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각론의 차이는 있으나 효율성을 따져볼 수 있고 국민연금의 미적립부채를 국가 책임으로 강조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주장엔 격하게 공감한다. 다만, 609조원 국채 발행은 자본시장 작동 원칙,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 같아 위험하다."
김우창 카이스트(KAIST)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지난 24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를 통해 기획재정부 산하 KDI 측이 주장한 국민연금 재정부족분 609조원의 국채발행과 관련해 이같이 밝혔습니다.
앞서 KDI 측은 구연금과 젊은 세대 분리의 신연금인 완전 적립식 및 기존 세대에 약속한 지급분이 담긴 '구연금' 일반재정 609조원 재정부족분을 국채로 발행하는 안을 내민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우창 교수는 "모든 세대가 타당하게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문제의식에서는 모두 동일한 해법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609조원 국채 발행 주장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해서 빚투(빚내서 투자)하자는 얘기"라고 언급했습니다.
김 교수는 "통상 아파트를 구매해도 최대치로 빚을 내도 어려운데 609조원은 사실상 우리나라 정부의 1년 예산 규모다"라며 "빌려서 기금운용 수익률로 운영하는 건 헤지펀드 규모가 큰 곳에서도 그 정도 레버리지(수익률이나 손실률을 몇 배로 올리는 개념)를 못 취한다.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우창 카이스트(KAIST)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지난 24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를 통해 기획재정부 산하 KDI 측이 주장한 국민연금 재정부족분 609조원의 국채발행과 관련해 "자본시장 작동 원칙,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 같아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사진=김우창 카이스트 교수)
이어 "국민연금이 그대로 현재의 포트폴리오를 가져간다고 할 때 국민연금 위험자산은 60%"라면서 "새롭게 들어온 609조가 기금 운영되고 현재와 똑같은 국민연금의 자산 매각을 할 때 원금 대비 위험 자산 규모 100%가 되는 것과 똑같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과거에서도 경험했듯 주식 시장이 30~40% 추락하는 날도 있을 것이다. 예컨대 원금의 100조 대비로 따지면 30~40% 손실을 볼 수 있다"며 "정리하면 영끌해서 빚투하는 수준인데 그 돈도 몇조도 부담스러운데 정부 예산, GDP 30%에 가까운 규모를 빚을 내서 자본 시장으로 운영한다는 건 너무 위험한 생각"이라고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그는 "자본시장은 20~30년에 한 번 정도 30~40%의 손실 충격이 오는 법인데 팔아서 국민들에게 연금을 줘야 하는 매도 국면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되돌릴 수 없게 된다"며 "자본시장의 작동 원칙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고 꼬집었습니다.
국민연금의 미적립부채와 관련해서는 "국민연금의 미적립부채는 사회보장제도다. 우리나라 국가 부채가 50% 넘어간다고 난리인데 생각해보면 국민연금의 미적립부채는 부채가 아닌데도 구연금, 신연금으로 나누고 채권을 발행하는 순간 국가 부채로 늘어나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교수는 "609조원 현금이 필요한 거니깐 이를 소위 깡을 하듯 채권발행하면 할인율까지 감안해 우리나라 국가부채가 구연금, 신연금 분리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한다"며 "내가 609조원을 현금으로 지금 받으려면 갚아 줄 돈이 1000조원 될 거다. 우리나라 국가 부채인 일반정부 부채(D2) 기준으로 100%에 육박할 거다. 국가에 가혹한 형태가 되는 것"이라고 피력했습니다.
김 교수는 "국민연금의 미적립부채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KDI가 국가 책임이라고 강조한 건 동감하고 긍정적으로 본다"며 "하지만 국가의 빚이 50%를 유지하고 있는데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 갑자기 빚이 100%로 늘어나면 결국 국가 신용도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고 결국 자본 시장에 조달 비용을 올라가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또 "전무후무한 609조원을 과연 시장에서 받을 것인 가다. 누군가가 시장에 물건을 대량으로 내놓으면 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평소 발행하던 것보다 배 이상의 어마어마한 규모의 국채를 발행하려면 과거에는 국민연금이 받아줬는데 현재는 빚이 있으니 받아줄 수 없다"고 지목했습니다.
이어 "채권을 팔 때 낮은 금리 채권보다 높은 금리 채권을 투자자들은 좋아할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3~4%에 채권을 팔다 안 팔리면 5%까지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금리가 뛸 수 있다는 말이다. 중소기업, 소상공인 어려운데 고금리 국면은 더 악화되고 오래 지속될 여지가 높다.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봐야 하는데 이에 대한 고려가 없는 듯하다"고 조언했습니다.
KDI가 주장한 이자 부분과 관련해서도 "결국 GDP 1%로 제 주장과 같다. 하지만 KDI는 일단 채권 발행해 빚내고 그 채권을 갚자는 식이고 내 주장은 빚내지 말고 천천히 운영하는 형태로 채워가자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이른바 '3115' 개혁안을 주창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3% 인상하고 GDP 1% 규모 재정은 국민연금에 투입하는 동시에 기금 운용 수익률을 1.5%포인트 개선하는 방식으로 소득대체율 50%를 목표로 해도 기금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김우창 카이스트(KAIST)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지난 24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를 통해 기획재정부 산하 KDI 측이 주장한 국민연금 재정부족분 609조원의 국채발행과 관련해 "자본시장 작동 원칙,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 같아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사진=김우창 카이스트 교수)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