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의 강온 전략…민정수석 부활 '함의'

대야협치·사정정국 '투트랙 전략'…국면전환 노림수

입력 : 2024-05-08 오후 5:23:20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집권 3년차를 맞은 윤석열 대통령이 여당의 4·10 총선 참패로 약화된 국정운영 동력을 되살리기 위해 '투 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른바 '강온 양면 전략'이 핵심입니다. 그 중심엔 '대야 협치'와 '사정 정국'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협치의 대상자로 끌어들이면서도 민정수석 부활을 통해 사정 정국으로 국면을 전환하려는 포석으로 분석됩니다. 
 
이재명 차기 걸림돌까지 제거?…"사법리스크 동지냐"
 
8일 정치권은 윤 대통령의 강온양면 전략을 둘러싼 후폭풍으로 온종일 어수선했습니다. 대통령실과 민주당의 공식 부인에도 불구하고 비선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습니다. 지난 7일 공개된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열린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영수회담 추진 과정에서 '함성득·임혁백' 비공식 라인이 특사 역할을 맡아 물밑 조율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함성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이 윤 대통령의 뜻을 전하고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는 이 대표의 뜻을 전달하며 영수회담을 위한 협상을 진행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이 대표는 이와 같은 '비선 논란'에 대해 부인했습니다.
 
다만 '함성득·임혁백 특사 논란'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두 사람에게 전해진 윤 대통령의 발언과 의도입니다. 이는 이번에 제기된 '비선 논란'보다 더 중요하게 바라볼 지점입니다. 두 사람의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회담의 진정성을 전달하기 위해 '국무총리 인사 추천'과 '핫라인 구축', '여야정 협의체 구성'까지 제안했다고 합니다. 윤 대통령은 또 이 대표에게 "더 이상 경쟁자가 아닌 만큼 국정의 동반자로 대하겠다", "소모적 정쟁이 아니라 생산적 정치로 가면 이 대표의 대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합니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협치 대상자로 인정한 것인데요. 특히 앞으로 국정을 운영하는데 이 대표에게 많은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여기에 더해 윤 대통령은 차기 대선에서 이 대표에게 불편한 인사를 대통령 비서실장 인선에서 배제하겠다는 뜻까지 전했습니다. 차기 대선에서 이 대표의 경쟁자가 될 만한 사람을 미리 제외하겠다고 제시한 겁니다.
 
윤 대통령은 또 이날 오후 2시40분쯤 이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건강을 염려하는 안부 인사를 했습니다. 이에 이 대표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고 합니다. 영수회담 이후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협치가 물꼬를 텄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여당 내부에서도 거센 비판이 나올 정도로 윤 대통령의 대야 협치 행보는 파격적으로 보입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언제는 범죄자라서 못 만난다더니, 이제는 두 부부 모두 사법리스크가 있어서 동지가 된 건가"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무슨 윤 대통령의 상전인가"라며 "이 대표가 불편해할 사람을 기용하지 않는 게 어떻게 대통령 인사의 원칙과 기준이 될 수 있나. 이 대표가 아무리 불편해도 도저히 반대할 명분이 없는 인사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비판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민정수석에 김주현(오른쪽) 전 법무부 차관을 임명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정수석 카드 꺼낸 윤 대통령…'검찰 장악' 포석 
 
반면 민정수석실 부활은 향후 사정 정국을 예고하는 것과 동시에 총선 참패 이후 국면을 전환하려는 윤 대통령의 노림수로 읽힙니다. 역대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보다는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통제했습니다. 이 때문에 총선 이후 여소야대 국면 돌파를 위해 각종 수사로 사정 정국을 조성하고 채 상병·김건희 여사 특검 등 다가오는 특검을 방어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동시에 야당 관련 수사 등을 통한 역공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와 함께 사정기관 장악을 통해 관료들의 기강을 잡으며 조기 레임덕(권력누수)을 방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이번에 공직기강비서관으로 내정된 인사도 국민의힘 후보로 경기 용인갑에 출마했으나 낙선한 이원모 전 대통령인사비서관입니다. 이 전 비서관은 윤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향후 감찰을 통해 공직 사회의 기강을 잡는데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또 윤 대통령이 차기 검찰총장을 비롯해 검찰 인사권 행사로, 자신만의 검찰 친정 체제를 구축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현재 '이원석 검찰총장 체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체제'의 일부로 인식되고 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총선에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여러 차례 갈등을 빚은 윤 대통령으로선 '이원석 체제'에 대한 믿음이 이전보다 덜하기 때문에 검찰 인사를 컨트롤하는 민정수석을 통해 검찰 장악력을 강화하는 데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됩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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