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공장 폐쇄 논란이 있는 말레베어가 원청인 현대차와 공장 이전에 대해 논의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현대차는 말레베어의 한국 철수를 만류했다기보단 이전 후보지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말레베어는 중국과 인도 이전을 검토 중이며 현대차는 이에 중국 이전을 반대했다는 전언입니다.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공장이 폐쇄됐었고 나중엔 현지 공장을 철수하게 된 현대차의 경험상 중국 이전을 반대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상대적으로 현대차 인도법인은 RE100(신재생에너지 100% 사용)과 전동화 전환, 상장 추진 등 사세를 키우는 중입니다.
지난 3월11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산양산지부가 말레베어 한국공장의 폐쇄 결정에 반대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말레베어 공장 폐쇄 운명에 놓인 노조는 현대차가 나서 만류해주길 바라지만 이와 다소 거리감 있는 정황입니다. 말레베어가 한국에서 철수하게 된 배경도 원청인 현대차와 거래에서 손익분기점을 확보하기 힘든 사정이 작용했다는 게 사측 설명입니다. 이에 생산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전 후보지를 검토하게 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관계자는 12일 사측에서 이같은 내용을 전달받았다며 “말레베어는 한국 공장을 폐쇄하고 기존에 남은 계약 물량을 중국 또는 인도 공장에 이전해 마지막까지 납품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러나 이것은 사측 입장이고, 노조는 이것이 (철수가 아닌)일종의 해외 생산기지로 물량빼돌리기라고 보는 것”이라며 “현대차가 글로벌 빅3이고 말레베어도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회사인데 양사가 앞으로도 거래하지 않을 리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현대차는 다만 "공정 이전에 대해서 논의한 적 없다"고 밝혔습니다.
말레베어 노사는 오는 28일 한국공장 매각 가능성(M&A) 용역 검토 결과를 두고 5차 회의를 열기로 했습니다. 앞서 말레베어는 노조가 요청한 3가지 해법(△한국법인 지분 매각 △말레 그룹 한국 관계사와의 합병 △본사 투자 없이 10년간 독자 경영 보장)을 검토했고 한국공장 매각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외부기관에 의뢰했습니다. 용역 결과 1차 피드백이 사측에 전달됐고 28일 5차 회의를 열자고 사측이 먼저 노조에 제안했습니다. 이달 중순쯤 최종 보고서가 나올 예정으로, 노사는 이를 두고 논의하게 됩니다. 노조는 당초 경제성을 이유로 공장을 철수하게 됐기 때문에 보고서 결과에 대해서도 회의적입니다. "회사가 미리 결과를 정해놓고 협상하는 시늉만 하는 게 아니냐"며 우려하는 상황입니다.
말레베어는 내연기관차 열관리 부품을 현대차와 일본 완성차에 납품해왔습니다. 전동화 부품 전환도 어렵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나, 독일 본사는 한국에서 추가 투자는 어렵다는 입장을 노조에 전달했습니다. 말레베어 외에도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한국와이퍼, 한국산연 등 외국인투자기업의 철수가 잇따르는 상황입니다. 이에 국내 RE100 달성이 어려워 생산비용(환경비용 부담)이 가중될 부담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있습니다.
공교롭게 현대차는 연초 인도법인의 RE100 목표를 2025년까지로 세웠습니다. RE100 달성을 위해서는 부품 단위에서도 RE100이 이뤄져야 합니다. 현대차는 RE100 이니셔티브에 가입해 2045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사용 계획을 잡았으며 해외 사업장은 2030년까지 목표를 당겼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현대차의 인도법인은 현지 상장(기업공개)도 준비 중입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라며 “이번 전기본에서 원전 추가를 발표했는데 짓는 데 10년 이상 걸려 그 사이 채울 것은 태양광과 풍력뿐이다. 지금 전체 에너지의 재생에너지 비중이 10%밖에 안 된다. 이런 상태로는 기업에서 부품을 만들 때 RE100차원의 재생에너지가 부족해 유럽 핵심원자재법이나 탄소국경조정제의 제동이 걸릴 것. 기업에서 핸디캡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같은 RE100과 더불어 외국인투자기업의 잇따른 한국 철수를 정부가 방관해선 안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금속노조는 외국인투자기업의 사업철수, 공장폐쇄로 인한 한국 노동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 외투기업 규제법 제정을 22대 국회와 정부에 요청하고 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