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PHEV 충전구역 갈등

PHEV 충전시간 짧음에도 14시간까지 주차 가능
완속 충전 변환 어댑터로 급속도 사용
제한할 법적 규제 없어 전기차와 갈등 빈번
정부, PHEV 주차 7시간 단축 추진 '답보'

입력 : 2024-06-10 오후 3:03:29
 
[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급속 충전기 자리에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주차는 신고대상이 아닌가요?", "충전구역에 늘 자리하고 있는 차량은 PHEV라 아주 민폐예요."
 
PHEV와 전기차 차주가 충전기 사용을 놓고 갈등을 벌이는 일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기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PHEV 차량 때문에 아파트에서 충전할 곳이 부족하다는 글이 심심치 않게 보이는데요. 특히 부족한 충전 인프라 탓에 완속 충전이 원칙인 PHEV가 급속 충전기까지 점령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서울시내 주차장 내 전기차충전소에서 전기차량이 충전되고 있다.(사진=뉴시스)
 
10일 업계에 따르면 PHEV의 평균 배터리 용량은 전기차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PHEV는 전기를 충전해서 달리는 구동계와 기름을 넣어서 달리는 구동계가 모두 존재합니다. 전기 충전량이 부족하면 주유소에서 기름을 채워 일반 하이브리드(HEV)처럼 운행하면 됩니다.
 
다만 1회 충전시 전기차가 400km 정도를 주행하면 PHEV는 길어야 40~60km를 전기 모드로 달릴 수 있습니다. 충전시간도 PHEV는 평균 3시간이면 100% 충전이 가능하지만 전기차는 10시간가량 소요되죠.
 
문제는 충전시간이 짧은 PHEV가 긴 시간 전기차 충전구역에 주차해 전기차 차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는 점인데요. 우선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전기차, 외부충전식하이브리드자동차(PHEV)만 전기차 충전시설의 충전구역에 주차할 수 있습니다. 또 충전 방해행위 기준에는 완속 충전기의 경우 14시간 이내에서만 주차할 수 있도록 했는데요. 결국 PHEV가 충전이 끝나도 14시간까지는 주차할 수 있는 것이죠. 
 
이에 전기차 차주들은 "PHEV 대부분이 1~2시간 안에 충전이 다 된 상태로 있다"며 "자리가 없어서 충전 못 할 때마다 속이 터진다"고 호소합니다.
 
반대로 PHEV 차주들은 "HEV 대신 PHEV를 선택한 건 전기 충전을 하기 위해서"라며 "충전이 완료되도 차를 안빼는건 전기차도 마찬가지"라고 반박합니다.
 
BMW 뉴 5시리즈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뉴 530e'.(사진=BMW)
 
문제는 또 있습니다. PHEV 대부분이 완속 충전만 지원하는데요. 일부 PHEV 차주들은 급속 충전기를 완속으로 사용 가능하도록 변환시키는 어댑터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법에는 급속 충전시설의 경우 1시간 이내에서만 주차가 가능하도록 했을 뿐 PHEV에 급속 충전기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은 없습니다.
 
정부도 전기차와 PHEV 차주간 충전 갈등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 초 '친환경 모빌리티 규제혁신안'을 발표했는데요. 이중 충전방해행위 범위를 확대해 PHEV 완속충전기 이용가능시간을 기존 14시간에서 7시간으로 축소하고 충전행위 없이 충전구역 점유시 방해행위로 단속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아직 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업계에선 충전 인프라 확대와 더불어 충전 행위에 대한 제도 개선도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용량과 차량 성격에 따른 충전 인프라 제도가 세분화되고 과태료 부과 등 사후단속을 철저히 해야 주차 갈등 줄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PHEV는 충전이 번거로운 전기차의 대안으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전기차 모드로 주행 거리가 60km 정도 되는 만큼 단거리는 전기 모드로 운행하면서 차량 유지비를 절약하는 대신 장거리는 하이브리드 모드를 사용하면서 충전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됐죠.
 
하지만 PHEV 보조금이 폐지되고 전기차 가격도 낮아지면서 PHEV 인기는 줄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PHEV는 수입차만 판매되고 있는데요. 올해 1~5월 수입 PHEV 판매량은 2913대로 전년동기대비 31.1% 줄었습니다. 2021년 1만9701대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해 1만796대로 감소세입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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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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