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대기업 총수 일가 10명 중 7명이 한국에서 집값이 비싼 서울 용산·강남·서초 등 3개 구에 집중해 거주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특히 용산구 이태원·한남동은 전체의 20%가 넘는 총수 일가가 거주하는 ‘초집중’ 지역으로 꼽혔습니다. 반면, 수도권 이외에 거주하는 총수 일가는 단 10명에 불과해 큰 대조를 보였습니다.
서울 남산에서 내려다본 강남과 용산 일대 아파트 단지. (사진=뉴시스)
17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거주지(주소) 조사가 가능한 2025년 지정 대기업집단 62곳의 총수 일가 436명의 주소를 분석한 결과 전체의 93.8%인 409명이 서울에 거주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 다음으로는 경기도 17명(3.9%), 해외 4명(0.9%), 부산 2명(0.5%), 인천·전북·대전·충북 각 1명(0.2%) 순이었습니다.
서울 내에서도 용산·강남·서초 3개 구에만 69.9%(305명)가 집중돼 부촌 지역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습니다. 이들 지역은 전국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곳으로 꼽힙니다. 3개 구 중에서도 총수 일가가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곳은 127명(29.1%)이 몰려 있는 용산구였습니다. 이어 강남구 113명(25.9%), 서초구 65명(14.9%) 순으로 파악됐습니다.
동 단위로 살펴보면 용산구 이태원동·한남동에 가장 많은 총수 일가가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들 지역에는 삼성, SK, 현대차, LG, 롯데, HD현대 등 32개 그룹의 총수 일가 100명(22.9%)이 주소지를 두고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곳은 삼성 일가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포함해 모친인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명예관장과 여동생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삼성그룹 내 총수 일가가 모두 이태원로에 거주 중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 밖에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몽준 HD현대 아산재단 이사장 등 주요 그룹 총수 일가도 이태원과 한남동에 소재지를 두고 있었습니다.
과거 전통적인 부촌으로 통하던 성북구 성북동에도 37명(8.5%)의 총수 일가가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구자은 LS 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등 총수 10명도 거주 중입니다. 서초구 반포동은 24명(5.5%)의 총수 일가가 소재지를 두고 있는데, 총수로는 조원태 한진 회장, 박정석 고려에이치씨 회장 등이 있습니다. 그 뒤를 서초구 방배동 18명(4.1%), 강남구 청담동 17명(3.9%), 성동구 성수동 15명(3.4%) 등 순으로 조사됐습니다.
경기도에서는 성남시 분당구가 10명(2.3%)으로 가장 많았고 양평군도 3명(0.7%)의 총수 일가가 거주 중이었습니다. 성남시에 주소를 둔 대표적인 인물로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꼽힙니다. 양평군에는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소재를 두고 있었습니다.
부산에는 부산 및 경남 지역 기반 기업인 DN과 아이에스지주 등 그룹의 총수 일가 2명(0.5%)이 거주 중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CEO스코어는 “대기업 총수 일가 거주지가 ‘서울 편중’을 넘어 이제는 부동산 가격이 초고가인 특정 부촌 지구로 ‘초집중’하는 특징을 보였다”고 했습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지분 보유 공시를 통해 주소 확인이 가능한 총수 일가를 대상으로 이뤄졌습니다. 기업공시서식 작성 기준에 따르면 개인 주소는 주민등록표상의 주소를 기재하도록 명시돼 있습니다. 동일 주소로 공시된 배우자 및 30세 미만 자녀는 중복 산정 가능성으로 인해 집계에서 제외했습니다. 공시상 주소와 알려진 실거주지가 다른 경우는 공시에 기재된 주소로 조사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