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성비 '불균형 심화'…용쓰는 '지자체'

미혼 남녀 성비 불균형 '비수도권' 심각
소멸 지자체, 미혼남녀 주선 등 생존전략
일·양립 법안 '속속'…초광역 메가시티 조언도
"저출산부·예산 신속히 윤곽 나와야"

입력 : 2024-06-17 오후 5:48:56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우리나라 미혼 남성이 미혼 여성보다 더 많이 늘어나는 등 결혼성비가 전국적인 불균형 심화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결혼성비의 불균형 심화는 경상북도, 경상남도, 충청북도 등의 순으로 3년 전부터 지역별 악화 사태를 맞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소멸위기 지역의 지방자치단체는 미혼남녀 국제 크루즈 여행 등 결혼과 출산율을 높일 각종 정책 아이템을 내놓고 있지만 문제 해법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출산전후·배우자 출산·난임치료 휴가 확대부터 초광역 메가시티, 돌봄국가책임제, 출생기본소득 등 갖가지 정책들도 거론되고 있지만 '저출생대응기획부'와 '예산' 재조정을 통한 실행력이 최대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17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복지 이슈앤포커스(449호)'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출생성비 불균형과 결혼성비는 2021년 기준으로 미혼 남성이 미혼 여성보다 19.6%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출처=한국보건사회연구원)
 
결혼성비 불균형 '심각'
 
17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복지 이슈앤포커스(449호)'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출생성비 불균형과 결혼성비는 2021년 기준으로 미혼 남성이 미혼 여성보다 19.6%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현재의 결혼 연령 차이를 감안하면 남녀 1대 1 매칭이 모두 이뤄진다 해도 남성 미혼 인구가 많이 남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미혼 남성이 미혼 여성보다 결혼하기 불리한 구조가 된 셈입니다.
 
특히 미혼 남녀 성비의 불균형은 수도권보다 비수도권에서 심각했습니다. 서울은 2.5%로 전국 평균보다 낮은 반면 경상북도는 34.9%로 불균형이 가장 컸습니다. 경상남도와 충청북도도 각각 33.2%, 31.7%로 높았습니다.
 
결혼성비의 불균형이 가장 심각한 경북과 경남, 충북의 경우 미혼 남성이 미혼 여성보다 30% 이상 더 많다는 얘기입니다.
 
일·양립 법안도 '속속'
 
저출생 문제로 인한 지역 소멸 가속화에 놓인 지자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입니다. 지자체가 주선한 행사는 청춘시 연애읍 솔로마을, 미술관 미혼남녀 주선 행사, 세종시 미혼남녀 인연 만들기, 청주 썸데이 행사, 나는 김해 솔로 등이 대표적입니다.
 
커플이 이뤄질 경우 수백만원 상당의 크루즈여행과 결혼식도 올려주는 등 결혼과 출산 장려 정책에 주력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결혼이 바로 출산으로 이어지지 않는 등 저출산의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라는 분석이 높습니다.
 
우리나라의 평균 초산 연령은 32.6세로 선진국들과 비교해 2~5세가량 높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여성들의 취업률이 증가하면서 일과 육아 병행이 어려운 환경은 출산율 하락의 문제로 지목돼 왔습니다.
 
이에 따라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출산전후휴가 확대 및 급여지원 기간 확대, 배우자 출산휴가·급여지원 기간 확대, 입양휴가 120일 제공과 급여지원 신설, 아동이 성인될 때 최소 1억원의 사회생활 출발자금과 난임치료휴가 확대 등 관련 법안들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및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 출생기본소득 3법(아동수당법·아동복지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를 통해 "출생기본소득과 보편적 아동 지원은 당면한 저출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아동의 현재와 미래를 국가가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밝혔습니다.
 
지역소멸 해법과 관련해서는 정태적 인구가 아닌 생활인구 개념을 반영해야한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조영태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장(인구학자)은 제5차 국토종합계획(2020~2040) 수정 전략 합동 세미나를 통해 "출생아 급감 및 고령화율 증가 등 인구구조 변화 대비 관련 제도와 정책의 변화 속도가 느리다. (국토종합계획 방향은) 정태적 인구가 아닌 생활인구 개념을 반영해 국토를 더 넓게 쓸 수 있기 위한 국토의 균형 활용을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기획재정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출생기본소득 3법(아동수당법·아동복지법·조세특례제한법)' 발의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저출산부·재원 윤곽 나와야
 
관건은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지 않는 '저출생대응기획부'의 조속한 신설과 저출생 '예산 재조정'의 실행력입니다. 
 
저출생부가 신설될 경우 이곳저곳 산재된 저출생 관련 사업들이 이관되는 등 종합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이 가능해집니다. 특히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 입안의 접근과 효과적 사업을 위한 저출생 대책 예산도 구체화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앞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저출생대응기획부) 논의가 시작도 안 된 단계여서 말할 수 없지만 취지에 맞도록 뒷받침하겠다"며 "재정 지원에는 동의하지만 제대로 해야 한다. 기존 지원에 대한 평가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강선우 민주당 의원은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인구가 소멸하고 있는 멸종 위기 국가"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저출산대응기획부 설치를 약속했고 기획재정부도 재정과 세제 지원을 고려해 보겠다고 했다. 관련 상임위가 조속히 열려 법안 심사와 통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협조해주길 촉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임광현 민주당 의원도 저출생 대책의 재원에 대해  "지금까지 투입된 저출산 예산이 380조원임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은 하락했다"며 "예산 가운데 위급하지 않은 부분은 재구조조정하고 이외 실질적으로 부족한 예산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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