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 논란 키우는 KT…독이 된 자사주 매직

24일 KT 자사주 일부 소각…최대주주 현대차 지분율 확대
자사주 교환에다 기존 최대주주 연금, 주식 처분한 결과
일반기업선 최대주주 변경, 경영권 프리미엄 이전된 의사결정
현대차 내 기회비용 발생…외국인 주주에 부담
자사주 부활만으로도 연금 권리 희석…"배임 소지 있다"

입력 : 2024-05-21 오후 4:35:54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자사주 의결권을 부활시킨 KT와 현대차간 자사주 교환이 배임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오는 24일 KT가 자사주를 소각하면 논란의 중심인 현대차 지분(최대주주)도 더 커집니다. 자사주 교환에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 주식을 일부 처분해 현대차가 최대주주가 된 상황인데요. 일반기업에선 최대주주가 바뀌면 경영권 프리미엄이 이전될 수 있는 두 가지 의사결정(자사주 의결권 부활, 연금 주식 처분)에 배임 소지가 있단 지적이 나옵니다.
 
 
21일 KT 및 현대차 등에 따르면 현대차는 KT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로 명시하고 있지만 경영참여로 바꿀 경우 KT 자산에 더해 현대차, 현대모비스 내 KT 지분에 대한 권리도 가집니다. 물론 현대차가 KT 경영권을 확보함으로써 정부에 반기를 들 가능성은 희박해 보입니다. 그러면 거꾸로 경영참여를 포기함으로써 기회비용이 발생하게 됩니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주로선 두 회사가 가진 KT 보유 주식자산 가치가 기회비용으로 할인된 손해를 입고 있는 셈”이라며 “국내 사정을 이해하는 주주와 달리 외국인 주주에게선 문제제기가 있을 만하다”고 말했습니다.
 
연금도 자사주 교환을 묵과한 것과 최근 주식 처분으로 최대주주 지위를 내주게 됨으로써 운용자산 가치를 스스로 떨어뜨린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 가운데 자사주 추가 소각을 진행하면서 현대차 지분이 더 커지면 논란도 키운다는 지적입니다.
 
앞서 2022년 자사주 교환으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기존 KT 지분에 각각 1.04%, 1.47%를 더했습니다. 이로써 현대차 4.75%, 현대모비스 3.14%를 갖게 돼 양사 합산 지분은 7.89%입니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은 최근 지분을 일부 팔아 7.51%가 됐습니다. 이에 현대차가 최대주주로 올라섰으며 오는 24일 자사주 일부를 소각하면 현대차 지분은 4.85%, 현대모비스와 합산 8.05%가 됩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상호 자사주 교환은 회사 이익보다 총수나 기존 경영진 이익을 위해서일 개연성이 높아 배임 소지가 있다”며 “국민연금이 지분을 낮춰 현대차가 1대 주주가 된 것인데 그렇다고 경영권이 현대차에 넘어갔다고 판단하기는 좀 더 기다려봐야 할 듯하다. 여전히 정부 입김이 강하고 국민연금이 지분을 줄인 이유가 무엇인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자사주 교환 건은 구현모 전 KT 대표와 얽힌 현대차그룹 내 스파크(현 오픈클라우드랩) 고가 매입 의혹과 묶인 배임 혐의로 검찰이 수사 중입니다. 미국에선 회삿돈으로 자사주를 사서 경영권 방어 용도로 쓸 경우 배임 소송이 걸리기 쉬워 자사주 소각이 일반적입니다. KT 내에도 외국인 지분이 45.4%나 돼 분쟁이 발생할 소지도 있습니다. KT는 통신사업법상 최대주주 변경 승인을 정부로부터 얻어야 해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변경 승인 되면 관련 논란도 커집니다. 변경 불승인 돼도 또다른 논란이 번질 수 있습니다. 현대차가 최대주주 지위를 내려놓고자 주가와 무관하게 주식을 팔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KT 측은 “자사주 소각은 현대차그룹의 지분율뿐 아니라 국민연금 등 모든 주주의 지분율을 상승시킴으로써 특정 대주주의 의결권을 강화시킬 수 없다”며 “단순히 현대차가 1대주주가 됐다는 이유로 경영권 프리미엄이 이전됐다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KT 보유지분을 팔지 않고 있는 현대차와 달리 운용수익률을 고려해 주식을 단순 처분했던 국민연금간 지분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연금이 수익률을 떠나 주식을 매입하는 것도 수탁자원칙에 위배됩니다. 더욱이 이전 KT 수장 인선 과정에선 현대차가 사외이사 선임안에 반대하며 단순투자 의도를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권 이전 가능성을 부인하는 건 연금 지배를 인정하는 자가당착"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책임지는 연금으로선 자사주 부활만으로도 이미 손해가 발생했습니다. 소위 ‘자사주 매직’으로, 자사주가 보통주로 부활됨으로써 의결권은 물론 한정된 배당 자원 내 연금의 배당권리도 희석됐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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