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지배·탄압…잘못된 국정, 바로잡으라"

이재명 작심 비판…'이태원·채상병·김건희' 언급도

입력 : 2024-04-29 오후 6:17:20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취임 후 처음으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만나 회담을 가졌습니다. 양측은 예정된 1시간을 훌쩍 넘겨 약 2시간15분 동안 국정 현안에 대해서 논의했는데요. 특히 이 대표는  A4 용지 10장에 달하는 원고를 직접 준비, 윤 대통령 면전에서 △민생회복지원금 수용 △의료·연금개혁 협력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자제와 특검 수용 △가족 등 주변 인사 의혹 정리 등을 요청했습니다. 
 
예상 시간을 훌쩍 넘긴 만남에도 이들은 공동 합의문 채택 없이 빈손으로 회담을 마쳤는데요.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민생회복긴급조치 주문에 대해 "현재 편성된 소상공인 지원 예산 집행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일명 '채상병 특검'(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을 비롯해 '이태원 특별법'(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 보장과 진상 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안) 등도 이견차만 재확인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협치 가늠자로 불린 국무총리 인선 등 내각 추천에 대해서도 요청하지 않았습니다. 민주당은 영수회담 직후 "변화 의지 안 보인다"며 "실망스러웠다"고 직격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영수회담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720일 만에 회담… A4용지 10장 분량 쏟아낸 이재명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이날 오후 2시4분께 서울 용산 대통령실 2층 집무실에서 만났습니다. 윤 대통령은 집무실 앞에서 이 대표를 맞이하며 악수했는데요. 이 대표는 "아이고 대통령님"이라며 인사를 건넸고, 윤 대통령은 "오랜만입니다"라며 답했습니다. 
 
지난 2022년 5월10일 윤석열정부 출범 후 720일 만에 열린 영수회담은 집무실 내 원형 테이블에서 진행됐습니다. 차담회 형식으로 열린 첫 영수회담은 예정된 1시간을 훌쩍 넘겨 약 2시간15분가량 이어졌습니다. 회담에는 대통령실에서 정진석 비서실장,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민주당에선 진성준 정책위의장,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 박성준 수석대변인이 각각 참석했습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에 "오늘은 비가 온다고 했던거 같은데, 날씨가 좋은거 같다"고 했고, 윤 대통령은 "이 대표님하고 만나는 것을 우리 국민들이 다 고대하셨기 때문에 좋은 날씨 준게 아닌가"라며 화답했습니다. 이 대표는 안쪽 주머니에서 A4 용지에 적힌 원고를 꺼내들고 "대통령님 말씀을 듣고 말씀드리려고 했는데"라며 말을 흐리자, 윤 대통령은 "아니죠. 손님 말씀 먼저 들어야죠"라며 이 대표의 말을 경청했습니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A4 용지 10장에 달하는 원고를 차분히 읽어 내려가면서도 작심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그는 우선 "이번 총선에 나타난 국민 뜻이 잘못된 국정을 바로 잡으라는 준엄한 명령이라고 생각한다"며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민생회복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습니다. 또 "연구개발(R&D) 예산 복원도 내년까지 미룰 게 아니라 가능하면 민생 지원을 위한 추경이 있다면 한꺼번에 처리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 대표는 의정 갈등에 대해서도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 그리고 의료진의 즉각적인 현장 복귀, 전공 필수 지역 의료 강화라는 3대 원칙에 입각해서 대화와 조정 통한 신속한 문제 해결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의대 증원 등 의료개혁에 민주당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했습니다. 연금개혁 역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추진한 개혁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책임의식을 갖고 추진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아울러 이 대표는 "대통령께서 국회를 존중하고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해주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나 특검법 등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대해서 유감표명과 함께 향후 국회 결정을 존중하겠다라는 약속해주시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이고 정중하게 요청드린다"고 했습니다. 이어 "채 해병 순직사건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대책 강구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큰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습니다.
 
더불어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 되고 있는 가족분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들도 정리하고 넘어가면 좋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김건희 특검법'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김 여사 관련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밖에도 이 대표는 저출생에 대해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추진하고, 재생에너지 정책의 일대 변화가 필요하다고도 언급했습니다. 이와 함께 외교 기조도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로 전환하고, 대일관계 문제에서 국민 자긍심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이후 이들은 비공개 회동으로 전환, 격의 없는 회담을 이어갔습니다. 
 
합의 없는 빈손 회담…정국 경색 불가피
 
이도운 홍보수석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영수회담이 끝난 후 가진 브리핑에서 "차담회는 약 2시간15분 동안 진행됐다"며 "차담회에서 민생 경제와 의료 개혁을 중심으로 다양한 현안을 논의했다. 차담회와 관련한 별도의 합의문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전체적으로 볼 때 윤 대통령은 제1야당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민생 문제를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면서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총론, 대승적으로 인식 같이 한 부분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 수석은 대통령과 이 대표가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전했는데요. 그는 "이 대표는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이며 대통령의 정책적 방향이 옳다"며 "민주당도 협력하겠다고 말했다"고 했습니다.
 
또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 있고, 또 여당 지도 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어서 어떤 형식이든 계속 만나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일부 현안을 두고는 이견을 드러낸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이 수석은 "민생이 가장 중요한 정책적 현안이라는데 인식 같이 했다"면서도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지는 대통령실과 야당간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 여기에 대해서도 조금은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고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영수회담 종료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사진)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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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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