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가 근래 들어 중요해진 이유는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어서입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ESG 평가의 실효성과 신뢰성에 대한 의문도 여전합니다. ESG 평가가 기업의 진정한 변화를 끌어내고 있는 것인지 명확한 답이 없는 상황입니다.
금융사도 예외가 아닙니다. 금융사에선 ESG를 잘 실천하는 기업에 대출 이자를 깎아주거나 녹색펀드를 발행합니다. 소비자의 환경 패턴을 분석해 혜택을 주는 녹색카드도 있습니다. 사회 환원을 계속 늘리는 한편에선 투명한 경영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에 힘쓰고 있습니다. 다만 이런 노력이 실제로 환경과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검증은 부족해 보입니다. 그저 금융사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는 느낌도 없지 않습니다.
우선 ESG 평가 기준과 방법의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됩니다. 다양한 곳에서 서로 다른 기준과 근거로 동일 기업에 대한 평가 결과를 다르게 채점합니다. 이는 기업이 ESG 개선을 위해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데 혼선을 줍니다. 기업을 바라보는 투자자와 이해관계자들 입장에서도 ESG 평가 결과를 믿지 못하는 결과를 만들어 냅니다.
ESG 평가가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도 이어집니다. 많은 ESG 평가 기관들이 평가 과정과 방법론을 공개하지 않거나, 제한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례로 한국ESG평가원이 내놓은 주요 금융지주들의 지표가 그렇습니다. KB·신한·우리·하나 등 4대 금융지주는 한국ESG평가원의 1분기 ESG 평가에서 우수 등급에 해당하는 S 또는 A+ 등급을 받았습니다. 녹색금융을 실천하고 사회 환원을 늘리는 등의 노력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추정합니다. 그런데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어떨까요. 우리금융의 경우 관치금융과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ESG 평가에서 G, 즉 지배구조에 대한 점수 비중이 높은 점을 감안할 때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점수이지요.
ESG 평가가 정당하게 인정받으려면 무엇보다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표준화된 평가 기준을 개발하고 글로벌 표준과 보조를 맞춰야 합니다. 평가 시 객관적인 데이터를 활용하고 실시간 데이터를 업데이트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그린워싱 방지를 위한 외부 감사나 제3자 인증을 진행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ESG 평가 개선을 통해 객관성을 우선 확보한 뒤 국가 제도로써 그 결과에 따른 상벌을 명확히 한다면 ESG의 가치는 자연스레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통해 기업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고 소비자와 투자자는 그 신뢰를 바탕으로 소비와 투자 결정을 내리는 선순환을 기대해 봅니다.
김의중 금융산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