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카카오(035720)가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를 정비하면서 강력한 중앙집권형 체제를 구성하는 등 그룹 쇄신 작업에 고삐를 당기고 있습니다
. 하지만 그룹 거버넌스 문제를 제외한 사회적 신뢰 회복의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는데요
. 이에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약속한 재산 절반의 사회 환원에 속도를 내고 신뢰 회복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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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사옥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31일 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그룹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 산하 5개 위원회 위원장 선임을 마무리하고 역할을 정비하고 있습니다. CA협의체는 카카오 그룹의 전반적인 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컨센서스를 형성하는 독립기구입니다. 협약 계열사는 신규 투자 집행 및 유치, 지분 매각, 거버넌스 변경 등 사안에 대해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기 전 CA협의체 내 위원회의 리스크 검토를 통과해야 합니다. 쉽게 말해 중앙집권형 의사결정 체제가 마련된 것입니다.
CA협의체는 김 창업자와 정신아 카카오 대표이사를 투톱으로 경영쇄신위원회(김범수 창업자), 전략위원회(정신아 대표), 브랜드커뮤니케이션위원회(이나리 전 컬리 부사장), ESG위원회(권대열 위원장), 책임경영위원회(정종욱 전 삼성생명 법무팀장)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 16일 정 대표는 대표 취임 후 첫 주주서한을 보내 거듭 책임경영 의지를 다지기도 했는데요. 정 대표는 “시장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주주 중심의 책임 경영을 확고히 하고자 한다”라며 “카카오는 ‘문제의 본질로 돌아가고, 시대에 맞는 기술로 확장하며, 안전한 디지털 환경을 만들고,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네 가지 목표와 약속을 설정했고, 이를 충실히 지켜가겠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카카오, ‘사회적 신뢰 회복’은 여전한 과제
그룹 거버넌스 개편은 윤곽이 드러나고 있지만, 카카오의 사회적 신뢰 회복은 여전히 남은 과제로 꼽힙니다.
카카오는 31일 최근 연이은 카카오톡 장애로 인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시정 요구를 받았는데요. 과기정통부는 이날 ‘카카오톡 서비스 장애의 원인 및 대응·복구 현황’에 대한 카카오의 통신재난 관리계획의 이행 여부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카카오에 1개월 이내 개선 조치계획을 수립해 제출하고, 3개월 이내에 시정 결과를 제출하도록 했습니다.
과기정통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카카오는 사전테스트 미실시, 장애 가능성 미식별, 내부 통제 미흡 등으로 세 차례의 장애가 발생했는데요. 지난 13일, 20일 발생한 장애는 카카오톡 이용자의 약 80%가 불편을 겪었고, 21일 장애는 이용자의 약 8%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카카오도 국민들의 관심으로 성장한 기업인 만큼 재난·장애 관리를 위한 조직문화 개선과 함께 이용자에게 편리하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카카오톡 (사진=뉴스토마토)
법정 다툼이 예상되지만 개인정보 유출 판단에 따른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151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과징금 부과도 사회적 신뢰 회복의 암초로 떠오른 상태입니다. 임시 ID를 개인정보로 볼 것이냐는 사법부의 판단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국민 대다수가 쓰는 카카오톡에서 유출된 정보가 개인의 식별로 이어졌다는 점은 신뢰 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큽니다.
포털 다음 검색 기본값 변경에 따른 인터넷 언론사의 노출 차별 문제도 신뢰 회복을 가로막는 지점으로 거론됩니다. 최근 법원은 다음과 언론사의 ‘제휴계약’을 맺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뉴스 서비스 방식을 바꾸는 것은 영업의 자유라고 판단했는데요. 다음의 검색 노출 변경으로 인해 중소 매체의 독자 유입량은 0에 수렴할 정도로 급감해 ‘언로’를 제한당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여기에 ‘먹튀’ 논란을 야기한 정규돈 전 카카오뱅크 CTO(최고기술책임자)의 카카오 CTO 선임 강행과 고질병으로 꼽혀 온 ‘회전문 인사’ 등은 사회적 신뢰 회복의 길을 더욱 어둡게만 합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경영쇄신위원장 (사진=카카오)
“김범수, 진정한 의미의 기업가 정신 보여줘야”
멀기만 한 카카오의 신뢰 회복을 위해 김 창업자의 용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는데요. 김 창업자가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약속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앞서 지난 2021년 김 창업자는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하고 보유한 카카오 주식을 일부 매각해 재단 설립을 위한 현금 5000억원을 마련한 바 있는데요. 이후 김 창업자는 ‘재산 절반 기부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재단법인 ‘브라이언임팩트’를 설립했습니다.
브라이언임팩트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김 창업자는 2021년 기부금 명목으로 브라이언임팩트에 90억원을 출연했습니다. 이듬해인 2022년에는 김 창업자가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회사 케이큐브홀딩스가 200억원의 주식을 기부합니다. 지난해에도 케이큐브홀딩스는 300억원 가량의 주식을 기부하는데요. 이를 종합하면 김 창업자가 직간접적으로 기부한 금액은 590억원에 달합니다. 약속 당시 10조원, 현재 약 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김 창업자의 재산을 감안하면 지난 3년 간의 기부 속도는 다소 더딘 편입니다.
김 창업자는 재단 설립 전 진행된 사내 간담회에서 기부 관심 분야에 대해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 디지털 교육 격차 등으로 기회를 얻지 못한 사람들, 인공지능(AI) 인재들”이라고 언급하며 “1년이면 1년으로 단위를 정해 몇천억 원을 쓰는 구조로 가고 싶다”라고 밝혔는데요. 이에 AI 산업이 대두되고 있지만, 벤처 투자 시장의 위축이 이어지는 현재 상황 속 ‘벤처 신화’를 쓴 김 창업자가 카카오의 사회적 신뢰 회복과 벤처 산업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카카오가 그동안 보여줬던 것들이 그저 그런 대응이었고 계속 사고만 터지고 있어 쇄신에 대한 어떤 의지가 있나 의구심들을 갖게 되는 것”이라며 “김 창업자와 카카오에는 지금 하나의 돌파구가 필요한데, 기부라든지 김 창업자가 진정한 의미에서의 기업가 정신을 보여준다면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