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팔수록 부채' 연금보험 드라이브 왜

새 회계제도서 저축성보험 매력 떨어져
보장성보험 편중 수익구조 다각화 필요

입력 : 2024-05-2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생명보험사들이 저축성보험으로 분류되는 연금보험 판매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확정이율과 공시이율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상품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지난해 새롭게 도입된 회계기준(IFRS17)으로 연금보험 판매유인이 떨어졌지만 고령화로 인한 사적연금 수요가 커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입니다.  
 
확정이율·공시이율 결합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생보사들은 오프라인과 온라인 채널을 통해 연금보험 상품을 연달아 출시하고 있습니다.
 
이날부터 방카슈랑스에서 판매하기 시작한 '삼성 행복플러스 연금보험'은 업계 최초로 고객이 보증비용을 부담하고 일정 기간 동안 계약을 유지하는 경우 공시이율의 변동과 관계없이 약관에 따라 최저계약자적립액을 보증하는 상품입니다.
 
최저적립액은 가입 후 5년 시점까지 시중금리 수준에 맞춰 정해진 이율(연복리 3.6%)을 적용해 계산됩니다. 공시이율로 적립된 금액이 최저적립액 보다 크다면 공시이율 적립액을 보장받을 수 있고, 반대의 경우에도 5년까지 계약을 정상적으로 유지한다면 최저적립액을 보증 받을 수 있습니다. 보증시점인 5년이 지난 이후에는 일반 연금과 같이 적립액을 공시이율로 부리합니다.
 
삼성생명은 앞서 지난달 다이렉트 전용 상품인 '삼성 인터넷NEW일시납연금보험'도 출시했습니다. 상품 가입 후 5년간 3.8%의 확정이율을 적용하고 이후 공시이율을 적용합니다. 소득세법 충족 시 이자소득세(15.4%) 비과세 혜택과 함께 매월 일정 사업비와 위험보장을 위한 보험료를 차감한 후 연 복리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또 연급 지급을 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계약을 5년 유지하면 기본보험료의 2%, 10년 시점의 경우 기본보험료의 0.5%를 지급합니다.
 
이처럼 확정이율과 공시이율을 결합한 연금보험 상품은 2022년 말 삼성생명이 처음 출시하면서 타 생보사들도 비슷한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가입 후 5년 이내에는 3~4%대의 확정이율, 5년 이후에는 공시이율을 적용하고 계약을 오래 유지하면 장기 유지 보너스도 쌓아 주는 상품입니다.
 
교보생명도 확정이율과 공시이율 결합한 '교보하이브리드연금보험'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가입 기간 5년 미만에는 3.3%의 확정이율을, 5년 이후에는 공시이율을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교보생명은 이 상품으로 지난해 초 4.6%까지 금리를 보장했는데, 이 상품이 흥행하면서 지난해 일시납 초회보험료는 전년 대비 56% 증가한 3조641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KB라이프생명의 'KB하이파이브평생연금보험'도 가입 후 5년 이내 확정이율은 3.5%이며 이후에는 공시이율을 적용해 연복리 효과를 높인 상품입니다. 5년납인 경우 기본보험료의 100%, 7년납의 경우 기본보험료의 200%, 10년납 이상의 경우 기본보험료의 400%를 계약자 적립금에 가산하는 장기유지보너스를 지급합니다.
 
생명보험사들이 확정이율과 공시이율을 결합한 상품을 내놓으며 연금보험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1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5만원권을 정리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사적연금 역할 확대 기대감
 
연금보험은 저축성보험 중에서도 신규 고객 유입이 쉽지 않은 상품입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생보사들의 저축보험 보험료는 260억2300만원으로 전년 동기 기준 37.3% 줄었습니다. 물론 지난해는 하이브리드형 연금보험 상품이 시장에 등장하면서 반짝 인기를 얻으며 보험료가 크게 늘어난 이유가 있지만, IFRS17 도입 이후 저축성보다는 보장성 보험 판매에 더 집중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보사들은 새로운 형태의 상품으로 연금보험을 다각화하고 있습니다. 생보사들은 수익성이 높은 종신보험의 의존도가 높았으나, 사망보장 수요 감소로 보장성보험 시장 내 제3보험 비중 확대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생보업계는 올해 초 연금시장에서 생보사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국민연금 고갈에 대한 우려로 사적연금 시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생보사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실제로 2022년 기준 보험사 등 민간 금융사가 운용하는 사적연금 적립액은 721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0% 늘었습니다. 반대로 저출산·고령화 영향을 받은 국민연금 적립액은 890조4657억원으로 6.14% 줄었습니다.
 
또 연금보험은 전체 보험료를 한번에 내는 일시납 보험이 많아 단기 자금 조달에도 유리한 점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곧 자금 특성상 유동성 위기 우려가 공존합니다. 확정이율이 높아야 고객을 유인할 수 있는데, 이런 고이율이 역마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생기는 겁니다.
 
특히 IFRS17이 도입되면서 보장성 보험과 달리 연금보험 같은 저축성 보험은 만기 때 이자와 함께 보험료를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보험사의 부채로 잡힙니다. 실제로 보험사들은 저축성 보험 비중을 줄이고 보장성 보험을 강화한 곳이 당기순이익에서 유리한 실적을 거뒀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존 상품의 단점을 보완해 변화를 주며 고객을 유인하고 있다"며 "만기 때 유동성 우려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장기적으로 사적연금 시장 규모 확대로 보험사의 역할이 커지면 지속적으로 자금 유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민간 금융사가 운용하는 사적연금 적립액은 늘어나는 가운데 저출산·고령화 영향을 받은 국민연금 적립액은 줄어들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11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화성행궁광장에서 열린 '노인일자리 채용한마당'을 찾은 어르신들이 취업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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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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