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이 3자 구도로 치러집니다. '찐윤'(진짜 친윤석열계) 이철규 의원은 결국 불출마했는데요. 총선 책임론과 당내 반발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됩니다.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종배(왼쪽부터), 송석준, 추경호 의원. 사진=뉴시스
국힘, 원내대표 후보 신청 마감…'지역별 다자구도' 성립
국민의힘에 따르면, 5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된 원내대표 후보 신청에 이종배·송석준·추경호 의원이 등록을 완료했습니다. 한때 '단독 추대설'까지 제기됐던 이철규 의원은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이철규 의원은 출마를 공식 선언한 적은 없지만 친윤계를 중심으로 출마를 권유받고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실제 그는 본인이 뽑은 영입인재 출신 당선인 10여명과 조찬 회동을 하는 등, 원내대표 선거 출마를 앞두고 '세몰이'에 나선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철규 원내대표론'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습니다. '정권 심판'을 택한 민심에 '반성'이나 '쇄신'의 의미를 전하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국민의힘이 대통령실의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여론에 비윤계와 수도권 당선인은 물론, 일부 친윤계까지 "친윤 핵심으로서 총선 패배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불출마 요구가 잇달았습니다.
그러나 원내대표 후보자는 선뜻 나오지 않았습니다. 당초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일은 지난 3일이었으나, 선거일을 하루 앞두고도 공식 출마자가 1명도 나오지 않으면서 선거일이 오는 9일로 미뤄질 정도였는데요. 원내 협상 때문에 자칫 임기(1년)도 못 버티고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과 함께, 대통령실 눈치까지 봐야 한다는 부담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결국 국민의힘에선 3선 이상 중진에게 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대두했습니다. 수도권 3선 송석준 의원을 시작으로, 충청권 4선 이종배 의원, 영남권 3선 추경호 의원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원내대표 인물난'은 겨우 수습된 모양새입니다.
당정관계 재설정은 '글쎄'…첫 과제는 '원 협상 구성'
세 후보는 모두 친윤계로 분류되지만, 이철규 의원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옅은 인물로 평가됩니다. 다만 이들 모두 위계질서가 엄격한 관료 출신인 만큼, 당정관계에서 근본적 변화를 꾀하기는 어려울 전망입니다.
세 후보의 지역구는 수도권, 충청, 영남으로 제각각인데요. 수도권 민심을 제대로 잡지 못한 게 총선 참패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만큼 수도권·충청권 후보가 원내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다만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지역구 당선인 90명 중 영남권 당선자는 59명으로 65.6%에 달합니다. 이에 '보수 텃밭' 대구에서 3선 고지에 오른 추 의원에게 표심이 몰릴 가능성이 큽니다.
주호영 전 원내대표(대구 수성갑)와 윤재옥 현 원내대표(대구 달서을)가 모두 대구 지역 의원인 점을 고려하면, 추 의원이 당선 시 '역시 영남당'이란 비판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국민의힘 차기 원내대표의 첫 임무는 22대 국회의 원 구성 협상입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당의 강력한 공세에 대응해야 하는데요. 민주당은 국회의장은 물론 국회 운영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까지 가져가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개원 즉시 재추진하겠다고도 선언했습니다.
이철규 의원은 경선 참여를 두고 막판까지 고심한 것으로 보입니다. 자신을 향한 불출마 요구에 불쾌감도 감추지 않았는데요. 자신이 여권 지도부에 불출마 의사를 전했다는 보도를 공식 부인하기도 했습니다. 이 의원은 원내대표 선거 후보 등록이 마감된 만큼 자신의 원내대표 출마설과 불출마 요구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점쳐집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