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수빈 기자]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서 반도체 기업 간 기술 경쟁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반도체는 국내 주요 산업으로 꼽혔는데요. 메모리반도체 1위 기업 삼성전자(
삼성전자(005930))가 HBM(고대역폭메모리) 반도체 납품에 실패하면서 반도체 강국 위상에 적신호가 켜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지난 4월 3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직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세계적으로 AI 붐이 일면서 최근 GPU(그래픽처리장치) 수요가 가파르게 늘어났죠. GPU는 영상을 구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반도체인데요. 방대한 양의 간단 정보를 연산 작업해야 하는 AI 시장에서 CPU(중앙처리장치)보다 효율적인 장치로 부상했습니다. 이에 GPU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한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업계 1위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특히 HBM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연결해 저장용량이 일반 D램보다 큰 제품인데요. 대용량 데이터 처리에 적합한 만큼 현재 AI칩의 필수 요소로 자리잡은 상태입니다. 여기에 AI 시장의 성장세가 확인되면서 엔비디아 GPU에 탑재되는 HBM 공급 규모는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는지 아닌지가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의 척도로 여겨지고 있는데요.
하지만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가 최근 HBM 시장서 밀리는 모양새가 연출돼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지난 24일 로이터는 삼성전자의 5세대 HBM인 HBM3E가 엔비디아의 성능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는데요. 삼성전자는 즉시 로이터 보도에 대해 오보라고 반박했고 업계에서도 "안정적이지 못한 상황이나 조만간 승인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지만, 이 분야에서 다소 밀리는 모습임은 분명합니다.
HBM 외에 삼성전자가 활로로 기대하는 것은 사실 AI 추론용 칩 분야인데요. 삼성전자는 네이버(
NAVER(035420))와 함께 AI 추론용 칩 ‘마하-1’를 개발 중입니다. 마하-1은 HBM을 대체할, 좀더 경제성을 띈 반도체입니다. 개발 주도권을 두고 최근 SNS 상에서 일부 마찰음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같은 특화 분야에서 빠른 성과가 나는 것이 현재로선 중요합니다.
정부 역시 AI의 중요성이 한층 커지고 있는 만큼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AI-반도체 이니셔티브 추진’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반도체 현안 점검 회의에서 “우리나라가 AI 기술에서 주요 3개국(G3)으로 도약하고 메모리반도체를 넘어 미래 AI 반도체 시장을 석권하기 위해 AI반도체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겠다”라며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과감한 반도체 산업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이같은 선언적 목표와 달리 정부의 AI 반도체 분야 지원 정책은 여전히 미비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정부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더욱 강화해야 한다. 하드웨어, 제조 분야는 대규모의 비용이 발생하니 실질적인 반도체 보조금 등이 강화돼야 한다”라며 “AI 반도체 설계의 경우엔 영세한 기업이 많기에 지속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진단했습니다.
가까운 해외로 눈을 돌려봐도 규모의 싸움은 이미 치열하게 전개 중입니다. 글로벌 반도체 강국으로 꼽히는 대만은 생산 역량 강화를 위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TSMC 공장 7개를 추가로 짓습니다. 특히 오는 6월4일부터 대만 타이베이에서 아시아 최대 규모 IT 박람회 ‘컴퓨텍스 2024’를 개최하면서 대외적인 위상을 높일 전망입니다.
최수빈 기자 choi3201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