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가르기식 과도한 비난…법조인 향한 '화살'도 늘어

판사 '판결', 변호인 '변호 업무' 대한 비난 증가세
법조인 향한 과도한 비난은 '법치주의' 훼손 우려

입력 : 2024-06-10 오후 2:24:13
[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요즘 우리사회 곳곳에 갈등이 만연합니다. 갈등공화국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갈등은 단순한 마찰로 끝나지 않습니다. 편을 가르고 상대편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특히 법조계를 향한 갈등이 새삼 주목받고 있습니다. 공정한 재판을 통해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수호하고, 공동체의 법질서를 확립해야 하는 법원에 대해서도 본인의 입장과 다른 판결이 나오면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60대 의사의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한 여성 판사(창원지법 소속)의 소속과 실명, 사진 등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해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임 회장은 SNS에서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도 썼습니다. 임 회장은 환자를 치료한 의사에게 결과가 나쁘다는 이유로 금고형을 선고한 것이 비정상적이라고 주장하면서 판사의 개인정보를 공개하고 비난한 것입니다. 하지만 해당 의사는 피해자의 기왕력(환자가 지금까지 걸렸던 질병이나 외상 등 진찰을 받는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병력)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투여하면 안 되는 주사액을 투여해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자 창원지법은 10일 입장문을 내고 "의협 회장이 SNS에 형사판결을 한 법관의 사진을 올리고 인신공격성 글을 게시한 것은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만 아니라 사법부의 독립과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며 "창원지방법원은 이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습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9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료농단 저지 전국의사대표자회의에서 투쟁 선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23년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의사가 업무상 과실치상죄를 제외한 범죄로 금고형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면허가 취소됩니다. 의사는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직업 특성상 높은 직업윤리와 사회적 책임이 요구됩니다. 의료법 개정은 이런 취지를 반영해 이뤄진 것입니다. 다만 다른 전문 직종의 예에 따르되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해 의료행위 중 발생한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의 경우는 면허취소 사유에서 제외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에 논란이 된 임 회장은 이 조항에 대한 재개정을 회장 선거 출마의 공약으로 내건 바 있습니다.
 
재판은 무수히 많은 증거를 통해 이뤄지는데요. 증거는 서면, 물건, 증언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재판 과정에서 판사가 직접 증거를 보고 채택 여부와 신빙성을 판단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제 3자가 재판의 전 과정과 기록을 모두 보지 않고 외부에 드러난 단편적인 사실만을 가지고 판사가 내린 판결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지난 4·10 총선 과정에서도 마찬가지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법조인 출신의 몇몇 후보자가 과거 변호사 시절 흉악범을 변호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후보자에 대해 과도하게 비난하는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보다 못한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는 변호사가 직업적 양심에 따라 수행한 변호 업무에 대해서 과도한 비난이 쏟아지는 요즘 세태를 우려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을 정도입니다.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모든 국민에게 보장되는 헌법상 권리입니다.(헌법 제12조 제4항) 모든 변호사는 흉악범이라고 할지라도 무죄추정 원칙에 입각해 변론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요. 흉악범일지라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는 건 누구에게나 인정되는 정당한 방어권이고, 변호사는 최소한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할 사명이 있습니다. 범죄인이라도 적법절차에 따라 재판을 받고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는 것이 법치주의입니다. 언제나 억울한 누명을 쓰는 사람이 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당한 변론 행위를 비난하는 것은 법치주의의 기틀을 훼손할 우려가 있습니다.
 
최근 정부와 의협의 갈등이 심화하면서 서울경찰청에서 의협에 법률 지원을 한 변호사를 조사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변호사에 대한 조사를 규탄하는 성명을 두 차례 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조사는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변호사가 법령에 따라 의뢰인에게 조력하는 것은 헌법상 권리입니다.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불리한 자료를 많이 갖고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수사기관은 변호사를 조사하거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싶은 유혹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변호사의 조력권 침해는 법치주의에 큰 위험을 초래하는 행위라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설사 변호사를 수사할 경우라도 매우 제한적인,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인정돼야 할 것입니다.
 
법조인은 사회의 여러 갈등을 봉합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데요. 법관은 헌법과 법률 및 양심에 따라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해 사법 신뢰를 높여야 합니다.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려는 변호 업무를 수행해야 할 것입니다. 법조계에 대한 신뢰 회복을 통해 사건의 결과만을 보고 무분별하게 비난하는 일이 사라지길 바랍니다. 변호사의 조력이 보호받는, 헌법과 법률에 따른 법치가 확립되길 기대해 봅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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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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