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일본의 '라인' 압박…네이버, 글로벌 전략 수정 불가피

일본, 2차례 행정지도 이어 한국 개인정보위에 조사 요청도
라인, 아시아서 2억명 이용…지배력 상실 시 글로벌 성장 제동 우려
신수종사업 '소버린 AI' 전략도 차질 가능성
"일본 정부 무리한 요구…네이버 지분 매각 쉽지 않을 것"

입력 : 2024-05-02 오후 2:47:57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라인에 대한 일본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네이버(NAVER(035420))의 글로벌 사업에 빨간 불이 켜졌습니다. 특히 네이버는 차세대 먹거리로 소버린 AI(주권 인공지능)’를 낙점하고 중동, 일본, 동남아 공략을 진행·준비 중인데요. 일본의 강력한 압박으로 아시아 시장의 교두보 역할을 해 온 라인야후의 지배력을 상실하게 되면 네이버 글로벌 사업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네이버 사옥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2일 플랫폼 업계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해 라인야후가 해킹을 당한 사건을 계기로 두 차례 행정지도를 내린 것 외에도 최근 한국의 개인정보보호위원에도 조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지난해 말 라인야후가 운영하는 메신저 라인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한 바 있는데요. 라인야후는 이와 관련 한국의 네이버클라우드를 통해서 제3자의 부정한 접근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계기로 일본 정부는 2차례 행정지도를 통해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 재검토요구에 나섰는데요. 이에 일본 정부가 이번 일을 계기로 라인야후의 네이버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해결하기 위해 공동 모회사를 움직여 독자적 대주주를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옵니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라인야후 대주주인 A홀딩스(구 라인) 주식을 50%씩 보유하고 있어 양사가 실질적인 모회사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 일본 정부가 지난달 한국 개인정보위원회에도 네이버에 대한 조사를 요청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는데요. 이와 관련 개인정보위 측은 한국에서 해킹이 발생했지만, 국내에서 개인정보 유출이 확인되지 않았고 조사를 끝마쳐 실무 차원에서 어렵다는 취지의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버린 AI’ 필두 글로벌 전략…라인 지배력 상실 시 차질
 
라인은 일본에서만 월간 이용자 수가 9600만명에 달하는 이른바 국민 메신저입니다. 아시아 권역으로 넓혀 보면 태국 5500만명, 대만 2200만명, 인도네시아 600만명 등 이용자만 2억명에 달합니다.
 
이때문에 일본의 압박에 밀려 라인야후의 지배권을 상실하게 되면 아시아권 시장에서의 성장 보폭을 넓히려는 네이버의 글로벌 로드맵에 제동이 걸리게 됩니다. 네이버는 라인야후를 활용해 라인망가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요. 라인망가를 운영하는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는 지난해 11개월 만에 일본 내 거래액 1000억엔(9000억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바 있습니다.
 
또한 신수종사업으로 네이버가 사활을 걸고 있는 글로벌 진출 전략인 소버린 AI’ 역시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네이버가 집중하고 있는 소버린 AI’는 문화 종속 등을 이유로 글로벌 빅테크 모델을 사용하기 꺼리는 국가를 대상으로 네이버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AI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가겠다는 전략인데요. 현재 중동을 공략 중인 네이버는 일본과 동남아로 보폭을 넓히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라인에 대한 지배권 상실 시 서비스 확산이 용이한 핵심 인프라를 잃게 되는 것으로 ‘AI 비서등 신규 비즈니스모델에 대한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합니다.
 
네이버 측은 아직 공식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무겁게 인식하고 해결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최수연 대표의 지휘 아래 소프트뱅크 등과 지배구조에 대한 여러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핑계로 지분을 매각하라고 하는 것은 일본 정부의 무리한 요구라며 1억명에 달하는 회원이 빠져나가는 것은 네이버의 글로벌 전략에도 큰 지장을 주기 때문에 실제 지분 매각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라고 진단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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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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