조건을 대입해 1115억원 수준 순이익 또는 순손실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역시 작년 기준 814억원 차이가 발생할 것으로 본 예상치보다 변동 폭이 커졌습니다. LG전자는 10% 변동 기준 631억원 이익 변화가 생길 것으로 봤습니다. 지난해 209억원보다 3배 넘게 예상 변동 폭이 확대됐습니다.
 
물론 이들은 상승 시 이익을 보는 경우라 다른 기업들보다 환율급등에 따른 우려가 덜합니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거꾸로 10% 상승 시 3321억원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는 등 반대 사례가 있습니다. 수출기업이라도 환율 상승이 반드시 유리한 것만은 아닌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달러화 부채가 많을 경우 환율 상승 시 평가손이 커집니다. 더욱이 대기업들의 신규 시설투자로 차입금이 커진 상태에서 급격한 환변동은 부담을 가중시킵니다. 미국이 9조원 보조금을 주기로 해 삼성전자가 현지 반도체 투자 확대에 나서는 등 수출효과도 예전만 못합니다.
 
포스코처럼 철광석, 철스크랩, 니켈 등 원재료 수입이 많은 기업은 환율 상승이 원가율을 높이는 직접적 요인입니다. 원유를 수입해 가공하는 SK, GS, HD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정유업계는 석유제품 수출로 환작용을 상쇄해왔지만 근래 수요약세로 정제마진이 악화된 상황에선 수입부담이 더 크게 다가올 전망입니다.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원자재를 수입하는 한편, 중국·중동과의 경쟁 탓에 구조적 불황을 겪는 화학업계도 비슷한 처지입니다.
 
거시적으로 원화자산 가치의 하락으로 특히 자본시장 내 외국인 자본 이탈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장기화된 고물가 속에 소득갈등이 확대되면서 노사분쟁이 격화될 것도 걱정되는 부분입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강달러 현상인데, 우리가 상대적으로 일본이나 타국에 비해서 (원화가치가)많이 떨어지고 있다.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들이 비관적인 게 반영되는 것"이라며 "기업들이 해외로 떠나게 되면 수출주도형 성장을 더이상 하기 어려워지는 것이고 밸류업도 기업지배구조를 건드리지 않고 법인세 감면하는 식이니 외국인 투자자가 보기엔 헛다리란 생각이 드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환투기 현상이 일어나는 게 아닌 이상 단기적으로 시장 개입해 조절하는 식의 정책도 가능은 하겠지만 큰 도움은 안된다”면서 “근본적인 경제 전망이 바뀔 수 있는 시그널을 주도록 정책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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