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국민연금' 충돌…정국 '뇌관'

김진표 "모수개혁 먼저"…대통령실 "22대 국회서 처리"

입력 : 2024-05-26 오후 8:53:17
김진표 국회의장이 26일 오전 국회 국회의장 집무실에서 연금개혁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김진표 국회의장이 26일 21대 국회에서 국민연금 모수개혁안을 먼저 처리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일단 모수개혁안을 처리한 뒤 구조개혁안은 22대 국회에서 통과시키자는 민주당의 입장에 힘을 실어준 겁니다. 이를 위해 김 의장은 오는 28일 본회의 전후로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 수 있다며 여야의 막판 합의를 촉구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실에선 22대 국회에서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 의장은 이날 국회의장 집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17년 만에 찾아온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자"며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을 일단 통과시켜 물꼬를 트자고 여야에 촉구했습니다. 그는 "21대 국회가 연금개혁을 마무리 짓기 않으면 개혁 시점이 4년 이상 더 밀릴 가능성이 높다"며 "이미 17년 동안 하지 못한 연금개혁을 더 미루게 되면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떨어지고 그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해관계가 한층 더 복잡하고 아직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구조개혁을 하기 위해 모수개혁을 미루는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구조개혁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여당 주장에 대해 "국민연금이 현재 처한 상황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거나 정치적 이유로 무조건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을 못하게 하도록 억지 주장을 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여야는 연금개혁특위에서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는 데는 합의했지만, 소득대체율을 두고 국민의힘은 43%, 민주당은 45%를 주장하며 맞섰습니다. 국민의힘은 기초연금과의 통합 등을 전제로 소득대체율 44%를 추가로 제시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23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1대 국회 임기 안에 연금 개편안을 처리하자며 '44%도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김 의장은 연금개혁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 가능성도 시사했습니다. 그는 "가능하면 28일에 다 처리하면 좋지만,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문제가 있다면 27일에 할 수도 29일에 할 수도 있다"며 "여야 원내대표가 저랑 협의할 일이고, 길은 다양하게 열려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재명 대표의 제안에 국민의힘이 '28일 본회의 때 채상병 특검법 처리를 강행하려는 명분 쌓기'라고 반발한 것을 고려해 '27일 또는 29일 본회의'를 제안한 겁니다.
 
다만 김 의장은 "국회법 절차상, 이건(연금개혁안은) 특위의 고유 안건이어서, 특위 처리가 대전제다. 다른 누구도 상정할 방법이 없다"며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연금개혁안을 직권상정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6일 오후 국회에서 국민연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여야 간 수치에 대한 의견이 있다"며 "이를 토대로 22대 국회에서 충실히 논의해 연금개혁안을 추진하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세부 수치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위해 연금개혁 완수의 공을 22대 국회로 넘겨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겁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연금개혁은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이 모두 필요한 지난한 과제이고, 특히 청년과 미래세대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여야가 시간에 쫓겨 결정하기보다 국민 전체, 특히 청년세대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결정하는 게 필요하다"며 "21대 국회가 불과 3일밖에 남지 않았다. 대타협이 이뤄지기에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간"이라고 전했습니다.
 
국민의힘도 22대 정기국회 내에 연금개혁을 처리하자고 민주당에 제안했습니다. 김 의장과 민주당이 모수개혁안을 우선 처리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 국민의힘이 구조개혁까지 포함해 22대 첫 정기국회에서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자고 역제안한 겁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쟁과 시간에 쫓긴 어설픈 개혁보다 22대 첫 번째 정기국회에서 최우선적으로 (연금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지금 합의를 이루지 못한 건 단순 1%포인트의 수치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구조개혁 방안은 쏙 빼놓고 소득대체율 부분만 제안하면서 국민의힘이 제안한 연금개혁 방안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 자체가 본질적인 문제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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