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지난해부터 해외 자회사 배당을 감세(익금불산입)하면서 주요 기업들의 해외배당 수입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는 해외 유보 재원의 국내 송금을 촉진하기 위해 해외배당소득을 면세해줬는데 정책효과가 가시화 된 결과입니다. 하지만 국내 세수부족 문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거꾸로 해외 자회사로의 자산 이전 및 세원 유출 등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습니다.
7일 각사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작년 배당금 수입(이하 개별 기준)이 29조4978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3조5514억원에서 폭증한 수치입니다. 증가율은 무려 730.5%나 됩니다. 현대자동차도 같은 기간 배당 수입이 8559억원에서 1조5438억원으로 80.3% 급증했습니다. 이들은 배당금 수입 중 해외배당을 구분 공시하지 않지만 해외 자회사가 많아 해당 수입이 증가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LG전자의 경우 해외배당을 구분 공시하고 있습니다. LG전자 역시 7143억원에서 1조7883억원으로 150.3%나 배당수입이 늘었습니다. 그 중 특수관계자로부터 배당금 수입이 1조7585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특수관계자 중 국내 자회사로부터의 배당은 LG이노텍에서 걷은 400억원에 그쳤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해외 자회사가 배당한 금액입니다.
정부는 지난 2022년말 세법개정을 통해 해외 자회사 배당의 익금불산입을 시행했습니다. 익금불산입은 세법상 세금을 내야 하는 소득으로 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구체적으로 지분율 50% 이상 해외 자회사 배당은 익금불산입률이 100%입니다. 또 20~50% 지분은 80%, 20% 미만은 30%가 적용됩니다. 그 해 법인세 과세표준 구간별 법인세율도 1%포인트씩 낮춰져 부자감세 논란이 커진 바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해외 유보 재원의 국내 송금을 촉진해 국내 투자 활성화 및 기업경쟁력 제고, 다국적 기업 지역본부 유치 등이 기대된다며 국회를 설득했습니다. 이른바 낙수효과를 겨냥한 감세입니다. 다만 앞서 3개사는 해외 배당수입이 증가했으나 국내 배당금 지출은 별반 늘지 않아, 배당만 보면 낙수효과는 보이지 않습니다. 배당 지출이 늘어난 곳은 3사 중 현대차만(24.1% 증가)입니다. 대신 3사는 국내 중장기 시설투자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한 상태입니다.
일각에선 해외배당 감세로 인한 세수결손을 우려합니다. 해외로의 내부거래 확대 등으로 자산 이전이 이뤄지고 해외 자회사 배당으로 감세받아 세원이 유출된다는 지적입니다. 이는 정부가 배당 감세와 더불어 일감몰아주기 과세를 풀어준 것과 연결됩니다. 역시 2022년말 세법개정을 통해 특수관계법인간 수출목적 거래는 증여의제이익 과세에서 제외시켜 줬습니다. 가뜩이나 대규모 기업집단 특수관계인간 내부거래는 해외 계열사를 중심으로 급증하는 추세인데 여기에 불을 지필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한편,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12월까지 해외로부터 반입된 배당소득은 244억2000만달러(약 33조원)로 집계됐습니다. 전년보다 2배 정도 증가했습니다. 올 1분기 국세는 작년 동기보다 2조2000억원(2.5%) 덜 걷힌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법인세가 5조5000억원 정도 모자른 탓입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