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황제 보석’ 논란에 지난해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았지만, 사면된 지 1년도 안 돼 다시 구속 기로에 섰습니다.
1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지난 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를 받는 이 전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경찰은 이 전 회장이 그룹 임직원들에게 겸직 명목으로 이중급여를 지급하고, 이 과정에서 불법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태광컨트리클럽(CC)이 계열사들에 이 전 회장과 친족이 소유한 골프업체 공사비를 부당하게 지원했는지도 수사 중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혐의가 상당히 인정된다고 봐서 영장을 신청했다”며 “검찰에서도 구속영장 신청을 받아 법원에 청구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018년 12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횡령 등 혐의와 관련한 파기환송심 1차 공판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10월 이 전 회장의 자택과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고, 이어서 태광산업 본사 사무실과 임원 2명의 자택에 수사관을 보내는 등 3차례에 걸쳐 관련 증거를 확보했습니다. 지난 1월에는 법무부를 통해 이 전 회장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습니다.
태광그룹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혐의 대부분은 그룹 경영을 총괄했던 김기유 전 경영협의회 의장이 저지른 일들”이라며 “태광그룹은 최근 내부 감사를 통해 부외자금을 조성해서 사용한 주체가 김 전 의장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9일 서울서부지검에 배임 등 혐의로 김 전 의장을 고발했다”고 밝혔습니다.
‘황제 보석’에도 특별사면 논란
이 전 회장은 2011년 태광산업이 생산하는 섬유제품 규모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총 421억원을 횡령하고 9억여원대 법인세를 포탈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바 있습니다.
앞서 63일 만에 건강 등을 이유로 보석 석방됐지만, 7년 넘게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 받은 사실이 알려져 ‘황제 보석’ 논란이 일었습니다. 2018년 말 다시 구속된 이 전 회장은 2019년 6월 징역 3년형을 확정 받고 만기 출소했습니다.
특정경제가중처벌법과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5년간 취업 제한 규정을 적용 받았지만, 지난해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경영 복귀의 길이 열린 바 있습니다.
이 전 회장이 이전과 같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갈림길에 서면서 경제인 특별사면에 대한 비판이 또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으로 이 전 회장을 비롯한 12명의 경제인을 포함하면서 “서민 경제가 어려운 점을 고려해 경제 살리기에 중점을 뒀다”고 언급했습니다.
한편 이 전 회장에 대한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16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에서 진행됩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