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촌 여름나기)③쪽방촌 정책·지원체계 각각…"원스톱체계 시급"

실외 온도 기준에 머문 폭염 대책…에어컨 확대·공공개발 등 제언

입력 : 2024-06-14 오후 6:05:28
[뉴스토마토 신태현·유근윤 기자] 쪽방은 하나의 방에 가벽을 세워 여러개의 작은 방으로 쪼갠 걸 가리킵니다. 그런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쪽방 대책은 마치 쪽방을 보는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지자체별로 통합된 대책이 없고 제각각인 겁니다. 서울시만 해도 쪽방에 관한 실내온도 기준이 없습니다. 냉·난방 시설도 미흡하지만 손을 놨습니다. 경기도에선 아예 쪽방 현황도 파악하고 있지 못했습니다. 중앙정부도 매한가지입니다. 전문가와 정치인들은 '원스톱지원' 체제를 만들고, 냉·난방 설비를 갖추도록 전기요금을 낮추거나 폭염·혹한 때 적정 실외온도 유지에만 집착하는 데서 벗어나 적정 실내온도에 관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쪽방에 대한 혹한기 대책은 실외온도가 기준입니다. 보건복지부는 무더위쉼터, 냉방용품, 시설 전기료·인건비 등 지원 대책을 수립하면서 폭염 등을 대비한다고 전제했습니다. 폭염은 하루 최고 기온이 33도 이상인 날씨를 의미합니다. 복지부 관계자는 13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폭염경보 때 각 지자체에 취약계층 보호를 부탁한다고 공문을 보낸다"며 "쪽방 상담소도 폭염일 때는 좀 더 세심한 케어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서울시 "실내온도 규정 어려워"…경기도 "공식 관리 쪽방 주민 없다"
 
서울시 역시 기온이 30도를 넘어가면 쿨링포그를 틀고, 폭염특보가 발령되면 소화전 용수를 뿌립니다. 서울시는 그러나 실내온도 기준은 필요치 않다는 입장입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쪽방과 건물이 여러개여서 실내온도 기준을 일괄적으로 규정하기 어렵다"며 "실외온도 기준으로 지역 전체를 관리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경기도의 경우 온도 기준을 떠나 쪽방 현황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등 체계적 관리 자체가 부족한 실정입니다. 경기도 관계자는 "경기도 내에 쪽방 상담소가 없어서 도내에서 공식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쪽방 주민은 없다"며 "여름철 쪽방 대책을 물어보려면 각 시·군에 문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거주 환경 개선에 관한 현실성 있는 통합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현재 폭염에 고통받는 쪽방 주민들에게 제일 직접적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으로는 에어컨 설치 등이 꼽힙니다. 하지만 높은 전기요금을 이유로 에어컨을 틀지 않거나 임차인에게 부담이 돌아가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쪽방촌 문제와 빈곤 생태계 전문가인 탁장한 박사는 <뉴스토마토>와 인터뷰에서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건물주는 지자체로부터 전기요금은 지원받되 에어컨은 여전히 거의 틀지 않는 방향을 취하기도 하고, 월세에 전기요금을 포함시키는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물론 폭염에 취약한 쪽방촌인 만큼 에어컨 설치가 확대돼 주민들에게 지원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면서도 "쪽방촌에서 평생 머무르는 것이 아닌, 탈쪽방을 할 수 있도록 투트랙으로 정책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쪽방촌 부지 내 공공개발'을 대안으로 제시했는데요. 주민들이 쫓겨나지 않는 상태에서 주거환경을 개선시켜 주민들의 선택권을 온전하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원호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 역시 "정부와 서울시의 폭염 대책은 무더위쉼터를 늘리거나 쿨링포그를 뿌리는 정도"라며 "실내온도를 낮추는 에어컨 설치는 구조상 불가능하거나, 설치가 지지부진하고 사용권도 쪽방주민에게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실내온도에 대한 적정 기준을 설정하는 접근이 가능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박주민, '전기요금 지원' 법안 발의…곽상언 "쪽방 기준 구체화 필요"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온열질환 사망자 세 명 중 두 명이 극빈층인데, 취약계층이 느끼는 전기요금 부담을 좌시할 수 없다"며 취약계층에 대해 전기요금을 감면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요. 취약층에 한해 전기세를 내려 실질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게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박 의원은 "쪽방촌은 물론이고 지역구 어르신들만 봬도 전기요금 아까워 선풍기도 안 틀고 버티는 분들을 많이 봤다"며 "앞으로 기후위기가 더 심해질 텐데 취약계층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려야 한다고 생각해 법안을 발의했다"고 14일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키도 했습니다. 
 
곽상언 민주당 의원은 현행 쪽방 지원책이 보다 실효성을 높일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쪽방의 기준을 구체화하고, '원스톱' 통합 지원조직 신설을 대안으로 내세웠는데요. 곽 의원의 지역구인 종로엔 서울 5대 쪽방촌 중 돈의동 쪽방촌과 창신동 쪽방촌이 있습니다. 
 
곽 의원은 먼저 "쪽방의 기준이 구체화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실제로 쪽방촌에 살지만 방이 쪽방으로 등록되지 않아 지원을 못 받는 분들이 있다"며 "열악한 주거환경이지만 쪽방의 '모호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쪽방은 '면적' '보증금 유무' '거처 유형' 등의 기준을 통해 정하고 있는데 쪽방의 다양한 형태를 포괄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곽 의원은 쪽방촌 관련 분산된 지원정책도 문제제기 했는데요. 기초자료가 되는 '주거실태조사'는 국토교통부에서 하고 있고, 실질 지원책은 보건복지부 또는 각 지자체가 담당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부처별 흩어져 있는 지원정책을 한 데로 모으는 게 필요하다는 겁니다. 곽 의원은 "행정자원의 낭비를 줄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키 위해 기관 간 업무를 한 곳에서 담당하는 '원스톱' 통합 지원조직 신설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태현·유근윤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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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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