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잇따른 임상 실패와 자금 조달 문제로 바이오벤처 수난시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신약 개발에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바이오벤처는 단기간에 눈에 보이는 이익보다는 성장성과 기술력을 앞세워 성공확률이 10% 미만인 신약 개발 도전을 주력 과제로 삼고 있죠.
17일 업계에 따르면 디앤디파마텍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치료제 DD01의 패스트트랙 약물 지정과 임상 2상 시험 계획(IND)을 승인받았습니다. 이번 임상 2상 승인에 따라 지방간염을 동반한 과체중·비만 환자 68명을 대상으로 미국 내 10여 개 임상 시험실시기관에서 DD01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할 계획인데요. 임상 2상의 1차 지표는 시험약 투여 전 대비 임상시험용 의약품을 12주 투여 후 측정한 간 내 지방함량이 최소 30% 이상 감소한 환자의 비율 차이를 비교하는 것입니다.
프로젠의 핵심 파이프라인인 비만·당뇨 신약 후보물질 PG-102는 성공적인 비임상 및 임상 결과를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 공개했습니다. PG-102는 차세대 이중 타깃 비만·당뇨 치료제로 지난 13일 국가신약개발사업 과제로도 선정됐죠. 프로젠에 따르면 PG-102는 1차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이 주관하는 신약 임상 1상 단계 지원 과제로 선정된 가운데 이를 동력 삼아 조기 출시를 목표로 신약 개발을 가속화 한다는 방침입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가 개발 중인 췌장암 항체신약 PBP1510은 췌장암 환자 80% 이상에서 과발현돼 암의 진행과 전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PAUF 단백질을 중화하는 세계 최초 췌장암 항체신약입니다. PBP1510은 지난해 FDA로부터 패스트트랙 지정을 받았고, 현재는 임상 1/2a상이 진행 중이죠.
큐롬바이오사이언스는 원발성 경화성 담관염의 치료제로 개발 중인 HK-660S의 임상 2상 결과를 유럽간학회(EASL)에서 발표했는데요. HK-660S의 임상 2상은 서울 소재 국내 4개 대형 대학병원에서 총 23명의 원발성 경화성 담관염 환자를 대상으로 HK-660S의 12주 투여 효과를 위약과 비교한 결과, 위약군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확인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습니다. HK-660S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FDA로부터 원발성 경화성 담관염에 대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았죠.
넥스트젠바이오사이언스의 원형 탈모치료제 신약 NXC736은 제1차 국가신약개발사업의 임상 2상 단계 지원 과제로 선정돼 2026년 3월까지 임상 2a상과 독성시험 연구개발(R&D) 비용을 지원받게 됐습니다. 면역조절 효과를 기반으로 향후 2년 내 국내 임상 2b상 시험 계획을 승인받는 것이 목표죠.
아이엠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바이오 기업 네비게이터 메디신에 임상 1상 단계의 이중항체 기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IMB-101과 단일항체 물질 IMB-102를 기술 이전 했습니다. 이번 계약으로 아이엠바이오로직스는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 총 2000만 달러(약 276억원)를 수령 합니다. 앞으로 IMB-101이 개발·상업화 등 단계별로 성공하면 최대 9억2475만 달러(약 1조2762억원)의 마일스톤도 받을 수 있죠.
바이오벤처 주요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 현황 (그래픽=뉴스토마토)
바이오벤처 투자 '급감'…신약 R&D 생태계 강화해야
엔데믹 국면으로 진입한 이후 대내외적 환경 변화로 바이오 부문 투자가 좀처럼 활성화되지 않자 바이오벤처의 자금난도 악화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바이오 거품이 꺼지고 재조정되는 시기로 경쟁력 있는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바이오벤처가 부상하고, 과대평가 된 기업은 낙오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벤처캐피탈협회의 벤처캐피탈 리포트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바이오 의료 분야 VC 신규 투자는 366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5.8% 감소했습니다. 특히 바이오벤처가 R&D 생산성을 높이고 투자 유치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명확하고 계획적인 성장 전략과 함께 초기부터 공격적인 기술사업화를 통해 가시적인 사업 성과를 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죠. 사업성이 있는 바이오벤처들이 외부 환경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신약 연구개발 명맥을 이어갈 수 있는 바이오산업 생태계가 조성 돼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부회장은 "바이오 헬스는 미래 성장 동력의 첫 번째 키워드임에도 정작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도는 바이오벤처보다 규모가 큰 제약 바이오 기업 위주의 지원들이 많아 소규모 신약 개발 회사나 바이오벤처가 실질적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글로벌 바이오산업 전반에 걸쳐 거품이 빠지는 추세로 바이오벤처가 신약 개발 자금을 투자받기 어려운 환경에 직면해 있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여 부회장은 "코로나 이후 바이오 거품이 꺼지고 새로운 사이클로 조정되는 과정에 있는데, 우리 바이오벤처의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이 지엽적이라는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제약산업발전법과 조세, 금융 부문에 대한 지원책을 손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