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 '착착'

신약개발 틈새시장 '희귀의약품' 주목
임상 비용 적고 빠른 상용화 가능

입력 : 2024-06-07 오후 4:35:02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올해 초 국내 제약 바이오 기업들이 신성장 동력으로 꼽았던 희귀의약품 개발 사업이 순항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임상 승인과 함께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개발한 의약품이 미국과 유럽에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희귀질환에 대한 정의는 국가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미국은 환자 수 20만명 미만인 질환을, 유럽은 1만명당 5명 미만의 유병률을 기준으로 희귀질환을 정합니다. 우리나라는 환자 수 2만 명 미만 이하를 기준으로 하죠. 희귀의약품은 기존 대체 의약품보다 현저히 안전성 또는 유효성이 개선된 의약품을 의미합니다.
 
대다수의 희귀질환에 적절한 치료 방법과 치료제가 없어 희귀의약품은 틈새 신약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죠. 희귀의약품 시장은 일단 신약으로 출시가 되면 독점권이 부여돼 후발주자가 시장에 진입하기 어렵고, 국가별 희귀의약품 개발에 대한 지원책도 다양해 임상 비용이 다른 질환과 비교해 30% 이상 절감할 수 있죠. 이를 바탕으로 희귀의약품은 비교적 빠른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 해외 진출을 노리는 국내 제약 바이오 기업에게 적합한 분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국내 제약사 중에서는 GC녹십자가 희귀의약품 치료제 개발에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지난달 GC녹십자와 노벨파마가 공동 개발 중인 산필리포증후군 A형 치료제(MPS IIIA) GC1130A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 1상 시험계획서(IND)를 승인받았습니다. 이번 승인으로 GC1130A 신약 개발에 속도가 붙을 전망입니다. GC1130A는 앞서 비임상 단계에서 증명된 효능과 안전성을 바탕으로 미국 FDA에서 희귀의약품(ODD)과 소아 희귀의약품(RPDD)으로 지정했고, 유럽의약품청(EMA)에서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았습니다. 양사는 GC1130A의 안전성 및 내약성 등을 평가하기 위해 연내 미국과 한국, 일본에서 다국가 임상을 시작으로 글로벌 임상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입니다.
 
GC녹십자와 한미약품이 공동 개발 중인 파브리병 치료제 LA-GLA도 지난달 FDA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습니다. 파브리병은 알파-갈락토시다아제의 결핍으로 당지질이 축적돼 주로 심장과 신장 기능을 손상시키는 질환인데요. 현재 허가받은 효소대체요법이 존재하지만 신장 질환에 대한 미충족 의료수요가 있습니다. 1세대 치료제는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개발한 효소를 2주에 한 번씩 정맥 주사를 병원에서 맞아야 하죠. 정맥 주사 치료제의 한계를 개선하고 투약의 편의성을 높인 혁신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GC녹십자는 한미약품과 손잡고 월 1회 피하투여가 가능한 장기 지속형 알파-갈락토시다아제인 LA-GLA를 개발 중입니다. 현재 양사는 LA-GLA의 글로벌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네오이뮨텍의 면역항암제 후보 물질 NT-I7은 지난해 11월 FDA에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은 데 이어 EMA으로부터 급성 방사선 증후군(ARS)에 대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았습니다. 
 
2024 국내 제약 바이오 기업 희귀의약품 개발 성과(그래픽=뉴스토마토)
 
희귀의약품 지정 후 '적응증 확장해야'
 
희귀질환은 환자 수가 적다 보니 임상 시험에서 제약이 따르는데요. 각국에서 희귀의약품 지정을 통해 신속 심사, 독점권 부여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하고 있죠. 희귀의약품에 부여되는 독점권은 특정 질환에 대한 동일·유사 의약품의 허가를 일정 기간까지 금지해 시장성을 보장해 주는 제도인데요.
 
미국은 시판 허가일로부터 7년간 희귀질환 의약품에 독점권을 부여하고, 유럽은 10년간 독점권을 보장합니다. 또한 연구개발(R&D) 비용에 최대 50%의 세제 혜택, 신약 허가 심사비용 면제, 우선 심사 제도 등의 혜택도 제공합니다.
 
보령의 혈액암 신약후보물질 BR-101801은 지난 1월 혈관면역아세포림프종을 적응증으로 FDA로부터 두 번째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습니다. BR-101801은 2022년 비호지킨성 림프종을 적응증으로 FDA 희귀의약품 지정받은 바 있는데 동일 신약 후보 물질이 적응증을 달리해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사례입니다.
 
영진제약이 스웨덴 바이오 기업 앱리바에 기술이전 한 미토콘도리아 이상 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KL1333은 글로벌 임상 2상 진행 중입니다. 올 하반기에 중간 분석 결과가 나올 전망입니다. 중간 분석 결과에 따라 후속 임상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FDA와 EMA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받은 KL1333이 상업화 성공할 경우 영진제약은 수 백억원에 달하는 마일스톤을 수령하고 국내와 일본에 독점판권을 보유하고 있어 상업화로 인한 수익도 기대됩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희귀의약품 지정 제도를 통해 임상 2상까지 성공하면 시장 진입이 가능한데, 이후 적응증을 비희귀 질환으로 넓혀 치료 가능 범위를 확대하는 전략을 주로 씁니다. 희귀의약품을 개발 중인 국내 제약 바이오 기업도 비희귀질환으로 적응증을 확대해 시장성을 넓히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사들이 바로 블록버스터급 신약으로 진입하기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에 혁신 기술이 있다면 우선 미국이나 유럽에서 인허가를 받은 다음에 질환을 확대해 범위를 넓혀 나가는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진=픽사베이)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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