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보험사의 배당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올 하반기 해약환급금 준비금(해약준비금) 제도가 개편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간 해약준비금 적립 등 당국 권고에 따라 적극적으로 배당 확대 정책을 펼치지 못했는데, 제도가 개선되면 주주환원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간 순익 증가에도 주주환원 소극적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들이 호실적을 거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주환원 정책에는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지난해 국내 보험사 53곳의 당기순이익은 13조3578억원으로 전년 대비 45.5% 급증했습니다. 그러나 회계제도 변경에 따른 착시효과라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보험사들은 배당 확대에는 보수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올해 초 금융위원회가 '밸류업' 정책 일환으로 기업 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내놨지만 보험사들은 주주환원 정책에 섣불리 나서지 않았습니다. 새 회계제도가 실적 착시 효과가 있는 건 사실이므로 제대로 정착되기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업계 1위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배당금액을 올렸고 한화생명도 3년 만에 주주 배당을 재개했습니다. 그러나 배당성향은 감소하거나 당기순이익 증가분에 한참 못 미쳤습니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 중 배당금의 비율인데, 배당금 보다 순익 증가분이 더 컸습니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순익이 1조8220억원으로 전년 대비 42.3% 급증했지만 배당성향은 45.8%에서 37.3%로 하락했습니다. 삼성생명의 경우 지난해 순이익이 1조8953억원으로 전년 대비 19.7% 오른 것에 비해 배당성향은 35.1%로 1%포인트 상승에 그쳤습니다.
이들 보험사를 포함해 나머지 보험사들도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세부 가이드라인이 나올 때까지 배당 여부와 방안을 더 고민했습니다.
특히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엇박자도 보험사들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웠다는 반응입니다. 금감원은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발표 전에 IFRS17가 완전히 정착하지 않은 만큼 과도한 배당은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전한 바 있습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금융당국의 추가 지침을 지켜본 뒤 주주환원 강화 정책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던 셈입니다.
금융위원회가 올해 초 기업 가치 제고 프로그램인 밸류업 방안을 내놨지만 보험사들은 회계제도 변경으로 인해 주주환원에 보수적인 모습을 보였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 (사진=뉴시스)
해약준비금 산출기준 변경 기대감
그러나 1분기를 기점으로 올해 하반기 배당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나고 있습니다. 특히 주주환원 확대 여력이 있다고 밝힌 삼성생명·삼성화재 등은 오는 8월 중장기 자본관리 정책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삼성화재는 밸류업 발표 이전부터 실적 개선을 전제로 배당액을 우상향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목표했던 주주환원율은 50%입니다. 자본건전성을 가늠할 수 있는 적정 K-ICS(킥스) 비율이 얼마가 될지, 또 배당 확대·자사주 소각 여부 등 주주환원 방식을 어떻게 정할지는 조만간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삼성생명도 지난해 배당성향이 37%였지만 중장기 주주환원율을 50%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나머지 보험사들의 주주환원 확대 여부는 해약준비금 산출 기준 변경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IFRS17 도입 후 보험사들은 순익에 유리한 보험계약마진(CSM) 확대에 주력하고 있는데, 해약준비금 증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회계제도 변경으로 보험사들은 보험 계약 해지 시 계약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해약준비금을 별도로 쌓아야 합니다. 은행의 대손준비금과 비슷한 해약준지금은 배당가능이익에서 제외됩니다. 배당가능이익은 자산에서 부채를 제외 순자산에서 자본금과 자본·이익준비금, 미실현이익 등을 차감해 계산합니다.
특히 IFRS17 제도 하에서 보험 부채는 시가로 평가하기 때문에 금리가 높은 시기에는 미실현이익이 증가하면 보험사 순자산이 줄어들면서 배당가능이익도 감소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보험업계에서는 중장기적으로 주주환원을 확대하려면 해약준비금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해약준비금 산출 기준을 올 하반기 변경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밸류업을 의식해 주주환원 확대를 고려하는 것은 아니며 해약준비금 이슈는 밸류업 이전부터 논의되던 사항"이라며 "지난해 새 회계제도 변경으로 순익이 증가했지만 보험사별 수익 구조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일반적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고 제도 변경 이후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보험사들이 하반기 해약준비금 제도 개선 여부에 따라 주주환원 확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