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우리나라가 아랍에미리트(UAE)와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IT업계에 ‘제2의 중동붐’에 대한 기대감이 감도는 모습입니다.
30일 정치권과 IT업계에 따르면 전날 윤석열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에 공식 서명했습니다. 특히 양국은 300억달러(약 40조9000억원)의 투자 공약 성과도 재확인했는데요. 여기에 투자·에너지·원자력·국방 등 4대 핵심 분야와 AI 분야의 협력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국빈으로 방한한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과 악수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IT업계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중동의 맹주’로 꼽히는 UAE와의 협력이 수출 활로를 열어 줄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사우디와 UAE가 석유 의존성을 탈피하고 디지털 주도권을 쥐기 위해 미래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협력처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도 호재입니다.
중동 국가들은 ‘오일 머니’를 바탕으로 한 탄탄한 자금력이 있지만, AI 등 미래 기술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는데요. 미국·중국 등 패권주의 국가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소버린 AI(주권 AI)’ 등 자체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파트너로서 중동 국가의 관심이 높은 상황입니다.
이러한 중동의 관심은 실제 방문으로 이어지고 있는데요
. 지난
28일 압둘라 빈 샤라프 알감디 사우디 데이터인공지능청
(SDAIA) 청장과 방문단은
카카오(035720) 판교 사옥을 방문해 카카오모빌리티의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살펴보고 협력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 이 자리에서 방문단은 한국의 일상 속 카카오의 생태계 구축과 카카오
T 앱을 통한 다양한 이동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인상 깊게 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 여기에
‘환경과 규제가 다른 현지에서 모빌리티 서비스 적용을 어떻게 하는지
’ 같은 구체적인 질문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압둘라 알감디 사우디 데이터인공지능청(SDAIA) 청장이 28일 카카오를 방문해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청취하고 있다. (사진=카카오모빌리티)
지난해 사우디 디지털 트윈 사업 수주를 이끌어 낸 네이버(
NAVER(035420))는 사우디 측의 꾸준한 방문 속 밀월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 압둘라 알감디 청장 일행은 지난
23일에 네이버
1784 사옥을 방문해 네이버의 기술 역량을 확인하고 협력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습니다
. 특히 네이버의 기술력에 대한 사우디의 관심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 그간 사우디 통신정보기술부
(MCTO), 국가정보센터
(NIC), 국가데이터관리단
(NDMO) 등 주요 기관 관계자가
1784를 방문해 기술 협력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
23일 네이버 1784에 방문한 압둘라 알감디 사우디아라비아 데이터인공지능청(SDAIA) 청장 일행이 자율주행배달로봇 ‘루키’의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네이버)
IT업계는 이러한 중동의 움직임과 정부 간 협력 물꼬에 수출 활로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데요. 다만, 중동이 워낙 어려운 시장으로 꼽히기에 실제 진출과 관련해 다소 조심스러운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진출에 대한 기대가 있는데, 워낙 어려운 시장이다보니까 조심스러운 상황이기도 하다”라면서 “하지만 IT 서비스가 우리나라처럼 이렇게 일상 속에 자리 잡은 사례가 많지 않다 보니까 중동처럼 디지털 전환을 원하는 지역에서 굉장히 주의 깊게 보고 협력을 원하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IT·플랫폼 기업들이 내수 시장에서 벗어나 크기 위해서는 글로벌에 진출해야 하는데 글로벌에서 니즈도 크고 IT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곳 중에 하나가 중동”이라고 짚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