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DX '소송전' 갈등 최고조…초도함 업체 결정 지연시 HD현대중에 '악재'

선도함, 현대중 '수의계약' 대 한화오션 '경쟁입찰' 팽팽
기본설계 수주한 현대중, 수행 기간·투자 금액 날릴 판
KDDX 실전배치 시기 늦어질 경우, 국방력 공백 우려도

입력 : 2024-05-16 오후 4:58:05
 
[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약 8조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을 두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수주 경쟁이 기밀유출 사건의 여파로 소송전까지 번지며 갈등 수위가 최고조에 이르렀습니다. 상황이 이러자 해군과 방위사업청(방사청)이 당초 설정한 2030년 총 6척 발주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현재 차기 사업 순서인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 업체 선정 방식에서 방사청이 각각 '수의계약'과 '경쟁입찰'로 진행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방사청의 최종 결정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방사청이 여론에 떠밀리는 형태가 돼 어느 한 쪽이 승복하지 못하는 판단을 내린다면 추가 후폭풍이 거세질 전망입니다. 가처분신청 등 추가 법정분쟁으로 KDDX 사업 계획이 더 지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특히, KDDX의 개념설계보다 한층 구체화된 기본설계를 위해 수백억원을 투자한 현대중공업은 방사청의 초도함 업체 선정이 늦어질 경우, 한화오션보다 손해가 막심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나아가 해군의 KDDX 실전배치 시기가 늦어져 국방력 공백이 나타날 것이란 의견까지 제기됩니다.
 
16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KDDX 선도함 수주 방식은 올 9~10월쯤 정해질 것으로 추정됩니다. 쟁점은 계약 방식입니다. 현대중공업은 KDDX 선도함 건조 이전 사업인 기본설계를 수주했습니다. 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를 맡은 기업이 선도함까지 건조하는 방사청 관례를 근거로 들며 수의계약으로 진행되야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반면, KDDX 개념설계를 수행한 한화오션은 경쟁입찰로 이뤄져야한다는 입장입니다. 한화오션은 해당 관행이 지난 2019년 방위사업관리규정 개정에 따라 예외조항으로 바뀌었다는 부분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앞서 현대중공업 직원들은 지난 3일 한화오션 임직원 2명을 허위 사실 적시 및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청 국사수사본부에 고소했습니다. 한화오션은 지난 3월 경찰청 국수본에 군사 기밀 유출 행위에 임원 개입 등에 대한 수사를 요청한데 이어, 현대중공업 임원 개입의 증거라며 피의자 신문조서 등 일부 수사 기록을 언론에 공개한 바 있습니다. 현대중공업 직원들의 고소장 제출은 이에 따른 맞대응입니다. 
 
지난 3월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구승모 한화오션 컴플라이언스실 변호사가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고발장을 제출한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양측의 첨예한 주장 탓에 방사청이 두 회사 모두 납득할 만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리는 겁니다. 그러지 못할 경우 한쪽에서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면서 또 한번의 계획 차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만약 방사청 판단을 한쪽에서 받아들이지 않고 가처분신청을 하게 되면 또 시간이 경과된다"며 "현재 방사청의 계획대로 올해 업체 지정을 마무리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또 경쟁입찰로 한화오션이 선도함 건조업체로 지정될 때 기본설계를 수행한 현대중공업에 큰 손해가 발생할 예정입니다. 수상함 기본설계는 하나의 업체가 도면을 작성하는게 아니라 방사청 국방과학연구소 기품원 등 수십개 정부 및 연구기관과 협업해서 수행하게 됩니다.
 
기본설계는 보통 36개월 정도의 긴 시간이 소요됩니다. 복잡한 과정에 투입 금액도 수백억원에 달합니다. 현대중공업은 선도함 건조 입찰을 따내지 못한다면 기존 수백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날리게 됩니다. 아울러 내년 11월까지 국내 특수선 수주가 없어 1700여명의 근무자 고용 유지도 위태로운 상황이라고까지 토로합니다.
 
업계에선 양측의 수주 경쟁 과열이 해군의 KDDX 배치를 늦출 수 있다고 걱정합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KDDX 실전배치 하겠다는 계획이 미뤄지고 사업이 정상 진행되지 않음에 따라 수천억 단위의 손실과 국방력 공백 초래할 것"이라며 "타국가에서는 우리나라 국내 방사청과 대형 조선소간의 협업관계나 원활한 군함 획득 과정 등을 보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발주를 하는데, 이렇게 국가 내부적으로도 정리가 안되는 상황은 결국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쳐 해외 방산 수출길도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양사는 선도함 건조 능력에 자신감을 각각 드러내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은 관계자는 "국내에서 이지스구축함 배치1·2의 기본설계부터 선도함 건조까지 연구개발사업을 주관한 업체는 HD현대중공업이 유일하다"고 했습니다. 한화오션은 관계자는 "지난 2012년 KDDX 개념설계 이후 현재까지 변함없이 KDDX 건조를 위한 기술 기반을 차곡차곡 구축해 오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한화오션은 경쟁입찰로 선도함 수주를 따냈을 경우 현대중공업의 입을 손실에 대해 "현대중공업이 선도함 입찰에 실패한다고 막대한 손해를 본다는 것은 사실이 아닌 억지 주장"이라며 "현재 현대중공업의 수상함 수주잔량은 13척인데 반해 한화오션은 현재 3척에 불과해 1700여명의 근무자 고용 유지가 위태로운 상황이라는 것은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KDDX) 조감도. (사진=HD현대중공업)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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