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조만간 민정수석실 신설을 주요 골자로 하는 대통령실 조직 개편안을 발표할 전망입니다. '민심 청취'가 명분이지만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 공약을 파기하는 셈입니다. 특히 첫 민정수석에 검사 출신 인사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데요. 그간 미뤄왔던 검찰 고위급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총선 패배 이후 국면을 사정정국을 통해 전환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심' 듣겠다면서…시민사회 대신 '민정 부활'
2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비서실장 산하로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할하는 민정수석실 신설을 최종 검토하고 있습니다. 민정수석실에는 민심 청취 기능을 담당하는 민정비서관실도 새로 포함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29일 영수회담 당시 윤 대통령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국정을 운영하다 보니까 정책이 현장에서 이뤄질 때 어떤 문제점과 개선점이 있을지 정보가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그래서 김대중정부에서도 민정수석실을 없앴다가 2년 뒤에 다시 만들었는데 왜 이런 판단을 하셨는지 이해 가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22년 3월 당선인 시절 사정 기능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실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취임과 동시에 민정수석실을 폐지한 바 있는데요. 영수회담을 통해 이 대표에게 민정수석실 부활에 동의를 구한 겁니다.
윤석열정부 초대 민정수석에는 김주현 전 대검찰청 차장(사법연수원 18기)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습니다. 김 전 차장은 박근혜정부 때 법무부 차관과 대검찰청 차장을 지낸 인물입니다.
역대 정권에서 민정수석실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담당해왔습니다. 여기에 국가정보원·검찰·경찰·국세청·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수사와 감찰 등을 사실상 지휘해왔습니다. 사실상 민심 청취와는 무관하게 사정 기능으로만 활용된 셈입니다.
대통령실은 민정수석실의 검경 통제 기능, 즉 사정 기능을 빼겠다는 설명을 내놨는데요. 윤 대통령이 예로 든 김대중정부에서는 민정수석실 부활 당시 사회운동가 출신인 김성재 한신대 교수를 임명한 바 있습니다. 때문에 '민심 청취'가 명분이라면 시민사회수석실 개편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권력기관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에 검찰 출신을 임명하는 건 윤 대통령 내외의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범야권이 이번 총선에서 승리한 직후 김건희 여사 특검범과 채상병 특검법 등에 처리가 예고되는데요. 민정수석실 신설이 '민심 청취'를 위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실의 위기 대응용 아니냐는 겁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지적하며 폐지했던 민정수석실을 조기 레임덕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꺼내든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검찰 출신 민정수석을 앞세워 검찰 장악력을 지키고, 가족의 사법 리스크에 대응하려는 윤석열 대통령의 뻔한 저의"라고 비판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9월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라인 검찰 고위급 암투 전개"
문제는 민정수석실뿐 아니라 검찰 고위급 인사가 단행되면 윤석열정부 집권 3년차가 '사정 정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겁니다.
현재 이원석 검찰총장은 오는 9월 임기 2년을 마칩니다. 이 총장의 임기가 마무리되고 신임 총장이 들어서게 되면 대규모 검찰 고위급 인사가 예상되는데요.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때 이른바 '윤석열 사단'의 재편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즉 각종 수사로 사정 정국을 조성해 야당이 추진하는 특검법안들을 대비한다는 지적입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지난달 15일 "'윤 라인(윤석열 라인)' 고위급 검사 사이에서 긴장과 암투가 전개되고 있다"며 "대통령실과 검찰 내부 긴장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윤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와 김건희 씨 관련 혐의 처리 입장이 인선의 핵심 기준"이라며 "윤 대통령은 곧 '데드덕(레임덕보다 더 심각한 권력 공백)'이 될 운명인 자신과 배우자를 위해 뻔뻔한 방패 역할을 하고 정적에 대해서는 더 무자비한 칼을 휘두를 사람을 찾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